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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징키 Jun 21. 2024

국어 끝, 쉬는 시간

읽다가 감동한 국어 문학 기출모음

 EBS교재 읽다가 울어 본 사람? 바로 나다. 감수성이 흘러넘쳐 저절로 시를 읊을 것 같은 십 대 시절에는 이유도 모를 분노로 가득 차 있어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대학에 왔을 때는 슬픔을 알기에는 너무나 빛나서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사회에 나갔을 때는? 눈물, 그게 뭐야. 그런데, 재수학원에서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 되어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옆자리에 앉았던 열아홉 살, 스무 살 학생들은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이 아줌마 정말 주책이야, 그랬을까?






정지용, <달>


선뜻! 뜨인 눈에 하나 차는 영창

달이 이제 밀물처럼 밀려오다.



 하루의 끝을 알리는 종이 치면 자리를 빠르게 정리하고 가방을 서둘러 맨다. 몇 시간 뒤에 다시 올 거니까, 그러니까, 잠깐이라도 머물고 싶지 않다. 그렇게 종종걸음으로 나가면 어둠이다. 까맣다.

 그런데도 달 하나 내 눈동자에 들어오지 못하고, 담은 것이라고는 휴대폰의 불빛들이었다. 그 흔한 밤이 아니라, ‘너의 하루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울렁였다. 내 눈동자도 달빛을 담아 환하게 빛나고 싶어 얼마나 그날의 밤을 기다렸는지.




임철우, <눈이 오면>


탁자 밑에 가지런히 모아져 있는 어머니의 낡은 먹고무신을 내려다보며 그는 갑자기 목구멍이 뻐근해져옴을 느껴야 했다.



 ‘다시 수능을 공부하겠다.’라고 마음을 먹는 것은 어려웠다. 그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던 건 그저 나를 무한히 믿는 부모님의 눈빛 덕분이었다. 어느새 나를 낳았던 당시의 엄마 나이를 훌쩍 넘어버렸다. 작은 생명을 안고 기르던 어린 날의 엄마는 강해졌다. 고작 시험지 몇 장에 좌절해서 우는 내가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가끔 부모님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강해져야겠다’라는 다짐을 한다. 언젠가 그들이 ‘꼬두메’를 찾게 되면, 그곳으로 그대와 함께 걸어가리.




정끝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에 획을 긋는

도박이자 도반이었을 것이다



 성공과 실패, 이익과 손해, 합격과 불합격. 잔인하게도 결과는 존재한다. 그럼 나는 담을 넘지 못한 가지가 된 것일까? 친구가 그랬다. 넌, 무엇인가에 온 힘을 바쳐본 경험이 있는 거잖아.

 넘어온 담 하나를 끌어안는 가지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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