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왜 늘 내가 문제였을까

by 수미소

[초퇴사 24화] 요즘 애들 퇴사엔 다 이유가 있다.



그는 누구보다 성실한 사람이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 가장 먼저 커피머신을 켜고, 하루의 일정을 점검했다.

그의 노트에는 언제나 일정표가 빼곡했다.

회의 시간, 업무 분담, 프로젝트 마감일, 그리고 동료들의 요청사항까지 꼼꼼히 적혀 있었다.


그는 성실했고, 그래서 늘 바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늘 그가 불려갔다.

성과가 잘 나지 않아도, 팀 분위기가 무너져도, 보고가 늦어도, 결국 결론은 같았다.

“네가 너무 열심히 해서 다른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날, 그는 처음으로 ‘열심히 일한다는 게 죄가 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웃어넘겼다. 하지만 비슷한 말이 반복될수록, 그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가 한 일은 단지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것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의 성실함은 조직 내 불균형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그의 팀장은 언제나 말했다.

“너무 완벽하려 하지 마. 그게 오히려 팀워크를 망쳐.”

그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건 잘못이 아닐 텐데, 왜 그것이 문제로 지적되는 걸까.


시간이 지나며 그는 깨달았다.

이곳에서 ‘적당히’는 미덕이었다.

모두가 평균에 맞춰야만 편안했고, 튀지 않아야만 인정받았다.

그는 묵묵히 더 많은 일을 해냈지만, 그럴수록 주변의 시선은 점점 차가워졌다.


팀 회의 시간에는 그가 한 말을 아무도 이어받지 않았다.

아이디어를 내면 조용히 흘러가고, 다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박수가 나왔다.

그는 점점 말수가 줄었고, 보고서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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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주말, 85세 어머니를 뵈러 시골로 향합니다. 된장국 냄새, 고추밭의 흙내음, 말 없는 인사 속에 담긴 사랑을 기억하고 기록합니다. 어머니 앞에 서면 나는 다시 아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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