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고양이와 입체적인 시각
빛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다. 전자 같은 물질 입자도 이러한 이중성을 지닌다. 파동-입자 이중성이란 항상 두 성질을 같이 가졌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때는 파동처럼 행동하고 어떤 때는 입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치를 측정하면 입자처럼 행동하지만, 위치를 측정하지 않으면 파동처럼 행동한다. 이중성의 관측은 본질적으로 고전역학의 체계를 바꾸어놓았다. 양자역학의 기본원리 중 하나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다. 임의의 물질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내용이다(이는 위치와 속도를 함께 측정한다는 고전역학 전제를 완전히 위배한다 1). 위치와 속도를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대신에 양자역학에서는 상태를 규정하는 상태 함수를 전제한다. 상태 함수는 위치와 시간의 함수로, 일반적으로 상태 함수의 절대값을 제곱하면 확률이 된다.
예를 들어 겹실 틈이 있을 때 위쪽 실틈으로 지나간 상태와 아래쪽 실틈으로 지나간 상태가 가능한데, 상태 함수에서는 두 고유 상태가 포개져 있는 것으로(중첩, superposition) 주어진다. 이때 전자의 일반적 상태 함수는 다음과 같다.
측정하지 않으면 전자가 위쪽 길로도 지나가고 아래쪽 길로도 지나가는데, 어디로 가는지 측정하면 둘 중 하나다. 다시 말해, '측정하기 전에도 우리가 모를 뿐이지 두 길 중 하나로 지나갔다'라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가 포개진 상태로 있는데 일단 측정하면 한쪽 길로 간다는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즉, 전자의 상태가 측정하는 순간에 두 고유 상태 중 하나로 바뀜을 뜻한다(=어느 하나로 붕괴 또는 환원된다). 둘 이상의 고유 상태 중 어느 쪽으로 환원되는지는 측정하기 전에는 알 수 없고, 다만 확률로만 말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양자역학 관점에서는 대상계의 상태를 상태 함수로 기술한다. 상태 함수는 여러 가지 가능한 상태를 기술하는데, 일반적으로 계의 상태는 고유 상태들이 포개져 있는 결합으로 표현된다. 이때 그 계에서 어떤 물리량을 측정하면 고윳값을 얻게 된다. 여러 가능한 고유 상태가 포개져 있었는데 측정하면 그중 하나의 고유 상태로 갑자기 바뀌는 것이다. 어떤 고유 상태로 바뀌는지는 명확히 말할 수 없고 다만 각 고유 상태로 바뀔 확률만 이야기할 수 있다.
입체주의 그림을 보면 비슷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보는 이에 따라(측정하고자 하면) 달리 보인다(어느 한쪽으로 환원된다). 그러면 보는 것을 즉 어느 한쪽으로 환원된 것을 믿을 수 있나.
세상은 갈수록 더 복잡해진다. 인터넷이 제2의 현실로 자리 잡으며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의 층위는 더욱 다양해졌다. 보이는 것을 조작하기가 더 쉬워지면서 우리는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든 세상을 살아간다. 그 속에서 우리는 더 '입체적인' 시각을 갖기를 요구받는다.
'볼 수 없음'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보기에 '제대로 보는 것'이 문제가 되는 세상이다.
(제대로 보는 것이 어렵다.)
(참고)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상황은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미시 세계의 상태를 일상생활의 사건으로 확대한 사고 실험이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상자가 있다. 한 시간 동안 깨질 확률이 1/2인 방사선 물질이 있는데, 만일 붕괴해서 알파 알갱이가 나오면 가이거 계수기가 이를 검출해 기계장치를 움직여 독가스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깬다. 즉, 원자가 붕괴하면 고양이는 죽고 붕괴하지 않으면 고양이는 산다. 이때,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원자가 붕괴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양자역학적으로 결정되니 한 시간 뒤 원자의 상태는 두 상태가 포개진 상태로 있을 것이고, 측정에 따라 그 상태가 결정된다. 그렇다면 고양이의 상태도 살아 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가 포개진 상태에 있다. 그런데 산 상태와 죽은 상태가 포개져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는 슈뢰딩거가 거시계에 양자역학을 적용하는 경우 나타나는 해석의 문제점을 제기하기 위해 고안한 사고 실험이다. 또한 '측정'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도 생긴다. 사람이 안에 들어가서 측정을 한다고 치면, 그렇다면 그 사람의 상태 함수는 누가 측정하는가? 이런 식으로 꼬리를 물고 나가면 우주 전체의 상태는 누가 환원시킬 수 있는가? 또한, 꼭 사람이 측정해야 하는가 하는 것도 의문점이다. 이는 현재 표준으로 받아들여지는 '코펜하겐 해석'에 대한 비판들이다. 슈뢰딩거, 아인슈타인 등 여러 쟁쟁한 학자들이 비판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표준적인 기준이고, 그 대안으로 측정 때마다 우주가 갈라져 사실상 무한히 많은 우주와 미래가 존재한다는 '많은 세계 해석(many-worlds interpretation)'과 '보옴 역학'이 있다.
* 우리는 고양이의 삶과 죽음에 집착한다. 아마도 우리네 인생과 닮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정시간과
일정 공간 속에서 때로는 살아있거나 때로는 죽어있거나 하는.
1. 고전역학에서는 주어진 대상에 작용하는 힘을 살펴보고, 힘을 모두 더해 얻은 총 힘(net force)을 대상 물체의 질량으로 나눠 그 대상의 가속도를 구한다. 가속도를 적분하면 임의의 순간에 속도와 위치를 얻을 수 있다. 고전역학에서는 이것이 대상의 상태를 이해한 것이다.
2.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를 전제하였습니다.
3. <피카소와 큐비즘>을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