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에세이
환기를 오래 시켜도 춥지 않은 걸 보니 봄이 다가왔나 보다.
아무 이유 없는 우울은 몸과 마음을 처지게 만든다. 이유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동안 채우기 바빴다. 티비를 보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매운 걸 찾았다. 핸드폰도 스크롤하기 바빴다. 아이러니하게도 채울수록 머리는 더 미어터질 것만 같았다. 얼른 어제 청소한 방으로 들어왔다.
비어있는 공간, 커튼 너머 들어오는 햇빛이 벽면에 산뜻하게 안착해 있었고 연휴에 읽으려고 쌓아둔 책냄새가 온몸을 휘어 감았다. 이상하게 마음이 깨끗하게 씻기는 기분이 들었다. 멍하니 한참을 서 있었다. 창문을 활짝 열고 명상방석에 앉아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햇빛과 바람을 있는 힘껏 받아들였다. 흔들리는 버티칼에 햇빛 두 조각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난 지금 햇빛 두 조각에 머물러 쉬고 있다. 아무 생각도 안 해도 된다.
그저 거기에 함께 머물면 된다. 아무것도 안 하고 햇빛을 멍하니 바라보니 머리가 개운해진다. 가벼워진다. 들어오는 바람에 복잡한 나도 함께 실어 보냈다. 들이쉬고 내쉬고 오래오래 바라봤다. 창문의 한 장면을.
우연히 튼 플리 제목이 지금 상태와 비슷했다. 계속 읊조렸다.
“비워내는 순간이 참 중요하구나. 중요하구나.”라고.
이제 방 청소를 해야겠다. 하나씩 비워내고 봄을 맞이하고 싶으니까. 하늘이 참 맑다. 이게 오늘의 유일한 큰 위로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방이 크게 느껴진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 건지, 어제 청소를 해서 그런 건지.
아무튼 요즘 방에 아침부터 햇빛을 의도적으로 많이 들이고 있다. 식물처럼 숨 좀 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