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옥수수 Jul 30. 2023

난 부잣집 딸내미인 줄 알았다

나를 망치는 건 언제나 나 자신이다

막연히 부자를 꿈꾸기보다

왜 부자가 되고 싶고, 왜 여태 부자가 되지 못했는지 연재하고 있다.

왜 돈에 대해 실패했나?

돌아보면, 스스로 '부잣집 딸내미'라고 착각한 출발부터가 잘못됐었다.




90년생인 나는 98년 IMF의 타격도 없이 굳건한 중산층 집안에서 자랐다.

검색해 보니 중산층의 기준이 있는데 넘어가고,

쉽게 생각해서 부자는 아니고, 그렇다고 못 사는 건 아닌 딱 중간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외벌이에 아이 셋이 있는 5인 가구.

아빠는 혼자 벌지만 2주에 한 번은 국내로 여행을 가고,

1년 내내 갈 수 있는 놀이동산 연간회원권 같은 것들이 그 지표라면 지표였을까.


그래서 난 내가 부잣집 딸내미인 줄 알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엄마, 아빠가 이혼하시기 전까지는.

얼마나 철이 없었냐면 중학교 1학년 생일 때 엄마가 사준 브랜드 옷이 있었다.


그걸 받고 화를 냈다.

우리 집 형편이 넉넉한데 두 배는 넘는 가격의 옷을 생일선물로 주지 않아서였다.

어쩌면 그때의 착각을 성인이 된 후에도 못 버렸던 게 내 발목을 잡은 게 아닐까?




그때의 착각부터 말해보자면,

부모님은 아이 셋을 키우는 살림에도 아껴가며 풍요로운 생활을 제공해 주셨다.

다만, 중학생이 되면서 사춘기가 온 딸이 알아주기는커녕 계속 반항만 했던 것이다.


더 정확히 나 자신에게 물어보자면,

부모님의 지원이나 경제적으로 걱정 없는 환경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권리라고 착각했다는 게 제일 맞다.


이후로 부모님이 이혼하고 나서도 제일 힘들었던 건

부끄럽지만 나의 경제적 지원은 당연한데 없어졌다는 생각이었다.

엄마 아빠 때문에 유학도 못 갔고, 대학원도 못 갔고, 취업 지원도 못 받고 등등..


얼마 전 시어머니가 보내주신 톡이 있었다.

좋은 글을 가끔 보내주시는데 글 말미에 나온 내용이었다.

'나 자신을 망치는 건 언제나 나 자신이다'


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막연히 아빠의 경제력에 기대고 있었다.

외벌이었던 부모님이 이혼하신 뒤 경제력이 큰 건 아빠였다.

대학 때, 취업 때, 결혼 때 모두 아빠가 어떻게든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왜 했을까?




결국, 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시간이었다.

그저 아빠에게 투정 부리고 싶은 마음이라면 마음. 핑계라면 핑계. 사실이라면 사실.

아빠와 같이 꿈꿨던 전원주택 생활,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놓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늦었을 수도, 빠를 수도 있는 지금.

32살이 되어서야 돈에 대해 제대로 바라보려고 하는 건

스스로 대견하고 감사한 계기라고 생각한다.


지난 화에서 말했지만 나의 돈 목표나 가치관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90%라고 했다.

아이 낳는 삶을 선택해서일까? 


돈이 필요해져서 돈에 대한 실패담을 쓰면서 시작하는 것 같다.

착각이든 내면아이가 붙잡는 시간이었든

돈에 대해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던 시간들은 지나갔다.

실패를 적어 내려 가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직접 그린 그림과 캘리그래피


매거진의 이전글 딩크 vs 아이 있는 삶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