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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꾸러기 덴스 Apr 10. 2019

 아름다움은 언제나 옳다

20세기 최고의 천재가 남긴 명언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아니 그보다 더 위대할지도 모르는 

리처드 벅민스터 풀러(Richard Buckminster Fuller, 1895-1983).


그의 앞에는 붙는 수식어가 많다.  건축가·공학 기사·발명가·철학자·저술가·지도제작자·기하학자·미래주의자·교사·시인이었던 풀러는 20세기 후반 가장 독창적인 인간이다. 그는 아마 '인류가 우주에서 성공하도록 하기 위해' 지구를 토대로 포괄적·장기적인 기술·경제 계획을 개발하려고 시도한 최초의 사람일 것이다.


그는 인류를 우주선에 탑승한 승객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이 승객의 부(富)는 에너지와 정보에 있다고 생각했다. 에너지는 원자나 분자 구조 같은 결합적인 측면과 방사선과 같은 분열적인 측면 등 2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으며, 열역학 제1법칙에 따라 우주의 에너지는 줄어들 수 없다. 한편 정보는 음 엔트로피의 성질을 가지므로, 지식·기술·노하우와 같이 끊임없이 증가한다.


연구는 연구를 싹트게 하여 각각의 기술적 진보는 세계 공동체의 생산적 부를 증대시킨다. 결과적으로 '우주선 지구'는 그 에너지가 점차적으로 인간에 유익하게 전환되고 그 부가 기하학적으로 증가하는 재생 시스템이다.

                                       

풀러는 뉴잉글랜드 비국교도의 유서 깊은 집안 출신으로,  2번씩이나 하버드대학교에서 쫓겨났고 정식 교육을 마치지 못했다. 제1차 세계대전중 미국 해군에 입대해 구난정 소함대의 지휘관으로 복무했다. 특수한 구명장비를 발명한 공을 인정받아 메릴랜드 아나폴리스에 있는 해군사관학교에 임용되었다. 압축 섬유질 블록을 사용해 규격화된 건물 시스템을 발명한 장인 휼릿과 함께 건설회사를 설립해 이 소재를 사용하여 주택건설을 위한 규격 모듈을 만들었다. 그는 기하학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지오데식 돔을 고안했는데, 그 틀의 전체 하중은 크기에 대한 대수비로 증가한다. 지오데식 돔은 크기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풀러가 제안한 것처럼 도시 전체를 덮는 '천막'으로 쓰일 수 있어, 북극이나 남극처럼 혹독한 지역에서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환경 조절을 가능하게 한다. 수천 가지의 지오데식 돔이 세계 곳곳에 세워졌는데, 가장 잘 알려진 지오데식 돔은 몬트리올에서 열린 '엑스포 67'에서의 미국관이다. 

                                       

하나의 완벽한 구조물로써 지면에 직접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대형 돔이며, 구조적 힘이 불충분해진다는 결점을 극복하고 무한대로 크게 지을 수 있는 유일하게 실용적인 종류의 건물인 지오데식 돔을 개발했다.

12개의 꼭짓점을 정오 면체로 구성하면 가장 안정적인 형태가 갖춰진다. 동양에서는 12 간지를 세상의 이치, 즉 우주라고도 한다.


자연의 디자인 능력 


지오데식 돔은 삼각형 면들을 이리저리 연결해 동그란 공 같은 모양으로 만든 것(사진). 특징은 적은 재료만 갖고도 큰 공간을, 그것도 아주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자연은 풀러보다 앞서 이런 모양을 디자인했다. 지오데식 돔이 등장한 이후에 몹시 작은 것도 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이 등장했는데, 이를 갖고 바이러스를 관찰하던 생물학자들은 꽤 많은 바이러스 종류의 겉껍질이 지오데식 돔 모양인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모양이 적은 양의 단백질로 튼튼하고 안이 넓은 껍질을 만들어, 그 안에 많은 양의 유전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으니 바이러스로서 선호할 만한 것이다.

자연은 이처럼 사람에 앞서 여러 가지 기하학적인 모양을 고안했다.

그 예를 신경세포인 뉴런에 있는 '클래스린'이라는 단백질에서도 볼 수 있다. 클래스린의 구조는 '정삼각형 20개로 이뤄진 정 20면체의 각 꼭짓점 주변을 편평하게 잘라낸 것'이다. 이 설명으로는 상상이 잘 안 가겠지만, 결과는 정육각형이 20개, 정오각형이 12개인 32면체에 꼭짓점이 60개인 도형이다.

'정육각형+정오각형'에서 뭔가 떠올렸다면 대단히 수학적 감각이 뛰어난 독자다. 그렇다. 바로 축구공 모양이다.


