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부산의 산동네
부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대한민국 제2의 도시, 해양도시, 해운대, 광안리, 돼지국밥, 꼼장어 등등
부산의 어디를 여행했느냐에 따라 떠오르는 이미지가 다르겠지만 부산하면 누가뭐래도 바다가 떠오를것입니다.
그렇다면 부산(釜山)은 왜 지명에 바다海가 아닌 山이라는 글자가 들어갈까요?
평소 등산을 즐겨하는 저의 관점으로 "부산은 산의 도시다" 라는 주제로 부산을 탐구하고 여행 해 보려 합니다.
부산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인 해운대 광안리 다음으로 유명한곳이 산중턱에 있는 감천문화마을 일것입니다. 옹기종기모인 달동내에서 내려다보는 감천항의 풍경은 관광객에게는 색다름을 선사하고, 타지의 부산 사람들에겐 향수를 일으킵니다.
감천문화마을이야 워낙 관광지로 알려저서 그렇지, 고개를 살짝만 위로 올려 본다면 감천문화마을이 부산에서 결코 특이한 동내가 아니란걸 알게 될것입니다.
그리고 저 동내엔 어떤 사람들이 살며, 어떤 풍경을 품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이 발걸음을 끌어 당깁니다.
저는 40년전, 일곱살때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갔습니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알기전에 부산에서 살아서 그런건지, 제게 부산은 순수했던 옛날풍경 그대로 박재되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부산에 가면 그시절의 데쟈뷰가 소환되면서 현실을 잠시 잊고 순수한 시절에 영혼이 잠기는듯한 기분이 듭니다.
세상엔 멋지고 아름다운곳이 무수히 많았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안식감을 주는곳은 오직 부산밖에 없다는걸 마흔이 넘어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풍파의 힘듦을 알아갈수록 새롭고 멋진곳에서의 도전과 경험 보다는 순수했던시절, 익숙한곳에서의 힐링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가끔 힐링하고 싶을땐 무궁화호 완행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떠납니다.
완행열차의 다섯시간이라는 시간적 거리가 결코 가깝지는 않기에 여행가는 기분이 나면서도, 그렇다고 비행기 타고 갈만큼 아주 멀고 비싸진 않기에 적당히 자주 부산에 갈수 있습니다.
수원에서 아침 첫 부산행 무궁화호 06시30분차를 타면 차창밖으로 아침동이 트기 시작합니다. 아침햇살에 눈이 부시는 수원 대전 구간이 가장 설래고 기분 좋은순간 입니다. 대전에서 대구까지는 지루함에 눈좀 붙였다가 밀양부터 낙동강을 따라 구포에 정차하고 기차가 개금 가야 서면을 달릴땐 드디어 다왔구나에 기지게를 폅니다.
부산역에 내린 발걸음은 어느때 보다 가볍습니다. 우선 부산의 공기부터가 수도권과는 비교할수 없을만큼 싱그럽게 느껴집니다. 결코 기분때문은 아니고, 날씨 예보를 보면 부산의 미세먼지 수치가 확실히 낮긴 합니다.
11시40분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부산역앞에있는 유명 피자가게로 달려가 피자 한판을 먹습니다.
아침도 못먹은데다가, 피자는 부산에서만 먹는다는 원칙으로 오랜만에 먹는 피자의 맛은 요리왕 비룡에서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미미짤이 떠오르게 합니다.
피자는 부산에서만 먹는다는 원칙을 정한 이유는 그 피자가 맛있기도 하지만, 부산에 가면 하루평균 3만보 이상 걸을정도로 활동량이 엄청나기에 고칼로리 음식을 먹어도 모두 소진할수 있을거란 안도감이 생깁니다.
피자는 부산에서만 먹는다는 원칙이라기보다는 움직일만큼만 먹는다는 원칙이 도착후 피자식욕 폭발로 발현된것입니다.
그렇게 피자를 든든히 먹고 부산 올때 마다 반드시 올라가고, 비가와도 올라가는곳, 바로 초량 산복도로 입니다.
