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도 충분합니다

by 수미


새벽 어스름, 빗자루를 든 당신의 어깨가 무겁게 젖어 있습니다.

누군가의 밤을 치우며 또 하루를 시작하는 당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저는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무언가를 더 하려는 당신, 지금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마음 씀씀이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안달 나는 삶이 이어지지만,

그 속에서도 나아짐은 분명히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말아요.

함께 천천히, 살아가 봅시다.

당신의 마음 씀과 나의 마음 씀이

우리 가족을 더 따뜻하게, 더 오래 버티게 해줄 테니까요.

남편을 만난 건 서른 즈음이었습니다.

남의 시선은 아랑곳없고, 말투는 거칠었죠.

비위를 맞추며 조심조심 살아온 제 모습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그 낯설고 자유로운 모습이 새로웠고,

내가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끌림은 부부의 인연으로 이어졌고,

우리는 이제 세 식구가 되었습니다.

믿음과 배려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먹고사는 일, 남들처럼 살아보려는 일 앞에서

순식간에 정신을 빼앗아 갑니다.

‘이 정도면 됐다’, ‘지금에도 감사하자’는 마음은

월세, 교육비, 식비 같은 현실 앞에서 자꾸만 흔들립니다.

그러다 결국, 터질 게 터집니다.

“잠 줄이고 배달 일 해볼까?”

남편이 몇 달 전부터 꺼내는 말입니다.

여름이면 더위, 겨울이면 칼바람을 맞으며 청소하는 남편.

매번 “잠이나 더 자” 하며 말렸지만

오늘은 뭔가 다릅니다.

늘어나는 대출금, 십대가 된 아이의 지출,

수익보다 지출이 많은 제 화실 운영까지.

남편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를 알기에

이번엔 저도 쉽게 넘기지 못합니다.

뉴스를 보는 남편의 어깨에 손을 올립니다.

“내년 봄까지만 기다려줘. 화실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까.

당신이 무리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내가 더 해볼게.”

남들처럼 살기보다는, 우리 형편에 맞게 살아보자고 말합니다.

아이에게도 말합니다.

“이젠 조금 줄이자. 용돈도, 과외도.

우리 같이 아껴보자.”

하고 싶지 않은 잔소리지만, 마음을 다잡으며 꺼내봅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당신 혼자 힘쓸 필요 없습니다.

무거운 책임을 혼자 질 이유도 없습니다.

당신과 나, 아이.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가족입니다.

서로를 품고, 같이 버티고, 함께 웃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니 더 하려 애쓰지 말아요.

당신이 곁에 있는 지금,

우리 가족은 이미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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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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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쌤


2024. 12. 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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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어스름, 빗자루를 든 당신의 어깨가 무겁게 젖어 있습니다.


누군가의 밤을 치우며 또 하루를 시작하는 당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저는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무언가를 더 하려는 당신, 지금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마음 씀씀이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안달 나는 삶이 이어지지만,


그 속에서도 나아짐은 분명히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말아요.


함께 천천히, 살아가 봅시다.


당신의 마음 씀과 나의 마음 씀이


우리 가족을 더 따뜻하게, 더 오래 버티게 해줄 테니까요.



남편을 만난 건 서른 즈음이었습니다.


남의 시선은 아랑곳없고, 말투는 거칠었죠.


비위를 맞추며 조심조심 살아온 제 모습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그 낯설고 자유로운 모습이 새로웠고,


내가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끌림은 부부의 인연으로 이어졌고,


우리는 이제 세 식구가 되었습니다.



믿음과 배려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먹고사는 일, 남들처럼 살아보려는 일 앞에서


순식간에 정신을 빼앗아 갑니다.


‘이 정도면 됐다’, ‘지금에도 감사하자’는 마음은


월세, 교육비, 식비 같은 현실 앞에서 자꾸만 흔들립니다.



그러다 결국, 터질 게 터집니다.


“잠 줄이고 배달 일 해볼까?”


남편이 몇 달 전부터 꺼내는 말입니다.


여름이면 더위, 겨울이면 칼바람을 맞으며 청소하는 남편.


매번 “잠이나 더 자” 하며 말렸지만


오늘은 뭔가 다릅니다.



늘어나는 대출금, 십대가 된 아이의 지출,


수익보다 지출이 많은 제 화실 운영까지.


남편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를 알기에


이번엔 저도 쉽게 넘기지 못합니다.


뉴스를 보는 남편의 어깨에 손을 올립니다.


“내년 봄까지만 기다려줘. 화실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까.


당신이 무리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내가 더 해볼게.”


남들처럼 살기보다는, 우리 형편에 맞게 살아보자고 말합니다.



아이에게도 말합니다.


“이젠 조금 줄이자. 용돈도, 과외도.


우리 같이 아껴보자.”


하고 싶지 않은 잔소리지만, 마음을 다잡으며 꺼내봅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당신 혼자 힘쓸 필요 없습니다.


무거운 책임을 혼자 질 이유도 없습니다.


당신과 나, 아이.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가족입니다.


서로를 품고, 같이 버티고, 함께 웃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니 더 하려 애쓰지 말아요.


당신이 곁에 있는 지금,


우리 가족은 이미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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