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쥬얼스노우
별 보러 가던 날
반짝이는 별빛
그 아래 깜박이는 눈꺼풀
감으면 보이지 않는 별빛인데
자꾸만 눈을 깜박이게 만드는 바람이 야속하네요
나는 여기 서 있으라 약속한적이 없어
토라진 고양이처럼 잠든척 눈을 감아버립니다
그러면 별님의 영혼이 어느새 내 옆으로 내려와
짖궃게 머리를 쓰다듬고
나는 또 아닌척 그르렁
살짝 눈을 띄우면
별님 떠난 자리 서러워 한방울
떨어진 눈물에 손을 데었네요
마른 눈물자욱에 가슴을 데었네요
당신은 혹시 눈을 감으면 보이는 별을 본적이 있나요. 나는 언제나 보고 있답니다.
덕분에 아주 오랜 시간동안 거짓말쟁이나 허풍쟁이 때로는 꾀병을 말하는 사람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어딘가에 내가 가진 이 아픔을 함부로 이야기할수도 없는 고립된 창고를 마음 한구석에 담아두어야만 했지요.
비주얼스노우(Visual Snow)라는 병이 있다고 합니다.
빛번짐, 광시증, 잔상, 흑암시, 일렁이는 시야, 빛의 일렁임, 시야 속 투명한 벌레현상, 시야 일렁임, 노이즈, 흐린초점, 하늘을 볼때 나타다는 무수한 빛의 점 등등...엄청나게 다양한 증상들이 함께합니다.
기본적으로 시야 전체에 TV의 노이즈와 같은 것이 하나의 필터처럼 끼어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눈을 감거나 아무런 빛이 없는 암실에서도 나에게는 항상 밝게 보이지요.
나는 이런 불편함을 어쩔수 없이 말하지도 못한채 근 20년을 살아왔습니다. 누군가에겐 그저 신기한 일이었을 뿐일 병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나의 아픔을 힐난했던 이들을 원망하기엔 사실 병의 명칭 자체가 생긴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말하지 못하고 숨기며 살아왔고 또 누군가들은 그저 이상한 사람으로만 생각했기때문인가 봅니다.
어쩌다 만나게된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걸 알게 되었을때가 되어서야 관심을 받게 되었겠지요.
얼마전 지친 마음에 젖어 무너진 몸을 이끌고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근래에 증상이 많이 심해졌기 때문입니다.이 병은 아마도 뇌신경과 연관이 깊을 것이라 보고 있을거라는데 지금 나는 작은 공황장애 증상을 앓고 있고, 작지 않은 우울증 증상에 시달리고 있어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이 아픔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 시간이 짧아 아직 명확한 원인도, 치료법도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다녀왔습니다. 나는 사실 다른 치료를 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네가 아프다는걸 알아'라는 말을 듣고, 나의 아픔을 알아주길 바랬던 마음의 방 속에서 억눌린 시간을 위로받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언제부터 아파왔고 얼마나 많은 인내를 겪어왔는지 오랜 친구에게 말하듯 풀어놓고 싶었습니다. 비록 강변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나누는 도란도란한 수다가 아니라 쉼 없이 사람이 흐르는 고시원같은 병원지료실에서 작고 불편한 바퀴달린 갈색 의자위에 앉아서라도 말입니다.
진료실 앞 대기 의자에 앉아 증상을 체크하는 설문지를 작성하는 순간부터 간질간질한 행복함을 맛보았습니다. 국내에서 이 병을 연구하는 단 한명의 의사 앞에서 정말 즐거운 듯 아픔을 털어놓았습니다. 짖이겨진 마음과 지친 몸과는 달리 나는 정말 환학 웃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내 심장을 타고 어딘지모를 맘속 깊은 곳을 쓰다듬어주었습니다. 언젠가 느꼈던 위로라는 무형의 빛을 그날 나는 다시 만나는 행운을 충만하게 만끽했습니다. 평생을 아픔 속에서 위로를 찾아 살아온 인생이었기에 남은 올 한해만큼은 병원에서 찾은 이 작은 위로 하나로 버틸 수 있을것 같습니다. 언젠가 찾아올 당신이라는 위로를 먼발치에서 언제나 기다리면서 말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