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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꾸러기 덴스 Jan 09. 2019

팬덤의 진화와 마케팅4.0

스타트업, 팬덤 경제를 활용하라(3)

초연결사회의 팬덤의 진화는 곧 소비자의 진화


한때 일부 아이돌 문화라고 치부하던  하위문화가 ‘팬덤(Fandom)’이란 이름의 문화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일한 관심사를 통해 연대감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나 그들의 문화적 활동을 팬덤이라 부른다.

1세대 오빠 부대, 2세대 온라인 커뮤니티가 특징이었던 팬덤 문화가 3세대에 이르러 SNS 계정을 팔로우하며 스타와 소통하더니, 이제 4세대에 진입했다. 팬덤 4.0 시대의 팬들은 단순한 추종자 입장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향유하는 양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 창조자가 돼 기업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발아한 이 현상이 기업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성장해 왔다는 사실이다.


‘스타’와 ‘팬’이란 용어에 ‘기업’과 ‘소비자’란 단어만 바꾸면 ‘기업 팬덤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유대 관계가 끈끈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된 데는 물론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와 SNS라는 환경의 성숙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렇게 연대한 소비자들은 단순히 팬심을 소극적으로 표출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강한 로열티를 가진 소비자가 아니라 경영과 정보, 그리고 유통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매개자’이자 ‘콘텐츠 생산자’ 임을 자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팬덤 또는 팬덤 문화의 확산이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 탄생된 것이 아니라 ‘자발성’이란 소비자의 동력으로 잉태되고 성장했다는 점은 중요한 부분이다. (전편에 얘기한 '프로듀서 101' 사례는 그런 면에서 편덤을 활용한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팬덤, 충성고객(단골)은 마케팅 측면에선 동의어이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4.0 시대의 가장 잘 연결된(Linked)

조직이다. 이들은 스스로 원하는 상품을 직접 만들거나 제작 과정에 관여하는 능동적인 프로슈머를 비롯해 참여, 공유, 개방을 특징으로 한다.(개방은 아이돌 팬덤에서는 여전히 배타적이다.)

바로 이런 소비자의 진화를 기업이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힘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이들은 과연 어떤 연결 경로를 거쳐 집단 지성을 발현하는가?


새로운 고객 경로의 접점을 분석하라  


기업 메시지의 노출 빈도와 양을 늘린다고 해서 반드시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접점(5군데)에서 고객과 의미 있게 연결되어야 효과적이다. 단지 한순간만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줘도 고객은 그 브랜드의 충성스러운 옹호자로 변신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고객의 구매 경로를 알고, 고객과의 접점을 이해해야 한다.

필립 코틀러에 따르면 마켓 4.0(초연결 시대)에는 고객의 경로는 다음의 5가지 과정으로 설명한다.

고객이 인지하고, 호감을 느끼고, 묻고, 행동하고, 옹호(충성)한다.


오늘날 마케팅은 궁극적으로 고객을 인지에서 옹호 단계로 이동시키는 것이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단계가 질문(묻는) 부분이다. 고객이 직접 조사를 하는 단계인데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온라인에서 사용후기, 댓글을  찾아보는 과정이다. 이 경우 연결된 같은 취향의 커뮤니티의 힘이 절대적이다.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그 전 단계 호감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물론 초기 아이폰처럼 브랜드 충성도가 강한 고객은 이 과정이 생략된다.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바로 구매하고 웅호 하는 후기 콘텐츠를 남긴다.

보통 고객 경로를 말하면 고객 구매 경로를 의미했다. 그러나 연결사회에서 마케팅에서는 구매 이후의 마케팅이  중요하기에 그냥 고객 경로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고객의 구매 여정에 기반한 '고객 경로' 개념은 최근 온라인 타깃 광고를 비롯한 디지털 마케팅 현장에서 많이 논의되고 실무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데이터 마케팅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구글 애드워즈에서는  특정 상품의 상세 페이지를 조회(인지)하고 간 사람들을 추적하여 유입자 리스트('잠재고객 목록'이라 부른다.)를 차곡차곡 만들어둔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다른 웹사이트나 다른 앱을 사용하려고 이동할 경우 그 방문자를 물귀신처럼 따라다니면서 조회하고 간 상품을 다시 소개하는 광고를 자동으로 만들어 뿌리는 '다이내믹 맞춤 광고 시스템'을 제공한다.
구글 광고에서 '동적 리마케팅 광고' 부르는 상품인데, 이것을 그대로 흉내  페이스북의 광고 상품이  바로 '페이스북 다이내믹 광고(DPA)'.  둘은 부르는 광고 상품의 이름만 다를  기본 원리는 같다. 필립 코틀러와 같은 세계적인 마케팅 룹에서부터 말단 온라인 광고 운영자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마케팅에 종사하는 이들이 집중하는 과제는 하나다.

