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다른 토요일의 전날이다.
이번 주말에는 무얼 해갈까 생각하다가, 문득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어릴 적 뛰어놀던 과수원집. 어머니와 아버지가 땀 흘리며 가꾸던 그곳은, 지금의 나를 만든 첫 무대이자 가장 깊은 고향이었다.
어머니는 가끔 그 시절 이야기를 꺼내곤 하신다.
“그때는 사과, 배, 복숭아가 다 있었지. 계절 따라 맛이 달랐고, 너희들 얼굴도 그 열매처럼 빨갛게 익었더라.”
어머니의 말이 끝나면 나는 마음속에서 달콤한 냄새를 떠올린다. 여름이면 복숭아 향기, 가을이면 사과 향기. 과수원은 늘 풍성했고, 그 풍경은 내 어린 시절의 배경 음악 같았다.
그 집 마당은 지금보다 훨씬 넓었다. 형제들과 함께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수박을 먹던 기억, 아버지가 나무에 올라 사과를 따던 모습, 그리고 어머니가 커다란 바구니에 과일을 담아 오시던 순간들이 선명하다.
특히 여름밤은 잊을 수 없다. 개울가에서 씻고 돌아오면, 과수원 한가운데에는 반딧불이가 가득했다. 그 빛을 따라 달리다 보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동화 속 같았다. 그때의 나는 가난도, 고단함도 몰랐다. 과수원집은 그저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과수원은 단순한 추억만은 아니었다.
“열매는 풍성했지만, 빚도 많았다. 아버지가 버티느라 고생을 했지.”
어머니는 종종 그 말을 덧붙이셨다. 어린 내 눈에는 풍요로웠던 그곳이, 어머니 눈에는 무겁고 벗어나고 싶은 짐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달콤한 과수원은, 어머니의 눈물과 아버지의 고단한 땀 위에 만들어진 풍경이었다는 것을.
이번 주말, 나는 일부러 시장에서 복숭아를 사 갔다. 어머니 앞에 내밀자 어머니는 잠시 웃다가, 곧 말없이 과거를 떠올리시는 듯 창밖을 바라보셨다.
“옛날 과수원 복숭아만 못하다.”
짧은 말 속에, 수십 년의 세월과 그리움이 녹아 있었다.
복숭아를 나눠 먹으며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어머니가 기억 속 과수원을 다시 찾을 수는 없지만, 그 기억을 대신 전해주는 사람이 내가 되어야 한다고. 내 글 속에서, 내 기록 속에서 과수원집은 다시 살아날 수 있으리라.
돌아오는 길, 나는 마음속으로 과수원집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푸른 나무들, 여름의 햇살, 땀 젖은 어머니의 이마, 그리고 형제들의 웃음소리.
그 집은 이제 사라졌지만,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