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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꾸러기 덴스 Jan 04. 2019

스타트업, 못난이 소비시대를 주목하라

어글리 딜리셔스의 반격과 파이세대의 가치소비

유럽의 슈퍼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과일은?


 지구를 병들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는 음식물 쓰레기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보고서(2013)에 따르면 해마다 전 세계에서 13억 톤의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7500억 달러(한화 8013000억 원)달한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매년 33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온실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각각 70억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놀라운 것은 음식물 쓰레기 중 먹고 남은쓰레기는 극히 일부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쓰레기는 먹기도 전에 버려지는 음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산,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들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내 음식물 쓰레기의 57%가

식재료 유통ㆍ조리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보관 도중 폐기(9%)되는 사례나, 먹지 않은 채 버리는

쓰레기(4%)도 상당하다.

이를 모두 합치면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의 70%가량은 먹기 전버려진다.

이른바 먹을 수 있는’ 쓰레기 중 마트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것은 바로 ‘바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선 매일 140만 개의 바나나가 버려지고 있다.

이를 가격으로 환산하면 한 해동안 약 8000만 파운드(한화 약 1193억 원) 어치에 이른다.

영국 대형마트 세인즈버리(Sainsbury)에 따르면,

버려지는 바나나는 껍질에 멍이 들어 검게 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설문 결과 영국 소비자들의 30%는 바나나의 표면의 색깔이 변하면 버린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마트에서도 가장 많이 버려지는 식재료는 바나나였다. 바나나는 버려지는 양도 많지

만 기후변화에 끼치는 악영향도 상당할 정도로 많은 양이 버려졌다.

이 곳에서도 바나나가 버려지는 이유는 ‘외모’ 때문이다. 

껍질에 검은 반점이 생기면 버려지고 있다. 소비자가 구매를 꺼리기 때문이다. 바나나에 이어 사과, 토마토, 상추, 파프리카, 배, 포도 역시 판매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보기에 좋지 않게 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바나나는 수확 이후 후숙 과정에서의 변화로 버려지는 대표적인 과일이지만 생산과 동시에 버려지는 농산물도 적지 않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품 중 25~ 33%가 버려지고, 이 중 44%가 야채류다.

맛이 없거나, 영양이 부족하거나, 신선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유통업체가 원하는 규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매끄럽고 예쁜 모양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정확히 표현하면 상품 포장 규격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울퉁 불통하거나 다소 작거나 다소 크면 규격화된 포장에 담기 어렵다.

즉, 생산자들은 과잉 생산한 농수산물 중 유통업체 기준에 맞는 것만 골라내고 나머지는 폐기한다는 뜻이다.  

UN FAO에 따르면 2016년 미국에서 판매되지 않은 과일과 야채는 90억 9089만 달러(한화 약 97186억 원)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못생긴 농작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못난이 농산물의 반격

                                        

 '부끄러운 과일 &채소' 캠페인은 프랑스 대형 슈퍼마켓 체인 '인테르 마르셰(Intermarche)'가 2014년 시작

한 캠페인. 유럽연합국가에서 매년 3억 t의 과채류가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진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못생긴 당근? 수프에 들어가면 누가 신경 쓰나(Ugly carrot. In a soup who cares)?" 같은 문구의 포스터를 뿌려 반향을 일으켰다.


이제는 완벽하지 않은 모양의 과일인 '어글리 프루트'(ugly fruit) 선호 트렌드가 유럽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30~50%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장점이 조명받고 있다.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 식품도 색깔이나 모양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못생긴 점이 소비자에게 신선하고 건강한 식품이라는 신뢰를 주고 있는 것이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이러한 생산자와 유통사의 변화를 가져왔다.

 프랑스 ‘인테르 마르셰’의 매출 신장에 힘입어 영국의 대형 유통 업체인 아스다(Asda)도 '못난이 농산물’ 소비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며 지난해 ‘못난이 채소 상품 박스’ (Wonky VegBox) 판매로 인기를 끌었다.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 ‘불완전한 상품’(Imperfect Produce)은 못난이 농산물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통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못난이 농산물을 이용해 요리를 하는 레스토랑들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도 B급 농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프레시 어글리’, ‘파머스 페이스’, ‘공 씨 아저씨네’ 등 전문 온라인몰까지 등장했다.'프레시 어글리'는 유통업체에서 받아주지 않는 파프리카·토마토·사과·고구마30~50% 저렴하게 판매한다.
‘파머스 페이스’에서는 흠이 난 사과에 '보조개 사과'라는 명칭을 붙여 판매한다.
‘공씨아저씨네’는 ‘B급’, ‘흠과’, ’ 못난이’로 불리는 과일을 판매한다.'공 씨 아저씨네'는 시장에서 ‘B급’으로 판정한 과일의 값을 80%까지 올린 이른바 ‘흠과 농산물 마케팅’에 힘쓴다.
이 업체들은 모두 합리적인 가격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공씨 아저씨네 페이스북 페이지(출처)

남들의 소비패턴을 따라가거나 과시적인 소비 성향 대신 가격 경쟁력과 품질 등을 면밀히 따져 자기만족을 지향하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그 바람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은 ‘가치소비’ 트렌드와 함께 농가를 살리고 환경오염도 줄이자는 ‘윤리적 소비’까지 맞물리면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럼 다른 분야에서는 이러한 가치소비가 어떻게 나타나는가?


