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에 내 숨을 있는 힘껏 다 불어넣거든

여름 에세이

by 여름

불안은 아침을 또 집어삼켰어. 또 눈물이 나와. 심장에 지렁이가 사는 것 같이 꾸물꾸물 더러운 느낌이 느껴져서. 어제 방 너머 저 소리가 끝난 줄 알았거든. 근데 아침에 그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불안은 어김없이 또 왔어. 또 싸울까? 그 목소리들이 들릴까?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 수없이 다짐하고 눈물을 참아보려 해도 비집고 흘러나오는 눈물. 갑자기 유서를 써보고 싶어.

근데 닮고 싶은 존재들이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선, 눈물을 흘리게 만들어.

이 모든 불안의 감정들을 억지로 피하지 않고 온전히 마주하고서는, 그제야 눈물이 나오는 거야.

닮고 싶으니까. 나도 그 존재들처럼 되고 싶으니까. 그렇게 서라도 살고 싶으니까.


트라우마를 이길 순 없겠지만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처럼 어떻게든 짓밟고 아니 언제든 마주해도 상관없는 사람처럼 꿋꿋이 싸워서 무언가를 지켜내고 싶어. 나를. 무언가를. 누군가를.

참 이상하지 않아. 사람 마음이라는 게. 트라우마 때문에 죽고 싶은데 어쩔 땐 맞서 싸워보고 싶은 게. 너무 이상해. 신비한 건가. 역겨운 건가. 아니 신기한 감정이라고 해두자. 어쩔 땐 이 감정이 아름답다고 느껴지기도 하니까.


사실 요즘 난 내 한계를 깨부수고 싶다. 그런 마음이 생겼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거를 곰곰이 생각한다.

운동, 산책, 자연 바라보기, 소설 쓰기, 영화 보기, 노래 듣기, 울기.

울 때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옮겨 적을 때 느껴지는 쏟아냄.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성장해 있는 것만 같은 후련한 기분. 며칠 전 읽은 책에서 느꼈던 감정을 오래도록 가슴에 품고 하루를 나아가고자 한 그때의 떨림, 다짐.

지금처럼 죽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펜을 든 순간.

입으로 중얼거렸다.

“무너지는 순간마저 나의 감정을 늘어지게 쓸 수 있는 기회.”

“나의 감정을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라며.

소설에도 풀어낼 수 있겠다 하며 적어내는 이상한 이 감정을 꽉 움켜쥐며.


기록을 하는 동안 퍼즐처럼 흩어져있었던 마음의 조각들이 한 곳으로 모아지는 걸 느낀다.

기록은 직접 만나지 않아도 수많은 세계와 감정을 만날 수 있다.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그래서 난 기록을 믿는다. 절대 배신하지 않으니까. 운동처럼.


핸드폰은 12시에 내려놓고 잘 자자. 오늘은 그것만 해.

글쓰기는 1시간만 하고 자. 너의 친구이자 버팀목이니까.

글자가 강해. 어떤 폭력보다도. 난 그렇게 느끼고 그걸 믿고 아직도 살아가고 있어.

글자에 내 숨을 있는 힘껏 다 불어넣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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