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기르기 / Mantis
(사마귀 사진 있음)
나는 일주일에 토요일 하루를 쉰다.
가게를 하고 있어서 일주일에 이틀 이상 쉬는 것이 부담스럽고 어떨 때는 하루도 못 쉬고 일할 때가 있다. 그래서 힘들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만의 시간도 필요하다고 느껴서 일주일에 하루를 쉬는 날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못 쉬어도 좋고, 만약 된다면 이틀 쉬어도 좋다.
각설하고, 이주 전쯤인가, 삼주 전쯤 토요일에 가게를 비우고 밖에 나가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을 때 가게에서 카톡이 하나 왔다. 초록색의 낯선 사마귀 한 마리 사진이었다. 사진 바로 아래 설명이 이어졌다. 간판 불이 밝아서 날아와 붙어있던 것을 생포했다고,,, 그때부터 나는 사마귀 두 마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조조는 자기 발로 기어들어 왔지만 얘는 무슨 죄가 있어 여기에 있나 싶다.ㅎ
다음날 와서 보니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풀 몇 개와 초록 사마귀를 같이 넣어 놓고 랩으로 싸서 구멍을 뽕뽕 뚫어서 잡아놨다. 잔뜩 겁먹은 것처럼 내가 그릇을 살짝만 건드려도 엄청 예민하게 반응했다.
초록 사마귀는 딱 봐도 조조랑은 종이 달라 보였다. 몸이 훨씬 작았고, 얼굴형(?)도 달랐다. 얼굴형에 대해 뭘 알겠냐만은, 그냥 딱 보면 다르게 생겼다. 마치 동양인과 서양인의 생김새가 다른 게 그냥 보면 보이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조가 있는 작은 텃밭에 초록 사마귀를 풀어줬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일이 없도록 조조는 토마토 나무를 거처로 삼아주고, 초록 사마귀는 고추나무를 거처로 삼아줬다. 애들이 참 착해서 내가 올려준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얌전히 붙어있었다.
초록 사마귀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일주일 정도는 그냥 초록이라고 부른 것 같다. 초록 사마귀의 이름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쿵푸 판다에 나오는 쿵푸하는 초록색 사마귀가 생각나서 검색해보니 맨티스라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나는 얘를 맨티스라 불렀는데 사마귀가 영어로 Mantis였다. Kung fu Mantis가 사마귀 풀내임인 줄 알았는데 그건 어떤 사마귀 종에 국한된 이름인 것 같다. 나는 사마귀의 이름을 '사마귀'라고 지어준 것이다...
아! 그리고 조조는 이때쯤에 마지막 탈피를 했는데 뭐랄까, 맨날 스포티한 옷만 입던 남자가 어느 날 슈트를 입은 느낌?으로,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어쨌든 앞날개와 뒷날개의 조화가 아주 이쁘다. 특히 애매랄드 빛이 나는 뒷날개가 아주아주 마음에 든다.
어쨌든 조조는 완전한 성충이 되었고, 이제 이쁜 색시만 찾아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맨티스가 나타났다.
그래서 급하게 생물 박사 추형에게 물었다. 맨티스가 암컷인지, 조조와 맨티스를 교배시켜도 되는지 등등,, 생물 박사 추형은 뒷날개를 보는 것으로 간단히 같은 종인 지를 확인 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암컷인지 수컷인지는 자신도 봐야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했다. 뒷날개로 종을 알아보는 것은 왕사마귀일 경우 뒷날개 색깔이 갈색이고 일반 사마귀일 경우에는 초록색이라고 했다. 예상대로 조조는 갈색이었고 맨티스는 초록색이었다. 다시 말해서 맨티스와 조조는 교배시키면 안 된다. 교배를 시도할 시, 둘 중 하나가 나머지 하나를 잡아먹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쨌든 그래서 나는 솔로 사마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중매라도 서줘야 하는 건가... 나는 사마귀 집사에서 사마귀 중매인이 되는 거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