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 있는 날들을 마중하며
피는 꽃이 지는 꽃에게
피어나는 연분홍 꽃봉아리 옆
갈빛으로 저물어가는 주름진 꽃잎
새초롬 틔울 아름다움에 눈을 잃고
몸둘바 모를 부끄러워
메말라가는 꽃잎으로 얼굴을 가리우지 말아라
피어봤으니 되었다
피어 아름다워 봤으니 되었다
갈색빛 마른 꽃잎 저물어
고동빛 흙 위로 떨어져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소스라치게 굴러다니다
아무런 관심없이 바스라지겠지만
그대 머문자리
잎이 피고 열매 맺으며
그대가 있었음을 증명한다
그대가 또 다시 피어남을 예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