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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루양 Feb 21. 2021

올해는 학교를 갈 수 있을까?

서울~ 사이버대학을 다니고...내 인생은 달라지나(2학기) 

방과 후에 

떡볶이 먹을 기회가 없다니


  학교에 다시 갈 뻔 했던 적이 있었다. 지난 5월... 확진자 추세가 좀 꺾이는 가 싶었고, 학교에서도 대면수업을 자율로 결정하라고 했다. 교수님도 ‘얼굴이라도 한번 봐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운을 띄웠는데, 제길! 이태원 발 확진자가 또 Y,Y (.......) 그렇게 학교는 빠이빠이 빠이빠이... 1학기 문을 닫았더랬다.      


  나 혼자 ‘제길제길’ 하며 되뇌이고 있었는데, 언니S가 이렇게 말했다. “00이는 올해 초등학교 들어갔잖니. 학교를 한번도 못갔어.” 네??? 나야 초중고대 나와서 대학원을 못간 것 뿐이지만, 처음 학교 가는 내 조카한테는 너무한 일이잖아!!!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은 어린이는 어떤 중학생이 될까? 학교를 가야 정상, 학교를 안가면 비정상이라는 게 아니라, 대안 교육을 선택한 것도 아닌데 첫 학교 경험을 컴퓨터 화상으로 하는 어린이의 삶이란....... 모든 게 가상적으로 느껴지고, 외롭지 않을까? 저 너머에 있는 친구랑 방과 후에 떡볶이조차 먹을 기회가 없다니. 방과 후에 캔모아 없는 중학생 삶이라니... 언니 얘기를 듣고 나는 일주일 정도는 슬퍼졌다.      


  2학기가 시작됐다. 2학기 때는 강의 시스템이 훨씬 개선되긴 했다. “나는 기계를 다룰 줄 몰라서...”라고 운을 때던 교수님도 적극적으로 ZOOM을 활용해서 더 이상 PPT나 녹음파일을 주고 받는 일은 없었다. 어쨌든 얼굴 보고 수업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나아지긴 했다. 어쨌든 스크린 너머라도 나와 같은 기수의 친구 얼굴을 눈 여겨 보기도 하고, 발표나 토론 수업을 하면서 나랑 비슷한 관점이나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을 발견할 수는 있었으니까.     


  그래서...! 2학기 초에 용기를 내어... 지난 학기 때부터 우연히 계속 같은 수업 방에서 마주친 J에게 말을 걸었다. 쉬는 시간에 채팅으로 ‘놀라셨죠? 저 000기 누구입니다.’ J도 기다렸다는 듯이 답을 보냈고, 한 학기 수업을 토로하는 걸로 말을 이어갔다. 그 즈음 또 다시 확진자 수가 줄어들었고 (8월 15일 직전....Y.Y) 우리는 기록관에 견학을 가게 되었다. 본 적 없는 J지만 우리 집 근처에 산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고, 기록관은 너무나 먼 거리에 있었다.     


“J에게 연락해서 같이 가자고 할까?”

“연락해봐.”

“얼굴 한번도 못본 사인데, 3시간 동안 같이 차 타고 가면 어색하지 않을까? 할말 없으면 어떡해.”

“혼자가 편하면 혼자가.”

“혼자 가면 3시간 동안 심심하지 않을까? 연락해볼까?”

“.......”     


이렇게 몇 번의 회로를 돌리던 끝에 J에게 연락을 했고, 마침 차가 있는 좋은 친구 J는 기꺼이 나를 픽업해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두근두근 동기 친구와 첫 만남이 있었고... 어색할 거라는 걱정은 ㄲㄲ 수다 떨다가 차선 변경 못해서 지방 갈 뻔 했..... 다행히 좋아하는 게 같은 친구라 차 안에서 진 빠지게 수다를 떨었다.  

    

아, 이렇게 딱 한번이면 되는데!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거. 대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날이었다. 물론 한번 대면한다고 모두와 친해지는 건 아니다. 그날 견학을 가서 여러 다른 동기들과도 대면하긴 했지만, 계속 연락하고 지낸 건 J 뿐이었으니까. 




동료가 생기니

훨씬 재미있어졌다


기본, 개론 수업을 죄 듣다 보니 다음 기수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친구 B도 한번 대면할 기회가 있었다. 이것도 8월 15일 광복절 집회 직전에, 학교에서 다시 한번 대면 수업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교수와 학생 간에 합의가 되면 대면 수업을 하는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민주적인 투표로 대면 수업을 결정한 수업은 모두 ‘그대로 비대면’이 되었다. 직장 생활을 병행하거나 학교에서 멀리 사는 학생으로서는 딱히 대면이 반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대신 교수님이 적극 의견을 강행해 대면으로 진행한 수업이 하나 있었는데, B는 그때 만났다.      


다른 기수였지만, 나이가 비슷했고, 재미있게도 같은 시기에 같은 대학교를 다녔던 터라 첫 만남에서부터 공유할 거리들이 있었다. “앗, 로즈버드 알아요? 운동장 옆에 있던?” 뭐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1학기에 들어선 B가 겪는 혼란에 관해, 서로 대학원에 왜 들어왔는지에 관해 수다를 떨었다. 그냥 수업 끝나고 딱 한바퀴만 걷고 갈까요?라고 했는데, 그날 운동장을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마음이 맞는 친구를 사귀는 일은 정말 기쁘다. 그리고 학교 생활에 대단히 큰 동력과 재미를 준다.     


곧바로 8.15 집회와 함께 학교 문은 잠겼고, 더 이상 얼굴 볼일은 없었지만, 온라인상에라도 수업 중에 아는 친구가 있다는 건 꽤 의지되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B와 J 덕분에 2학기 생활은 1학기 때보다 훨씬 즐거웠다. 때때로 도서관에서 만나 햄버거도 먹고, 커피도 한잔 나눠 마시면서, B의 친구 Z를 소개받았고, J의 동기 K를 만나기도 했다.      


너무나 다른 관심 분야에서 출발해 기록학을 공부하게 된 얘기는 누구에게 들어도 흥미로웠고, 학교 생활의 막막함만 같을 뿐 죄다 다른 진로를 꿈꾸고 있었다. 그런 잠깐의 만남에서 수업시간에 배울 수 없는 학교생활을 배웠다. 논문 주제는 어떻게 잡아야 할지, 논문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수업이 흥미로운지, 어떤 수업은 피하는 게 좋은지 낄낄거림 반, 한숨 반 섞어 나눈 대화들이 학교 생활의 아주 작은 재미였다.      


아마 졸업할 때까지 같은 기수들은 다 만나지 못할 것 같다. 초반에는 한번은 좀 모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졸업장이 필요해서 대학원에 왔고, 굳이 함께 공부하거나 교류하는데 뜻이 없는 친구도 있었다. 기장에게 딱 한번 기수 모임을 건의했을 때도 ‘제가 그 일을 해야 하나요...?’라고 했으니 뭐... 껄껄. 아싸의 노오오력은 여기까지다.      


언제나 그렇지만 결이 맞는 사람들은 서로 알아본다고 믿는다. 수업 중에 이야기를 듣거나 쓴 글을 보면 굉장히 궁금해지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은 결국에 어떻게든 연결되고 만나게 된다. 정말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한 내 대학원 지인들, 소듕하게 교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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