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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Garden Jul 17. 2021

건축의 존재 이유

What I thought #.1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세상 모든 창조물들은 위대하지만, 그중에서도 건축은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는 땅으로부터 솟아오른 다양한 건물들은 그 나라, 사람들, 문화, 환경 모두를 대변하고 있다. 건축물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살기 위해, 혹은 방문하고 머무르기 위해, 어쨌든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것들이 탄생하곤 한다.

사진 출처 : nytimes


베슬,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독특한 건축물이다. 벌집 모양을 하고 있는 이 건물은 세계적 건축 스튜디오인 헤더윅 스튜디오가 지은, 독특한 구조의 전망대이다. 높이 45m, 1500개의 계단을 지그재그 식으로 올라가면서 다양한 눈높이와 각도에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건축 구조를 한참 벗어나 있는 이 신기한 건물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올해 초 베슬은 무기한 폐쇄가 결정되었다. 


사진 출처 : nytimes

이 전망대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생겨나 버린 것이었다. 유명 건축 스튜디오가 지은 뉴욕의 거대한 랜드마크가 자살 명소라는 오명이 덧씌워지게 된 건, 난간의 높이가 누구라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낮기 때문이었다. 몇 개월 간의 폐쇄, 그리고 마침내 최근 다시 재개장을 하였다. 몇 개의 규칙을 달고. 


1. 단독 입장은 불가

2. 입장료 10불(기존은 무료였음)

3. 관리 인력 강화


난 이 규정들에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결국 자살의 책임을 건물의 구조 탓이 아닌 사람에게로 돌렸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단독 입장 불가 정책은 지금까지 자살한 사람들이 혼자 왔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되면 혼자 놀러 온 관람객은 입장하기 어려울뿐더러, 자살하려는 사람끼리 동반 자살하기 위해서 같이 입장한다면 이것을 막을 길은 없다.


또한 기존에는 무료로 들어갔다면 10불의 금액을 관람객에게 요구한다. 해당 금액은 건물 관리 인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이는 결국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구조로 만들겠다는 뜻이 아닐까.  건물 관리 인력들은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볼 것이고, 그럼 편하게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도 마음껏 감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낮은 담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로 안전 펜스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음에도 그건 포기했다는 뜻이었다. 여기서 나는 건축은 누굴 위한 것이어야 하나는 생각이 들었다. 헤더윅 스튜디오 같은 명성을 가진 스튜디오가 지었다고 해서 무조건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자신들의 디자인의 허점을 인정하지 않은 채, 사람이 그곳에서 자살하는 이유를 사람에게 떠넘겼다는 것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담을 올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물론 돈도 많이 들고 미관상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 그 외에도 여러 이유는 있었을 것이다. 이런 규정을 발표하기까지는 나름의 합리적인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하지만 건축물은 언제나 사람의 방문을 환영하는 구조여야 하고, 잠깐이든 아주 오랫동안이든 사람이 머무르는 공간인 만큼 무조건 사람이 이용하기 좋은 환경이어야 한다는,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결정이 난 것에 대해서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제 아무리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라 할지라도.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존재의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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