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4일간의 기록

끝까지 나를 밀어 올린 마음, 그리고 낯선 땅에서의 기적

by 붕어빵숨니

6개월간 이어진 치열한 훈련의 끝자락.

마지막 점검을 마친 도구들과 파란 박스 5개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셔틀버스에 실렸다.

낯선 대지를 향한 출정이었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
각 직종 지도위원님들과 국가대표 선수들이
서로 어색하게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넸다.

그 어색함 너머에는
각자가 품은 무게와 각오가 무겁게 흘렀다.

비행기에 몸을 싣고 16시간.

먹고 자고를 반복하니 엉덩이 감각이 사라질 지경이었다.

프랑스 파리공항에 도착하자 공기부터 달랐다.

어딘지 모르게 예술적인 색감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보르도까지는 버스로 1시간 30분.

길 위에서 풍경을 스치듯 지나쳤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 풀 새도 없이
침대에 몸을 던졌다.

말 그대로 기절하듯 잠들었다.


개막식 전날. 긴장과 설렘의 교차점


다음 날 아침.

전 세계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개막식날이 열렸다.

도착한 대회장은 상상 이상으로 웅장했다.

한 공간 안에서
제과제빵, 디자인, 목공예, 회화, 네일아트 등
수십 개의 직종이 동시에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통역사 선생님과 지도위원님의 설명을 들으며
주위를 천천히 둘러봤다.

각국의 선수들이 주변에 줄지어 있었다.

그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어깨가 뻣뻣해지고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자연스레 긴장감이 스며들었다.

저녁이 되자, 본격적인 개막식이 시작됐다.

무대 위, 각 나라의 대표들이
자국의 국기를 높이 흔들며 등장했고,
한국 대표팀도 당당히 무대 위에 올랐다.

그 순간,
가슴이 뜨겁게 벅차올랐다.

그토록 오랜 시간 훈련하며 바라왔던
그 무대 위에 지금 내가 서 있었다.

개막식이 끝난 후,
숙소로 돌아와 도구가방과 장비들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작동 상태를 몇 번이고 확인하면서
내 마음도 다잡았다.


대회 당일. 고장의 연속, 그리고 무너지는 멘탈


대회 당일날 아침.

새하얀 가운, 앞치마, 모자를 착용한 채
대회장으로 향했다.

입장 후,
작업대 선정을 위한 제비 뽑기가 진행됐다.

그렇게 정해진 자리에 각국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세팅 시간이 주어졌다.

부랴부랴 도구를 정리하고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프랑스 심사장의 ‘Start’ 외침과 함께
익숙한 손놀림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자레인지가 작동하지 않았다.

급히 손을 들어 고장을 알렸고,
교체는 받았지만
이미 흔들린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간신히 다시 집중하려는 순간
이번에는 인덕션이 꺼졌다.

속이 싸해졌다.

기이한 느낌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이건 대체 뭐지?’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예감을 떨쳐내려 애썼지만
세 번째.
초콜릿 분사기계까지 멈춰 섰다.

그 순간은 말 그대로,
멘탈 붕괴였다.

전날, 당일 아침까지 확인했던 장비들이
왜 유독 이 순간에 줄줄이 망가지는 걸까.

혼란과 분노, 공포와 체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여기서 포기하면 모든 게 끝이야.’

‘그래도 끝까지 해보자. 무너져도, 난 버틸 거야.’


실수와 눈물, 그리고 버티는 심장


막바지 작업.

설탕공예 꽃을 기둥에 붙이려는 찰나
뚝.

기둥이 부러졌다.

한국에서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던 파트였다.

‘왜.... 왜 하필 지금?’

숨이 막혔다.

하지만 울 틈조차 없었다.

손을 바삐 움직여
부러진 부분을 붙이고
다시 조심스럽게 고정했다.

작품을 완성한 순간,
나는 알고 있었다.

이건 내가 꿈꿔왔던 완성도가 아니었다.

볼륨도 부족했고,
디자인도 미완성이었다.

장비 고장, 작업 중 실수, 멘탈 붕괴.

그 모든 것이 5시간의 경기 안에 스며들어 있었다.

작품을 제출하는 순간
감정이 터졌다.

말없이,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졌다.

‘이렇게 끝날 리 없는데...’

‘나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숙소로 돌아와
도구들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며
또 울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고,
분하고, 서러웠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폐막식. 운명은 마지막에 찾아온다


다음 날 폐막식.

무대 위 화려한 공연이 이어졌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무겁고 허탈했다.

상 하나 받지 못하리라 확신하고 있었기에
이름이 불릴 리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BAKERY 2nd - su min Hong”

그 순간, 숨이 멎었다.

모든 감정이 무너져 내렸다.

놀람, 안도, 기쁨, 슬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울지 않으려 애썼지만
결국 또 울었다.

1등은 아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낸 사람에게
운명은 박수를 보냈다.

프랑스에서의 4일.
그건 기술의 승부가 아니었다.

끝까지 간 자에게 운명은 마지막에 말을 건다.

나는 끝까지 버텼고, 그게 내 기적이었다.

자신을 믿는 마음이 결국 기적을 만든 시간이었다.

여전히 부족하고,
여전히 흔들리는 나지만
그날의 나를 나는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