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젖은 신발과 옷, 비린내, 그리고 찝찝하고 습한 공기.
나는 장마철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때는 내가 좋아하는 물놀이를 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사회생활을 할 때 이 장마는 나를 너무 힘들게도 하고 때로는 서럽게 만들었다.
열차승무원으로 일할 때는 비를 맞는 일이 허다했다.
회사에서 역으로 이동할 때면 비에 구두와 유니폼, 그리고 캐리어가 젖어들어갔다.
그래서 일하는 내내 물을 먹은 신발과 유니폼을 입고 다녀야 했다.
그 상태로 정차역을 편도 적게는 8번에서 많게는 16번을 오르내려야 했다.
정차역에 비를 가려주는 가림막이라도 없으면 순전히 온몸으로 비를 맞아야 했다.
그래서 여름에도 감기를 달고 다닌 적이 자주 있었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장마철에도 비를 맞지 않아 좋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운전을 해야 하니 서툰 운전 실력에 다음날 비가 오는 것이 걱정되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비가 오는 날은 유독 차가 더 밀렸다.
그런 날엔 내 짜증과 걱정이 극에 달했었다.
인생에도 장마 기간이 있다.
나에게도 우울증이라는 장마가 찾아왔다.
처음에는 내가 우울증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누구나 겪는 힘듦이고 지금 내 상황 때문에 그런 걸거라 생각했다.
예전에는 출근하면서 차에 치여 죽고 싶다 는 생각을 했다면 우울증에 걸린 뒤로는 '난 당장 오늘 죽어도 괜찮아.'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잔뜩 채웠다.
차를 운전하면서도 그냥 저 차에 들이받고 죽어버릴까 하는 충동에 휩싸였다.
어느 날은 가족에게 "나는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어."라고 말했다.
이쯤 되니 내가 정상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병원을 찾았고 검사 끝에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내 감정을 온전히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장마가 그치길 기다리기보다 우산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찾아낸 내 우산은 자기 계발이다.
나는 전부터 무언가를 배워서 성장하길 좋아했다.
먼저 학창 시절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그만둔 미술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피그마와 UXUI 디자인, 웹디자인 기능사 공부를 하며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채워나가고 있다.
운동도 다시 시작했고 영어와 일본어도 공부 중이다.
꾸준히 대외활동에도 지원하고 있으며 창업을 위한 강의도 수강 중이다.
최근엔 독서도 시작했다.
현재진행형이지만 이렇게 나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즐기다 보니 우울증도 차도를 보이고 있다.
나는 이렇게 장마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보다 우산을 찾는 법을 선택했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우산을 찾고.
그렇게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신은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준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나를 죽이지 못하는 그 고통은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
그저 초연하게 바라보면 보인다. 나만의 돌파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