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일기 7화 ‘난 절대 기록 없이 못 살아’

난 절대 기록 없이 못 살아

by 여름

벽에 기대어 울고 바람에 기대어 울고

노래에 기대어 울고

천장을 향해 손을 뻗고

그렇게 울고

그렇게 내일을 마주하고.


어지럽고 갑갑한 머리와 마음을 정리하는 건

뭐라도 끄적이는 거, 기록인 걸 알기에

볼펜과 노트를 침대에 가져와 스쳐 지나가는

모든 생각들을 있는 힘껏 다 쏟아붓는다.

온점을 찍으니 머리의 한 부분이 개운해진 기분이다.


난 절대 기록 없이 못 살아


문득 앞장을 보며 그동안의 써왔던 기록을 펼치면,

항상 내용에는 똑같은 맥락이 담겨있다.


더 잘 살아보고 싶은 나

더 나아지고 싶은 나

우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벅뚜벅 넓은 세상을 향해 늘 가고 싶어 하는 나

조금 더 걸어가 보고 싶은 나

숨을 쉬고자 창문을 열어 환기시킨다.

코로 들어오는 공기가 맑아서,

창문 너머 건물에 비치는 주황색 햇빛이

너무 따뜻해 보여서, 아름다워서

살고 싶어지거나

그냥 그렇게 단순하게 갑자기

살고 싶어질 때가 있어

참 어렵고도 신기하고 짜증 나는데

또 신비해 이 세상이

나의 소원은 단 하나

커다란 나무 밑에서 바람을 맞으며

있는 힘껏 달리고 싶어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