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일기 4화 '풀 내음'

풀 내음

by 여름

나와보니까 알겠더라.

여름 풀 내음이, 빗소리가

나를 살린다는 걸.

여름 풀 내음이 이렇게 힘이 강한지 몰랐다.


앞으로는 축축 처질 때, 힘껏 바깥으로 나가야겠다.

한 달 동안 무기력했으나

여름이 다가왔으니,

됐다.


나는 다시 한 발자국씩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

걸을 때마다 생각 드는 건

이렇게 채도가 높은 세상이 존재했다고?

하며 하늘을 보고 푸르른 나뭇잎을 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슴이 다시 먹먹해지고

나쁜 생각들이 온몸을 짓누를 때면,

머리카락을 지나치는 시원한 바람과

흔들리는 나뭇잎에 내 생각을 투영한다.


‘이 생각들이 바람처럼 다 날아가기를.

나뭇잎처럼 흔들리지만 늘 그 자리에 있기를.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누군가 안간힘을 다해 왜 살아보려고 하는 거야?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름밤의 공기를 또 느끼고 싶어서,

이 공기를 다시 느껴보고 싶으니까.

언제 느껴보겠어!’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