어떻게 하면 방문한 고객을 붙잡아 관심과 성향, 행동 패턴을 알아내고 각자의 요구에 맞춰 1:1 맞춤 제안을 만들어 보낼 수 있을까이다. 맞춤 제안이 노리는 궁극적인 성과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단골'과 충성도 높은 고정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그래야만 이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손님을 소개하고 스스로 브랜드의 홍보대사 역할을 도맡아 기업 대신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애플빠', '샤오미 빠'들이 생겨나는 현상은 결코 새롭지 않다.
소비자가 공급자 위에 서게 되면 브랜드 선택권은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넘어온다. 선택 우위에 선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려면 그들의 선호와 요구를 알아내고 함께 대화를 나눔으로써 자발적인 지지 의사를 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팬덤의 마케팅 활동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기업 팬덤 현상은 어떤 모습과 색깔을 보이고 있을까? 우선 코카콜라와 할리데이비슨 같은 기업의 성공 공통분모가 다름 아닌 오래된 팬덤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기업 팬덤 현상은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례로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공개하면서 일정액의 예약금을 받았다. 차량의 예상 인도 시점이 2017년 말인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의 선분양 후 입주와 같은 방식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불과 2주 만에 전 세계에서 약 32만여 명의 예약자를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제품 개발을 위한 자금 모금은 물론 신제품 판매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이는 테슬라에 대한 소비자의 팬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사건’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테슬라의 극성스러운(?) 팬들이 자발적으로 광고 영상을 직접 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니 기업의 입장에서 팬덤 문화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테슬라의 사례가 팬들이 기업의 마케팅에 참여한 것이라면, 팬심이 기업 활동의 전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케이스가 바로 샤오미다.


팬들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중국에서 스마트폰 신화를 써 내려간 샤오미는 팬 모임 ‘미펀(米粉)’의 집단지성을 경영 전반에 반영하며 오늘의 성공과 입지를 다진 기업이다. 그 과정에서 ‘대륙의 실수’가 양산됐고, ‘중국판 애플’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현재 샤오미는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소프트한 사물인터넷 스마트홈’을 지향하며 다양한 스마트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새로운 신화를 추구하고 있다.


샤오미는 자사의 기술을 소비자와 공유하면서, 충성도 높은 팬들의 집단지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서 대륙 곳곳에 존재하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미 펀들로 하여금 “이 제품은 내가 만들었어!”란 생각을 품게 만들고, 그런 팬심이 다시 충성도로 다져지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라는 제품의 혁신성과 ‘중저가와 대중적 가성비’라는 신선한 전략이 테슬라와 샤오미에 두터운 팬층이 형성된 원인이라면, ‘재미’라는 요소는 노포였던 레고에 싱싱한 젊음을 불어넣은 결정적 한 방이었다.

레고의 팬 모임인 ‘어른들의 판타지’는 레고로 만든 창의적 작품과 제작 방법을 공유함은 물론 제작한 동영상을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과 연대하고 있다. 팬클럽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들이 스스로 재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즉 과거에는 ‘입소문 마케팅’에 머물렀던 팬심이 이제는 자발적 마케팅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초연결 시대에 속도, 유연성, 적응성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사례는 기술 중심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팬이라고 생각했고, 연결된 소비자의 힘을 인식하면서 기존과 다른 혁신적 접근을 수행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구매자이자, 생산자이다. 또한 영향자이자 전파 자이기도 하다.

한편 소비자들은 이성보다 감성의 영향을 더 받고 있다. 품질, 가격 이상으로 중요해지는 것이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감동이다. 고객에게 자신만의 매력과 감동, 더 나아가 영감을 준다면 그들은 자발적으로 마니아, 팬이 될 것이다. 기업들은 미래 생존을 위해 소비자를 위한 생각과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판매를 마케팅의 종결점으로 본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 판매 이후가 브랜드 옹호 세력, 즉 팬을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팬덤 마케팅의 시작이다. 왜냐하면 고객은 구매 후 사용 경험을 통해 만족감과 친밀감을 느끼면서 충성스러운 옹호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옹호자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은  ‘신선함’과 ‘재미’, 그리고 ‘미적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요소 모두는 인간의 속성과 직결돼 있으며 인간이 즐기는 게임의 중요 속성이기도 하다. 인간은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보이기 마련이고, 스스로 재미를 느껴야만 지속성을 유지하며, 플라톤의 지적처럼 에스테틱(미적)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팬덤문화는 참여의 콘텐츠이자 과정의 콘텐츠이다.  과정의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 팬덤 4.0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컨슈머 인사이트, 제일기획, 2017)을 참고,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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