부산역에서 버스타고 산복도로를 올라갈수도 있지만, 늘 걸어올라갔습니다. 한걸음한걸음 힘들게 올라가지만 부산항과 영도 풍경의 멋짐은 제곱으로 올라가기에 비로소 내가 부산에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관광지가 아닌 고향으로서 부산을 떠올린다면 영화 국제시장 황정민 배우가 노년에 과거회상하며 추억했던 그곳의 풍경이 아닐까 합니다.
첫번째 목적지는 초량 이바구길을 따라 올라 도착하는 "이바구 공작소"
등산 수준의 경사도에 사는 동내주민 편의를 위해 10년전부터는 엘리베이터? 모노레일?을 운행중인데 부산에서만 볼수 있는 특이한 교통 수단입니다.
이바구 공작소에서 내려다보면 산아래 좌천동 매축지 재개발로인해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서 부산항 풍경을 가리는게 조금 아쉽습니다. 초량동 산복도로 부동산 중개소 곳곳에 재개발 투자 광고가 붙은걸로 봐서 그런 부산다운 풍경도 얼마 남지 않았을거라 생각되니 더 자주와서 눈에 담고 싶은 맘이 듭니다.
산복도로를 따라 광복동쪽으로 가다보면 "하늘눈 전망대"가 나옵니다.
이바구길은 아파트가 약간 가린 전망이지만 하늘눈 전망대는 부산역과 부산항이 정면으로 탁티인 풍경, 개인적으로 부산1경이라 느끼는곳입니다.
2030년, 부산엑스포를 유치했더라면 북항 엑스포장이 한눈에 보이는 그야말로 조망입지 떡상지역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풍경의 감성은 잠시 뒤로하고 속물적 알고리즘을 돌려봤습니다.
"눈만 돌리면 보이는게 빈집인데, 저것들중 하나를 매입하면 나중에 개발됬을때 오르지 않을까?
서울에서 요즘 가장 핫한 성수동도 20년전엔 창고지역, 힙지로는 인쇄창, 문래동은 철공소, 특히나 요즘 뜨고있는 용산 해방촌은 부산 산복도로와 너무나 닮은 남산자락의 서민밀집지역. 그에반해 전통적 상권이었던 신촌이나 가로수길은 비싼 임대료 때문에 몰락하고 있으니 서면과 남포동 중간 지점인 전망좋은 여기로 상권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문제는 소비여력이 있는 부산의 젊은층이 줄어들고 있기에, 서울처럼 임대료의 상승으로 인해 상권이 이동 하는것이 아닌 부산상권 자체가 몰락하고 있다는것입니다.
서면, 남포동은 그나마 건재하지만, 부산이 노인과 바다라는 비아냥을 반영하듯 부산대 상권은 썰렁할정도로 공실이 많았습니다.
최근 20년간 인구감소로 제2의 도시 위상 마저 흔들리는 부산이지만, 영원한 번영이 없듯 영원한 몰락도 없을것이기에 부산의 반등을 기대한다면 전망있는 투자처로 보이기도 합니다.
부산역, 남포동 같은 구도심지역에서 고개를 들어 산쪽을 바라봤다면 특이한 구조물이 눈에 들어 오며 "저게뭐지?" 라며 호기심을 일으킵니다.
민주공원 충혼탑은 625때 희생하신 군경 공무원을 기리기 위한 현충원 같은곳입니다.
"저게뭐지?" 라는 호기심이 가보고싶다는 충동을 일으키고 실제 가본다면 생각이상으로 넓고 크고 분위기가 경건하면서도 엄숙합니다. 그기다 풍경까지 근사하기에 "올라오길 잘했다" 라는 느낌이 들것입니다.
산복도로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도 산아래서 보는 충혼탑이 굉장히 멋져 보여 올라보니 더 큰 신세계가 펼쳐졌있었습니다.
부산의 산복도로는 가장 부산다운 풍경을 담고 있기에 가장 부산을 잘 느낄수 있는곳이라 생각합니다.
올라오는길이 힘들어서 "왜 굳이 이런곳까지 집이 들어섰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부산의 근현대 역사에도 관심이 생깁니다.
높은곳에서는 도시의 많은것들이 보입니다. 왜 저기엔 역이생겼고 그주변으로 어떤 시설과 인프라가 생겼는지를 탐구하다보면 도시학자가 되 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부산을 더 잘알고 탐구하기 위해 부산의 산을 오르며 답사하고 생각한바를 연재 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