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시들지 않는 꽃 한송이쯤
머물고 있으니

생이 다 하는 순간 마주할 마지막 꽃

by 숨결


가슴에 시들지 않는 꽃 한송이쯤 머물고 있으니




생이 다 하는 순간에

마주하는 꽃 한송이


낭만을 머금고 자란

가슴에서 차마 시들이 못한

꽃 한송이가 머물고 있나니


감히 손 뻗을 수 없어

꺾어버리지 못한

미운 꽃 한송이가 이처럼 곱게도 피어라







요즘들어 명상이란걸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사실 명상법이다 뭐다 이야기들은 많지만 단 한번도 명상하는 방법을 찾아본 적은 없습니다.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을 뿐입니다. 그저 이것 하나면 나는 나를 아프게하던 세상에서 가장 먼 곳으로 도망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만을 한다는 건 돌이켜보면 그런 시간을 보낸 적이 그리 없습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요. 눈을 뜨고 있는 모든 순간은 눈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것에 나를 빼앗기고 있기 때문일거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요즘은 가만히 있어도 눈앞에서 즐거움을 주는 TV나 스마트폰이 항시 주변에 있기에 그저 눈만이 열려있고 반대로 생각은 항상 닫혀있습니다. 그렇게 바보스런 모습으로 있는걸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는 아픈 마음의 치유를 뒤로 미루고만 있을 뿐 상처는 점점 곪아 가고 나 스스로도 병들어 가고 있단걸 한심스럽게 또 바라보게 됩니다.


명상을 하다보면 어떨 때는 주변에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마음 속에 하나의 손을 주욱 그어놓고 해야할 일들을 하나하나 늘어놓아 보기도 합니다. 그립고 행복했던 지난 날을 영화를 보듯 꺼내어 살펴보기도 했지요. 그러다 얼마전부터 명상을 하면 한송이 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꽃은 노란 튤립인데 잎사귀는 또 튤립의 입사귀가 아니라 옆으로 넓게 퍼지며 뻗은 미스티블루가 둘러져 있습니다. 간간히 사이에 핑크빛으로 물들인 강아지풀이 섞여있고 또 아래쪽엔 소국들이 숨어 받쳐주고 있었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 꽃들은 내가 문득 어느날 사랑에 너무 벅차 당신에게 건내 주었던 꽃들이란 걸요.


내 맘속에서 나는 꽃에게 간간히 물을 주기도, 보이지 않는 손을 뻗고 조심스레 다가가 느껴지지 않는 향기를 맡기도 합니다. 왜 명상을 하면서 이러고 있는 걸까 궁상스러워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껏 들뜨는 마음과 차분해진 나를 느낍니다. 한동안 사그러들던 삶의 불꽃이 잔잔히 다시금 타오르고 애둘러 날 잡아달라 말하던 나를 담담히 내친 당신에 대한 원망도 잔잔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 참 꽃 한송이를 돌보고 바라보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명상을 할 시간이 기다려지기까지 할 정도니까요. 꽃을 키우는 명상이라니 참으로 우습지만 유일한 행복이고 아마도 남은 평생의 하나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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