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에세이
작년 4월 봄, 마음과는 정반대로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날이었다.
창문은 어둠이었다. 내 모습이 비쳐 있었으니까. 이 답답한 마음을 어디다 풀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우선 펜을 잡았다. 고인 마음을 미친 듯이 써 내려가면 해소가 될 듯싶어 펜을 더 꽉 부여잡았다.
‘내 생각에 망한 것 같아. 마음도. 나도. 썩은 것 같다. 그치.’
양심이 찔리는 건지 어디가 찔리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 적어버리면 진짜 마음이 썩었다. 하고 온점을 찍어버리는 것 같아 문장 아래 또 다른 문장을 적었다.
‘아니야. 그들이 망한 거겠지. 썩은 거겠지. 내가 바꿀 거고, 그래서 바뀔 거야. 결국은. 마음을 쓰레기처럼 덩그러니 버려지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고. 내가.’
딸깍.
호소하는 문장을 마지막으로 펜의 촉을 내려놨다.
후-----
한숨만 나오는 오늘,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마음에 긁힌 상처는 어쩔 수 없다.
냅두고
서서히 괜찮아질 수 있도록
흘러가도록
거기에 잠깐
아니 조금은 오래
너무 오래 머물지 않도록
상처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말들을 읊었다.
그래도 분명 괜찮게 흘러간 순간이 있었다. 그걸 하나하나 곱씹어 본다. 아주 세세하게.
‘일어나서 내 몸을 챙기려고 나갈 준비를 했지. 늘어져 있지 않고 차근차근 오늘 나가서 뭘 할지 고심하며 책도 골랐잖아. 노트와 필기구를 챙기고 옷도 고르고······.’
집에 있으니 마음이 검정색으로 물드는 것 같아 급하게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황급히 걸었지만 쨍한 봄의 색깔들은 예전처럼 나를 반겨주지 않았다. 걷고 또 걸었지만 목적지 없는 발걸음은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애꿎은 바닥만 툭툭치고 있었다.
‘어디를 가지. 어디를 가야 하지.’ 했던 찰나에 머리 위로 나무 그림자가 보였다. 바람이 세게 불었다. 귀 뒤로 넘긴 머리카락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얼굴을 가렸다. 보통 같으면 다시 오른쪽 귀 뒤로 넘겼겠지만 이번엔 뒤로 졎혔다. 목을 통과해 머리카락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이 참 좋아서. 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카페를 검색했다. 카페 입구 쪽으로 큰 나무가 나를 반기고 있었고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일부러 의식했다.
‘아까랑은 다른 기분이구나.’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머리와 심장을 건드리는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지난주에 다녀왔던 가수 콜드플레이 콘서트 노래들이 흘러나왔던 것이다. 마침 푸름과 초록으로 가득한 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가 났다. 카페 오는 길을 착각해 버스를 반대 방향으로 타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봄 내음 가득한 통창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콘서트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있으니까.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용기를 가지고 직원분께 말을 걸었다.
“혹시 콜드플레이 좋아하세요?”
“네!”
“혹시 콘서트 다녀오셨나요?”
직원분과 나는 깜짝 놀라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6일의 날짜 중에 같은 날짜의 콘서트를 다녀온 것이다. 잠깐의 이야기는 웃음과 즐거움을 선물해 주었다. 우연히 찾아오는 선물 같은 순간은 늘 신기하고 우리 머릿속에 오래 기억에 남는다.
“즐거웠어요. 또 오세요!”
이 우연의 순간을 두고두고 오래 기억하겠지. 이것 봐. 이걸 봐. 좋은 순간은 분명히 있다니까. 뇌는 부정적인 걸 더 잘 기억한대. 그러니까 이 순간들을 글씨로 꾹꾹 눌러쓰자. 잊혀지지 않게.
드디어 한 덩어리가 나온 것 같다. 뭔가 속이 말랑해졌어. 먹먹한 마음으로 봤던 창문을 다시 고갤 들어 바라봤다. 눈이 확장되어 있었다. 눈동자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