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제왕: 발효의 탑으로
밤이 내려앉은 발효의 탑은 바람조차 조용했다. 탑의 28층, 이 층은 온도를 빼앗아가는 칼날 같은 공기와 아주 느리고 낮은 숨으로만 움직이는 세계였다.
문을 밀고 들어선 순간, 내 볼을 스치는 냉기가 소금의 알갱이처럼 서걱였다. 바닥은 얇은 서리로 반짝였고, 벽면엔 겨울 강의 표면처럼 미세한 균열이 얽혀 있었다.
그 균열 사이사이로 희미한 숨소리가 들렸다. 마치 오래된 장독대가 한겨울을 건너며 내는 낮고 깊은 신음 같았다.
나는 호흡을 가늘게 줄였다. 이 층의 규칙은 간단했다. 열을 욕심내지 말 것. 빨라지지 말 것. 침묵을 부술 만큼 큰 동작을 삼갈 것. 발효의 탑에서 배운 것 중 많은 진실이 이 두서없는 금지들 안에 있었다.
급해질수록 소금은 과해지고, 과한 소금은 목숨을 지키지만 맛을 잃게 한다. 느슨해질수록 온기는 달아나고, 달아난 온기는 미생물의 노래를 끊어놓는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저온의 밤에 깃든 젖산의 노래를 끝까지 듣는 것이었다.
바람 대신 흐르는 것은 향기였다. 가지런한 배추 대가리. 고춧가루의 말갛고도 쓴 단내. 다진 마늘의 생기가 숨을 비집고 나왔다가 금세 덮였다.
냄새들은 겹겹의 담요처럼 서로를 덮거나 비껴갔다. 우리는 종종 온도를 숫자로만 기억한다. 섭씨 몇 도. 권장 보관 온도. 그러나 이곳에선 온도가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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