<넷째 언니> 4화

4화: 밝은 빛이 비추는 곳

by 송연

엄마는 140센티도 안 되는 작은 키에 만지면 부서질 것같이 약하고 마른 언니를 업고

이른 새벽에 고향 집을 나섰다.


배를 타고 버스를 타고 길고도 힘든 여정으로 밤이 되어 서울 큰언니 집에 도착했다.


그 여정이 언니를 살리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더 힘들게 하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던 엄마는 올라오는 내내 마음이 더욱 무겁고 쓰라렸다.


엄마와 큰언니는 넷째 언니를 그 시설에 데리고 가서 필요한 절차를 밟고 언니에게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주었다.


엄마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바로 고향 집으로 내려가셨다.


엄마가 집에 도착해 보니 아버지는 언니가 지내던 불 꺼진 작은 방에서 언니가 쓰던 물건을 만지며 울고 계셨다.


평소에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엄마도 토방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어야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 새롭고 낯선 세계에서 언니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곳은 다양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었다.

뇌 병변 장애, 발달장애, 청각장애, 시각장애 등 언니보다 훨씬 장애가 심한 사람들이 많았다.


언니는 가족들의 걱정과 우려가 무색할 만큼 빠르게 적응을 잘해나갔다.


시설에서 제공해 준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편물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기숙사에서 빨래와 청소를 하고 같은 방을 쓰는 장애가 심한 친구들을 도우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언니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해나갔다.


시설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 하는 일들이 모두 새롭고 흥미로웠다.


좁고 어두운 우물 안 세상에서 밝은 세상으로 나가기를 간절히 원했던 언니의 소망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설에서의 생활에 활기를 찾아갔다.

나는 다섯째 언니와 함께 일요일마다 언니를 보러 시설을 방문했다.


갈 때마다 언니는 하루가 다르게 씩씩하고 명랑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항상 웃는 얼굴로 생기가 있었다.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고 모두 언니를 좋아했다.


다섯째 언니와 나도 자주 시설을 찾다 보니 그곳의 장애인들과 반갑게 인사도 하고

그들의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도움이 필요한 일들을 함께 했다.


언니가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며 만나게 된 청년이 있었다.


그는 다리에 장애가 있어 목발을 짚고 생활하는 청년이었는데 그 청년이 언니를 너무 좋아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계속된 청년의 구애에도 언니의 마음은 꿈쩍도 하지 않고 닫혀있었다.


청년은 짝사랑 언니를 잊지 못하고 마음의 병을 얻어 세상과 담을 쌓고 두문불출하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그 시설은 성모수녀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수녀님들이 중심이 되어 모든 활동이 이루어졌다.


수녀님들은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 친구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자주 나갔다.

시설 내에서만 생활하는 장애인들에게 세상 밖을 보여주기 위한 배려였다.


기념관이나 왕릉으로 소풍을 하러 가기도 하고 영화관이나 다양한 공연장을 데리고 가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일요일이면 성당에 나가 미사를 드렸고 언니는 세례명을 받고 그곳에서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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