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30평생을 목표지향적으로 살았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당연한 환경이었던 것 같다.
반에서 1등하기, 전교 10등안에 들기. 이게 고등학교때의 목표였다.
고등학생 때는 한예종에 들어가고 싶었다. 한예종에 들어가고 나니 프랑스에 가고 싶어졌다.
프랑스에 가서 환상이 와장창 깨지니 한국으로 왔다. 그렇게 해외 생활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하고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 위하여 개발자가 되었다.
개발자가 되니 다시 프랑스에 가고 싶어졌다. 그렇게 프랑스에 와서 2년간 구르다보니 왜 프랑스에 왔는지 까먹게 되었다. 목표보다 하루하루 즐기며 사는것이 익숙한 프랑스인들 틈에 껴있다보니 나도 그렇게 된 것만 같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나니 나 스스로가 아무런 발전이 없는것 같이 느껴졌다.
불어 실력은 조금 늘었으려나. 그러나 여전히 남의나라 말이다. 내년 초반쯤에 인턴십을 찾아야하는데 문득 내가 이 나라에서 경쟁력있는 사람/개발자 인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유럽국가중에서도 자기 나라 말을 고수하는 나라이다. 네덜란드나 독일은 영어로 생활이 가능하지만, 프랑스는 아니다. 사실, 영어권 회사에서 일하다가 프랑스에 산지 2.5년차라 영어 실력이 녹슬기도 하였다. 그럼 내가 이년동안 무엇을 했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실력도 후퇴하고, 불어는 외국인치고 잘하는 수준이고, 개발 실력은 중상정도 되는것 같다. 이것만으로 나의 경쟁력을 어떻게 세울 수 있을까 ? 취업할때가 되면 그러하듯 막연한 불안감이 앞서기 시작했다.
불어 실력 늘이기, 포트폴리오 준비하기. 나의 막연한 불안을 하나씩 써내려가다 보니 조금 진정되고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알게되었다. 그러나 곧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또 원하고 있구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내 모습을 그리고 있구나... 이 무한 경쟁, 무한 노력이 힘들어서 한국에서 도망쳐나왔는데. 목표없이 사는것이 진정으로 가능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가 없다면 발전도 없는 것인가...
프랑스인들중에서도 죽어라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마치 유럽국가 사람들은 무조건 느긋하다고만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들도 목표가 있고 한국사람들처럼 죽어라 노력한다. 물론 죽어라 노력해도 결과는 공평하지 않다는것을 나이로 배웠지만...
내 발전이 그리워졌다. 목표라기 보다 나 스스로의 발전인것 같다. 그것은 개발실력일 수도, 나의 삶의 질일수도, 개인의 정서적 안정일수도, 지갑의 두둑함일수도 있지만 문득 발전없이 하루하루 즐기는 삶은 내게 어떤 만족감을 가져다주지는 않는것 같다. 글을 쓰다보니 목표 없이 사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문득 발전없이 사는 것이야말로 내가 피하고 싶은 상황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