스타트업, 파이세대의 소비패턴에 주목하라

파이(P.I.E.) 세대라고 들어보셨나요? 개성(Personality), 투자(Invest in myself), 경험(Experience)의 약자로 1990년 말에서 2000년 전에 태어난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파이 세대는 패션, 여행, 고급 외제차 등 여러 방면에서 기존과  차별화되는 소비 형태를 보이고 있다.                                                   

파이세대는 대체로 1년에 명품 브랜드 가방 하나쯤은 꼭 구입하고, 유럽 쪽 해외여행을 즐긴다. 그 비용을 충당하느라 연애나 결혼은 생각지도 않는다.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확실한 지금의 행복을 위해 소비한다는 것이다.


파이세대는 새로운 여행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혼행(혼자서 여행)’에서 더 나아가 여행 목적지가 같은 낯선 사람과 만나 함께 여행을 떠나는 ‘따로 또 같이’ 여행도 등장했다. 이들은 온라인 카페나 여행 커뮤니티 등에서 동행자를 구한 후 혼자 가기 어려운 근교 관광지를 함께 방문하거나 여럿이서만 예약할 수 있는 체험 일정을 소화하는 상품이다. 공유 숙박업체 에어비앤비는 최근 공유 숙박은 물론 현지인 모임에 참여하거나 전문 자격증이 있는 집주인과 함께 현지 문화를 체험하는 ‘에어비앤비 트립’을 내놨다.   

                   

에어비엔비 트립 홈피(출처)

차를 소유하는 것에 가치를 두지 않는 파이세대는 자신이 필요할 때만 차를 빌려 쓰는 공유차 시장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1년 약 6억 원 규모였던 국내 공유차 시장은 2020년엔 5000억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물론 수입차 비중이 훨등히 높아질 것이다.


파이 세대가 이처럼 소비에 몰입할 수 있는 원천은 연애, 결혼, 출산에 이어 집을 포기한 데서 나온다고 한다.

어차피 최근 몇 년 새 미친 듯이 오른 집값으로 파이 세대가 월급 모아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올해 2019년은 뉴트로(New-Tro)의 시대


이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 트렌드가 '뉴트로(New-Tro)'이다. 전문가들은 올해의 문화코드라고 예측한다.

말 그대로 새로움을 뜻하는 'New'와 회상·추억 등을 의미하는 '레트로(Retro)'의 합성어다. 뉴트로는 레트로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다. 레트로는 30~50대가 과거에 대한 그리움으로 복고에 빠져드는 현상이다. 반면 뉴트로의 주체는 10·20세대다. 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옛 것'에서 새로움을 느껴 복고에 열광하는 현상이 뉴트로다.

명품 패션 브랜드들은 △'빅로고' 프린트, '어글리' 디자인, '코듀로이(코르덴)' 소재를 내세우면서 1990년대 스타일은 재해석하거나 △1990년대 인기 있던 제품을 새로 내놓는 '복각 상품' 출시하면서 뉴트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디올은 2000년대 초 유행했던 자사의 인기 제품 '새들 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폴로 랄프로렌도 1992년 국제 요트대회 미국 국가대표팀이 입었던 유니폼을 복각한 'CP-93 컬렉션'을 출시했다. 1990년대 초기에 유행했던 선명한 원색과 그래픽 프린트, 보트 이미지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오렐리웅 남성 스니커즈와 CP-93 컬렉션

크리스천 루부탱은 NBA(미국 프로농구)의 전성기였던 1990년 농구화를 닮은 '오렐리 옹 남성 스니커즈'를 출시하며 뉴트로 열풍에 합류했다. 농구화처럼 투박한 디자인과 복고풍의 다양한 색상·패턴 조합이 이목을 끈다.

루이비통은 화려한 색상의 브랜드 로고와 엔틱 금장 심벌을 포인트로 준 '뉴 웨이브 체인 백'을 선보였다. 핸드백 상단 손잡이 쪽에 다채로운 컬러 로고를 더해 1990년대 느낌을 낸다.


전문가들은 복고를 자신의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즐기는 뉴트로 열풍이 패션뿐만 아니라 문화 코드로 확대되면서 트렌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어글리 딜리셔스의 시대 그리고 파이세대

지난 2월에 넥플릭스가 내놓은 8부작 푸드 다큐멘터리 <어글리 딜리셔스 Ugly Delicious>가 있다.

어글리 딜리셔스는 뉴욕에서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 MOMOFUKU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계 스타 셰프 데이비드 장과 그의 친구 요리 평론가 피터 미한이 세계 각 곳을 누비며 이제는 미국의 주류가 되어버린 외국 유래의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음식 안에 스며들어있는 다양한 문화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다큐멘터리이다.


넥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어글리 딜리셔스>

밥같이 정갈하진 않지만(Ugly) 정말 맛있는(Delicious) 그리고 각각의 경험이 담긴 스토리가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파이 세대를 가장 함축적으로 설명한 용어이기도 하다.


그들이 무엇에 열광하는가, 그들이 무엇을 지향하는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소비는 무엇인가

우리네 대부분의 삶이 규격화되지 않은 못난이 같다고 인정하고 들어가지만 그러나 그 속에는 나만의 개성이 녹아든  A급의 맛과 취향을 경험을 통해 소유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것이 아마도 파이 세대 일 것이다.


시대가 주는 열악한 환경 탓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세대,

 무분별한 소비를 한다는 오해가 많지만 자신이 가치를 두는 부분에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아예 안 써버리는 양면성을 가진 세대. 불확실한 미래보다 달콤한 현재에 투자하는 세대. 불확실한 소유보다는 경험에 만족하는 세대.

자기 취향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파이 세대의 취향을 읽지 못하면 어떠한 스타트업도 생존하기

어렵다.  



오늘 2000년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이다.

이들의 문화는 파이 세대보다 훨씬 혁신적이고 드라마틱할 것이다.

향후 10년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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