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내음
나와보니까 알겠더라.
여름 풀 내음이, 빗소리가
나를 살린다는 걸.
여름 풀 내음이 이렇게 힘이 강한지 몰랐다.
앞으로는 축축 처질 때, 힘껏 바깥으로 나가야겠다.
한 달 동안 무기력했으나
여름이 다가왔으니,
됐다.
나는 다시 한 발자국씩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
걸을 때마다 생각 드는 건
이렇게 채도가 높은 세상이 존재했다고?
하며 하늘을 보고 푸르른 나뭇잎을 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슴이 다시 먹먹해지고
나쁜 생각들이 온몸을 짓누를 때면,
머리카락을 지나치는 시원한 바람과
흔들리는 나뭇잎에 내 생각을 투영한다.
‘이 생각들이 바람처럼 다 날아가기를.
나뭇잎처럼 흔들리지만 늘 그 자리에 있기를.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누군가 안간힘을 다해 왜 살아보려고 하는 거야?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름밤의 공기를 또 느끼고 싶어서,
이 공기를 다시 느껴보고 싶으니까.
언제 느껴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