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비교를 멈추는 순간, 나의 시간이 시작된다

변화는 결심이 아니라 누적이다

by 수미소


나는 오래도록 비교 속에서 살았다.
누군가는 더 빨랐고,
누군가는 더 멀리 갔고,
누군가는 이미 도착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같은 출발선에 섰다고 믿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항상 뒤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SNS 속 환한 얼굴들,
성과를 자랑하는 게시물들,
조용히 쌓아 올린 누군가의 결과들.
그 모든 것이
내가 아직 부족하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자주 조급해졌다.
지금 이 속도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이만큼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스스로를 더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비교를 할수록
나는 더 나아지기보다
더 작아졌다.


남의 속도에 맞추려 할수록
내 리듬은 흐트러졌고,
남의 기준을 붙잡을수록
내 방향은 희미해졌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나는 남의 길을 보느라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는 걸.


누군가는 빠르게 가는 대신
많은 것을 흘리고 지나갈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멀리 가는 대신
다른 무게를 짊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이는 거리만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알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왜
나의 시간을 남의 시계로 재고 있었을까.


비교는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오래 붙잡고 있으면
자존을 갉아먹는다.


나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왔다.
“지금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졌는가.”


남보다 앞섰는지가 아니라
어제보다 단단해졌는지,
어제보다 솔직해졌는지,
어제보다 조금 덜 흔들렸는지.


그 질문 앞에서
비교는 힘을 잃는다.
내 인생은
타인의 그래프와 나란히 놓고
평가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나는 나만의 환경에서,
나만의 조건 속에서,
나만의 속도로 쌓아 왔다.
누군가는 화려한 도약을 했고
나는 긴 우회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회가
가치 없는 시간은 아니다.
돌아가는 동안
나는 다른 풍경을 보았고,


다른 사람을 만났고,
다른 감정을 통과했다.
그 모든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비교를 멈춘다는 건
패배를 인정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경쟁에서 빠져나와


비로소 나의 삶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남이 얼마나 멀리 갔는지는
더 이상 내 문제가 아니다.
나는


내가 갈 수 있는 만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충분히 가고 있다.


비교를 내려놓는 순간
이상하게도 숨이 편해진다.
급하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앞서지 않아도 되고,
괜히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아도 된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느리고, 서툴다.
하지만 그 모습 그대로
하루를 쌓고 있다.
변화는
남보다 앞서겠다는 결심에서 오지 않는다.


어제의 나를
한 번 더 넘어서는
작은 누적에서 온다.
그래서 오늘은
누군가를 이기지 않아도 된다.


그저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로 살면 된다.
비교를 멈추는 순간
비로소
나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나를 앞으로 데려간다.


오늘도
나는 나의 속도로 간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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