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일기 5화 ‘비의 향기‘

비의 향기

by 여름

나는 비의 향기를 좋아해.

시원한 에어컨 공기보다

눅눅하고 습한 비의 공기를 더 좋아해.

살아있는 느낌을 받거든.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일은

커다란 용기인 것 같아.


우울의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중이야.

요즘은

슬프다는 감정이 안 느껴지고 눈물도 안 나오고

다 귀찮게 느껴지면

다 거기서 끝났다고 위기를 느꼈어.

차라리 눈물을 펑펑 흘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근데 그 눈물을 나오게 한 건 여전히 책.

내 침대 밑에 책.

글의 힘은 여전히,

여전히 여기에 있다.


항상 생각했어.

뇌랑 심장을 꺼내서 다시 고칠 수는 없을까


괜히 얹힌 것 같은 속을

어느 언저리를 퍽퍽 친다.

좀 내려가라고


비가 내린다.

저 비에 무거운 내 마음도 함께 내려가고

바람도 선선해지니

그저 바람에 나를 맡긴다.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는데

투영하니 훨훨 날아보고 싶은 마음과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도 있어.


햇빛은 햇빛대로

비는 비대로

그저 날씨를 많이 바라보는 일들이 많아서 그런가,

난 아직도 여름을 좋아하는 것 같아.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