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에세이
아침 햇빛이 그리워 필라테스 아침 수업을 예약했다. 그렇게 강제로 약속을 잡아야 찌뿌둥한 몸을 겨우 일으키게 되니까. 가기 전까지 되뇌었다.
‘가지 말까?’ ‘나 오늘 몸살 있는 거 아냐?’
변명의 늪에 빠지기 전에 얼른 운동화를 대충 신고 집을 나섰다. 참 웃긴 게, 나가기 전까지는 오만가지 변명을 떠올리며 한숨만 푹푹 쉬게 되는데, 막상 나가면 진작 나올 걸 하게 되는 이상한 모순.
운동을 마치고 밖을 마주하면 아까와는 조금은 다른 온도의 햇빛에 괜스레 웃음이 지어진다. 그러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나오기를 잘했다!”
봄이 다가오니 확실히 하늘은 파랗고 청명하다. 구름이 있다. 뭉게구름까지는 아니지만 물감을 풀어놓은 것만 같다. 오늘따라 쨍한 햇빛에 눈이 부시다. 걸음마다 늘 그 자리에 있는 나무들은 겨울의 서늘함을 꿀꺽 삼키고선 봄의 따스함을 맞이하고 있었다.
날씨가 주는 선물 같은 순간에 이어폰이 빠질 순 없지. 노래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까. 손 끝에 스치는 바람도 내리쬐는 햇빛도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마냥 손바닥에 가득 담는다.
눈을 감는다. 나무 사이 밑으로 스쳐 지나가는 아침 햇빛이 좋아서. 햇빛의 이동이 느껴진다. 걷다가 굳이 고개를 슬쩍 든다. ‘굳이’의 힘은 뭘까?
굳이 : 고집스럽게 구태여.
단단한 마음으로 의지가 강하게.
일부러. 애써. 하는 힘을 삶에 드문드문 들이고 싶다. 할 때는 힘이 들지만 굳이 하고 나면 마음에 서서히 부풀어져 있는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니까.
굳이 다시 고개를 든다.
굳이 눈을 감고 햇빛의 이동을 느낀다.
굳이 손가락 사이사이 스쳐가는 바람의 온도를 느낀다.
굳이 의식해서 계절이 담긴 나무를 바라본다.
굳이 운동을 하러 가는 것처럼. 굳이. 굳이.
쇼츠. AI. 더 빠르고 더 쉽게 발전되는 세상. 요즘 자극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 어지러울 때가 많고, 거기에 휩쓸려가는 나를 자꾸 발견하게 된다. 휩쓸릴 땐 모른다. 1분 1초 매 순간이 자극 또 자극에 길들여지니까. 여러 번의 스크롤 끝에 흥미가 뚝 끊기는 지점이 있는데 그때 느껴지는 허무함이란······.
겉으로 즐길 건 다 즐겼지만 속에는 남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텅 빈 공허함만이 몸 주변을 띠처럼 맴돌고 있었다.
“이런 기분 진짜 싫어. 최악이다. 진짜 별로다. 나 지금까지 뭐 했지?”
침대에 누워 머리만 벅벅 긁었다.
‘명상할까?’ ‘5분 한다고 뭐 변하겠어?’
생각을 하면 할수록 삐뚤어진 변명만 늘어난다. 이럴 땐 ‘굳이’의 힘을 빌린다. 명상 영상을 바로 틀고 굳이 명상방석으로 몸을 일으켜 움직이는 것이다.
가끔 다짐을 할 때, 마음의 준비를 한 후 몸을 움직이려고 하는데 살아갈수록 반대로 행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몸을 먼저 움직이면 마음은 저절로 따라온다.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명상을 끝낸 후, 스쳐 지나가는 생각 하나를 그저 스쳐 지나가게 둘 순 없어서 얼른 책상에 앉아 펜을 들었다.
'쉽고 빠르고 자극적인 것보다 어렵고 느리고 고르게 쭉 이어지는. 그래서 더 기다려지는 것. 나는 그런 것들이 더 마음에 가. 어지럽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인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고유’를 지켜나가는 사람들에게 더 애정이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늘 응원하고 싶어.'
노트를 닫고 의자에 기대어 조용히 읊조렸다.
"어렵고. 느리고. 고르게. '굳이'의 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