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海道から送る心
우리는 하코다테에 왔다. 다른 곳 보다 하코다테에서는 오래 머물 계획이었다. 하코다테에서 보낸 3일은 일본 여행 10일 중 가장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이곳을 좋아했던 만큼 많은 말을 담지 않고 그저 내가 느낀 깊은 마음들을 보내고 싶은 도시이기도 했다.
하코다테는 뭐랄까, 살고 싶은 곳이었다. 이 말 말고는 하코다테에 대한 어떤 찬사도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을 것 같다. 하코다테는 아날로그와 현재 사이 어딘가에 있는 도시였다. 낡은 건물들 사이 보이는 도시의 흔적, 마치 누군가 시간을 일부러 멈춘 듯한 풍경들. 키키가 그토록 가보고 싶어 했던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었다.
우리는 하코다테에서 잡화점이 있으면 거의 무조건 들어갔다. 둘 다 요상한 소품들을 좋아해서 일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사들였다. 보통 나는 일본에서 만든 옷들을 샀고 현진은 일본 소품들을 샀다. 인센스를 피우면 연기가 올라와 붕어빵이 익는 것 같아 보이는 붕어빵 모양 인센스 함 같은거..
하코다테에서 머물면서 2번 들렸던 카페, 야마요시 카페. 아주머니 혼자 운영하는 카페였다. 몇 번 친절하게 말을 걸어 주셔서 계속 생각이 나 마지막 날에도 방문했던 카페. 하루에 이곳에서 커피 두 잔을 마시기도 했다. 현진은 메론소다에 푹 빠졌다. 일본에서는 어디를 가던 드립커피를 맛볼 수 있다. 에스프레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냄비에 물을 끓여서 주전자에 넣고 원두를 갈아넣은 필터에 내리는 커피의 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무엇보다 나를 살리는 향.
카페에서 드립커피와 빵들을 보면 조금 시간이 들더라도 차분하게, 더 깊게 뭔가를 만들어 내는 일본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서 좋다. 다들 밝으면서 차분하고 어딘가 부지런하다.
근처에 신사가 있어서 들렀다. 일본은 어디를 가던 신사가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소원을 빌 수 있다. 동전을 던지고 박수를 두 번 치고 소원을 빌고 신에게 인사를 드린다면 내 소원을 신사에 맡기는 일은 끝난다. 나도 많은 소원들을 일본의 신사에 맡기고 돌아왔다. 신사의 의미에 대해서는 처음에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한국의 절이랑 비슷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장기간 여행을 하며 어디든지 있는 신사들을 보고 어떤 사람이든 방문해서 소원을 비는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신사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누구든지, 어디든지, 언제든지 열려있으며 신이 지키는 곳. 그런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충만해질지 생각했다. 가난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누구나라면 올 수 있는 곳이 어디든지 존재한다는 것은 참 따뜻한 일이었다.
뜨거운 일본의 여름날, 신사에 가서 소원을 빌고 신사 밖에 있는 물터에서 손을 씻고 올라온 신사의 입구를 바라봤다. 신사의 계단에서 더위에 쉬고 있는 할아버지, 걸터 앉아 마을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소녀. 신사가 지키는 것은 수많은 사람의 마음만이 아니었다. 그 마을 전체, 어쩌면 그 마을의 안녕을 모두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저녁엔 바다를 보러 갔다. 하코다테는 어디든 간다면 바다를 볼 수 있다. 바다 주변에는 바닷일을 하는 사람들의 집이 늘어져 있다. 우리는 바다를 향해 걸어 내려가 바다 곁에 앉아서 한참을 바다를 바라봤다. 조용히 흘러가는 바다, 천천히 지는 해. 모든 게 평화롭다. 오래전부터 내가 그리워하고 있었던 어딘가.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
하코다테는 그런 곳이었다. 평화를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곳, 신문을 옮기는 할머니를 선뜻 도와줄 수 있는 곳, 내 마음이 자꾸자꾸만 향하는 곳. 아마 우리는 하코다테에 너무나도 많은 마음들과 소원들을 두고 와서 분명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나는 내가 느끼는 마음을 너도 느끼고 있기를. 우리가 이 시간들을 잊지 않기를. 뭉클해지고 물에 젖은 솜같은 이 마음들을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하기를.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다시 이 곳에 서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랐다. 이 곳 하코다테에.
마지막으로 영화 <하코다테에서 안녕>에서 내가 좋아하는 말을 적는다.
"넌 아침에 있고 나는 밤에 있고 넌 여름에 있고 나는 겨울에 있고 넌 우주에 있고 나는 모래알 틈에 있어 난 바람에 있고 너는 오래된 집 안에 있지. 그러니까 우리 기억해, 하코다테. 우리가 같이 있던 세계. 여기 거리. 그 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