최초의 월드컵 공인구, 1970년 멕시코 월드컵: 텔스타(Telstar)

정육각형과 정오각형으로 이뤄진 축구공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 처음 등장했다. 그 전의 축구공은 이상하게 찌그러진 육각형과 팔각형 등을 이어 붙인 모양이었는데 울퉁불퉁해 '공은 둥글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였다.                                                             


이미 1963년부터 축구공을 한 층 가볍고 탄성 있게 개량하기 위해 부단한 연구와 노력을 거듭해 왔다. 그 결과 아디다스가 제작한 ‘텔스타(Telstar)’는 피파에 의해 1970년 월드컵 공인구로 지정됐고, 더 나아가 아디다스는 피파로부터 공인구 제작 독점권까지 부여받았다. 참고로 텔스타는 ‘TV 속의 별’이란 뜻을 지닌 줄임말이며, 이러한 이름은 1970년 대회의 월드컵 최초 위성 생중계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텔스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가벼운 무게와 탄성 이외에도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던 디자인에 있었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일반적인 축구공은 배구공과 같은 줄무늬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었지만, 텔스타의 경우 12개의 검정 오각형과 20개의 흰 육각형으로 구성된 ‘깎은 정이십면체’를 기본 모양으로 삼았다. 이 디자인은 텔스타 등장 이후 축구공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현재까지 자리매김하게 된다.


나노과학의 혁명, 세상에서 가장 작은 축구공을 발견하다. 

                                                       

 흑연, 다이아몬드 외에 탄소로만 이루어져 있는 새로운 물질이 탐지된 것은 1985년이었다. 헬륨 가스 속에서 흑연에 레이저 광선을 쏘자 보통의 검댕과 같은 검은 분말이 생긴 것이다. 이 새로운 탄소 형제가 탄소 원자 60개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질량분석기로 알아내었지만 문제는 그 구조가 어떻게 생겼냐는 것이었다. 탄소 원자 60개가 결합된 안정적인 구조를 찾는 것이 그들의 숙제였다. 이때 그들에게 떠오른 것이 바로 풀러의 돔. 연구자 가운데 한 사람이 종이를 이용하여 실제로 만들어서 바닥에 떨어뜨려 보았더니 튀어 오를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그 모양이 축구공과 같았다. 이들은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분자가 축구공 구조일 것이라고 믿고 벅스 민스터 풀러렌(Buckminster Fulleren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침내 1991년 4월 이 분자가 X선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었고 과학자들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풀러렌을 발견하지 11년 후인 1996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Kroto & Smally)
풀러렌의 발견은 나노기술 분야에 불을 지폈다. 1991년에는 가늘고 긴 튜브 모양으로 탄소원자들이 배열되어 있는 분자가 발견되었고 얼마 있지 않아 다양한 나노튜브들이 합성되기 시작하였다. 풀러렌은 다이아몬드만큼 강하면서도 미끄러운 성질이 있어서 윤활제로 개발되었으며, 탄소 원자끼리 강한 결합을 하여 반응성이 적은 대신 인체에 독성이 없다는 특징을 이용하여 의약 성분의 저장 및 체내 운반체 등으로 이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축구공과 꼭 닮아 과학자들의 축구공이라는 별명(Bucky Ball)을 가진 분자 풀러렌(Fullerene). 풀러렌은 탄소 원자 60개로 이뤄져 있으며, 다이아몬드를 능가하는 단단함을 자랑한다.

특히 속이 비어 있기 때문에 빈 공간에 다른 물질을 넣을 수도 있고, 튜브처럼 이을 수도 있어 차세대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이후 탄소 나노튜브 그리고 요즘 나노의 총아인 그래핀까지 불과 몇 년 사이에 나노과학의 엄청난 발달하게 되는 촉매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풀러 박사는 지구를 우주선에 비유했고 지구인을 우주선에 탑승한 승객으로 표현했다.

그는 늘 이 우주선과 승객의 문제 해결에 대해 고민했다.   


"지구는 살아있는 유기적 조직체입니다."


이는 지구가 우리와 같은 생물로서의 생명체가 아니라, 아주 완벽하게 모든 것들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최첨단 인공지능을 탑재한 거대한 바이오 함선이라는 측면에서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말이다. 


그는 수많은 인류문제를 해결하는데 평생을 고뇌했다. 때로는 과학자로, 건축가로, 시인으로, 

그리고 미래학자로서.


그런 그도 이런 말을 남겼다. 



..........

                                                   

전쟁이 한물갔거나 인간이 한물갔다. 
Either war is obsolete or men are. 
 
나는 문제를 해결할 때 
절대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문제 해결 방법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일을 마쳤을 때 
그 해결책이 아름답지 않으면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안다. 
When I'm working on a problem, 
I never think about beauty. 
I think only how to solve the problem. 
But when I have finished, 
if the solution is not beautiful, 
I know it is wrong. 


- Richard Buckminster Fuller, 1895-19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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