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에세이
글은 정말 뭘까? 뭐길래 이토록 강렬하고 벅차게 만드는 것일까?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단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겠다. 아름답다는 것.
찬란히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게 만드는 것. 나를 무너뜨리게 만들면서도 다시 그 손을 잡게 만드는 힘이라는 걸.
재능(才能) :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훈련에 의하여 획득된 능력을 아울러 이른다.
요즘 재능의 힘이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힘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힘’으로 난 해석한다. 작년 여름부터 글쓰기를 하며 내게서 알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이 생긴다는 것을 몸으로 뼈저리게 깨달았다. 내가 잘하고 있나? 이게 맞나?라는 의심이 거의 안 드는 느낌이 글을 쓸 때 처음으로 생긴 것이다. 난 이게 너무 소중했다. 이 감정을 느낀 순간부터 이걸 알기 전으로는 절대 못 돌아간다.
이 일을 하고 싶다. 나를 자꾸 믿게 된다. 미래가 처음으로 그려진다. 마음속 검은 뭉텅이를 잠시라도 잊고 일에 몰두할 수 있다. 내가 누구인지 알 것 같다. 자꾸만 파헤치고 싶다. 글 속의 세상을. 자꾸 펼치고 싶다. 이야기는 늘 연결되니까 그 연결 속에 있고 싶다. 죽고 싶지 않다. 글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일을 오래 붙잡고 끌고 가고 싶다. 이 일에 대해 포기의 ㅍ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자꾸 사라지고 싶어도 이야기는 남기고 생을 마감하고 싶다.
지금 내 손엔 책 한 권, 필사노트, 연필, 인덱스, 지우개가 있고 내 귀엔 책 넘기는 소리, 사각사각 연필 소리, 호흡 소리가 들린다. 내 코엔 책 냄새가 스쳐가고 내 눈엔 글과 문장만이 담겨있다. 이때가 참 좋다. 시야와 생각이 확장되고 넓어지는 느낌. 이 느낌을 참 많이 사랑한다. 두근거림과 설렘이 세포 하나하나까지 아주 잘 느껴져서.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분명 악취 나는 감정이 꾸물꾸물 올라와 다시 그 뭉텅이에 잠식되었다. 침대 옆 책장에 손을 뻗어 아무 페이지를 펴고 한 문장만 읽는다. 분명 한 문장만 읽으려고 했는데 눈동자는 문장 아래로 점점 내려간다. 토할 것 같던 심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지고 방금 읽은 문장으로 심장이 가득 메꿔진 기분이다. 몸을 천천히 일으켜 글을 쓴다. 글과 문장이 보인다. 그들을 동력 삼아 하루를 이어나간다. 그것만 보여서. 그것만 믿을 수밖에 없으니까. 거기에만 의지할 수 있으니까. 오로지 글쓰기에만 의존하고 의지하고 기대고 믿는다.
지독히도 외롭지만 재능은 그렇게 노력한 만큼 배신과 거짓말을 안 하니까 계속 믿고 가는 것이다.
지금도 글을 쓸 때면 쓰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아 손과 머리가 바쁘고 입 밖으로 글자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이럴 때 심장이 빨리 뛰는구나.
어제 읽은 문장들이 아직도 가슴에 넘실거린다.
당분간은 그들과 함께 나아가야지. 쓰러질 땐 그들의 힘을 빌리며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