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신(神)’을 만나 뜻을 이룰 이는 바로 '나'다

더불어 있음의 신학과 철학 1

by 유대칠 자까

결국 ‘신(神)’을 만나 뜻을 이룰 이는 바로 '나'다.


신(神)은 어디에만 머무는 이도 아니고, 어딘가에 더 머무는 이도 아니다. 그러니 누군가 어딘가 있다고 신에게 더 가까운 것도 아니고, 그만이 신과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 신은 어디에나 있다. 어디에나 있기에 모두가 신과 더불어 있다. 사람만 더불어 있는 것도 아니고, 저기 저 돌도 신과 더불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이 만년필도 신과 더불어 있다. 내가 신과 더불어 있는 만큼 말이다. 우린 너무나 쉽게 우리만 신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가운데도 누군가가 더 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신에 더 가깝기에 신의 목소리를 우리보다 더 잘 들을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인지 그의 말을 잘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은 그의 귀를 통하여 우리에게 자기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신의 생각을 잘 따르기 위해 우린 신에게 더 가까운 그의 말을 잘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데 신은 그들에게 더 가까이 있지 않다. 신은 어딘가에 더 머무는 이도 아니고, 누군가와 더 가까운 이도 아니다.


신은 ‘모세(מֹשֶׁה)’에게만 더 가까이 있었을까. 신은 ‘최제우(崔濟愚, 1824~1864)’와 ‘최시형(崔時亨, 1827~1898)’에게만 더 가까이 있었을까.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신은 모세에게만 더 가까이 있지 않았다. 모세만을 사랑한 것은 더욱 아니다. 신은 모세뿐 아니라, 유대 민중 전체와 더불어 있었다. 이 땅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다. 19세기 조선의 부조리, 그 부조리 가운데 힘겨운 민중 하나하나와 신은 더불어 있었다. 지금 우리는 미처 기억하지 못한 그날 고난의 시간 무시(無視)와 멸시(蔑視)를 일상으로 여기며 살아가던 슬픈 존재 하나하나, 백정, 기생, 광대... 노비 그 하나하나의 눈물과 더불어 있었다. 신은 최제우와 최시형에게만 더 가까운 이가 아니라, 그 모두와 전체가 되어 더불어 있었다. 우린 모세와 최제우 그리고 최시형을 기억하지만, 사실 신은 그들에게만 가까이 있던 이가 아니다. 신은 그 고난의 자리, 홀로 아파하는 아무개보다 몇몇 누구와 더 가까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있는 이가 아니다. 절대 그런 이가 아니다.


신은 양반에게 더 가까이 있지 않고, 신은 성직자와 목회자에 더 가까이 있지 않으며, 신은 무속인에 더 가까이 있지도 않다. 신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나와도 지금 더불어 있다. 나와 더불어 있으니 신과 대화하며 때론 더불어 다투고, 때론 더불어 울고, 때론 더불어 화내고, 때론 더불어 웃어야 하는 이는 바로 ‘나’다. 나는 신 앞에서 때론 능동이고 때론 수동이다. 그러니 나의 삶 속에서 신을 만나 대화하며 신의 뜻을 알기 위해 쉼 없이 묻고 답하고 묻고 답해야 하는 이도 ‘나’다. 즉, 신학(神學)의 주체는 바로 ‘나’다. 굳이 길고 어렵고 복잡한 언변이 아니라도 욕설이 녹아들어 간 말로 화내며 따져 묻을 지라도 결국 나에게 뜻으로 다가오는 신학의 주체는 바로 ‘나’이어야 한다. 신은 나 아닌 누구에게 더 가까운, 나에겐 먼 그런 이가 아니기에 말이다. 신은 지금 바로 이 순간도 나와 더불어 있다. 여기에서 ‘더불어 있음의 신학’은 시작되는 거다.


2022년 6월 16일

유대칠 씀



유대칠

<대한민국 철학사>와 <신성한 모독자> 그리고 <일반형 이상학 입문> 등의 저자이며, 라틴어로 쓰인 니콜라우스 쿠사누스의 <감추어 계신 하느님에 대한 대화>를 한국어로 번역한 역자이기도 하다. 광주 시민자유대학에서 중세 철학과 고전을 강의했으며, 경향신문의 시민대학에서 중세철학을 강의했다. 또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를 위한 철학을 강의했으며, 대구 소방본부에서 논리학을 강의하기도 하였다. 대학에서 10여 년간 글쓰기와 인문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한국방송 인문학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였고,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에 철학자로 소개되기도 하였다. 지금은 철학사와 고전 그리고 고전어를 토마스 철학학교 오캄연구소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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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1_135757.jpg 주왕산 2022년 유대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