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에 빛이 맺혔으니 이제 방으로 들어가자

여름 에세이

by 여름

물 마시러 나갈 땐, 수건을 둘러 얼굴을 가리던 눈물을 안 닦고 가던 최대한 불쌍한 얼굴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정말 괜찮아진 줄 알거든. 꾸물꾸물 올라오는 악취 나는 감정 뭉텅이가 심장 안을 가득 채워 눈을 있는 힘껏 감으려고 할 찰나에 오늘 보내야 할 택배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 정신이 퍼뜩 스위치가 켜졌다. 저건 꼭 보내야 하는데. 오늘 무조건 보내야 하는데.

후------

천장을 향해 내쉰 숨은 연기처럼 퍼져갔다. 천장을 한없이 쳐다봤다. 속에 가득 찬 뭉텅이들은 분명 아까까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었는데 이번엔 생각으로 형상화되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천장을 바라보면 볼수록 떠다니는 것만 같다. 그 생각들이 글자가 되어서 말이다.

띠링.

뭐 하냐는 문자다.

띠링.

치과 예약 문자다.

불을 다 끄고 커튼으로 방을 꽁꽁 싸맨 채 거기에 잠식될 찰나에 귀신같이 알림이 울린다.

밖으로 나오라고. 나와야만 한다고.

침대에 철푸덕 누워 다정한 존재에게 답장을 이어 적으니 숨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고는 자꾸 의식한다. 내가 열 손가락을 움직여서 문자를 보내고 있다. 나는 지금 핸드폰을 응시하고 있다. 내 위에는 천장이 있다. 내 손에는 이불이 있고 촉감이 느껴진다. 지금은 오전 9시 50분 아침이다. 내 방이다. 케케묵은 더러운 악취가 가득한 마음도 여기 있고.

천장의 색깔이 바뀌었다. 커튼 너머의 햇빛은 언제 그랬냐는 듯 햇빛 조각을 내보낸다.

아침빛이 들어온 건가?

살짝 밝아진 천장이 눈앞에 펼쳐져 있고,

“이리 와.”

햇빛이 부른다.

손끝으로 서서히 커튼을 젖히고, 다음엔 베란다 문을 연다. 햇빛의 한 겹이, 바람의 한 겹이 더 날 것으로 눈두덩이와 얼굴에 안착한다.

한 걸음만 더 옮기면 돼. 팔만 뻗으면 만날 수 있어.

마침내 창문을 열면, 내리쬐는 햇빛이 강렬하다. 그런 햇빛에게 고마워서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고 싶다. 그건 안되니까 눈을 살며시 감고 고개를 옆으로 느리게 왔다 갔다 한다.

방향마다 느껴지는 각기 다른 햇빛의 단면. 눈을 꼭 감아도 느껴져. 마음이고 뭐고 다 죽었는데 눈을 감아도 햇빛은 찬란하게 움직여.

눈을 슬며시 뜨면 속눈썹 사이로 햇빛이 반짝거리며 들어온다. 속눈썹 끝에 꼭 물방울이 맺힌 것만 같다. 눈물인가? 인공눈물인가? 아니면 눈곱인가?

거울을 보면 아무것도 없다. 피식 웃으며 읊조렸다.

눈썹에 빛이 맺혔으니 이제 방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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