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발현될 때
한 사람은 자전거와 책 읽기와 글쓰기로 나를 찾고 한 사람은 유흥과 술과 여자 즐기기로 자기를 찾았다.
사귀고 같이 산지 20년이 되었을 때. 아이 둘을 낳고 가정의 울타리가 너무 당연해 의식하지 못 한 채 살아갈 때. 더 이상 서로에게 관심가지 않을 때. 나를 채우고 싶어 졌을 때. 그때가 40대였다.
둘 다 마음에 바람이 들었다. 한 사람은 자기 발전으로 한 사람은 쾌락으로.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었다. 가치관이 정반대였던 둘이었다. 산이 좋아 오르는 사람, 내려올 걸 왜 올라가냐는 사람. 소파 왼쪽에 머리를 대고 눕는 사람, 소파 오른쪽에 머리를 대고 눕는 사람, 주로 발달한 뇌가 다른 양 머리 눕는 방향도 좌우가 달랐다. 한 사람은 좌뇌 한 사람은 우뇌 중심형 인간 같았다.
난 저 사람이 왜 떴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면 난 알겠어서 입을 닫았고, 내가 그런 마음이 드는 연예인을 보면 너무나 좋아했던 사람. 사람을 보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기준도 반대였다 연애 때부터. 나 이거 좋아하면, 난 그거 싫겠구나가 바로 떠올랐다.
익숙한 걸 사는 사람 새로운 걸 사는 사람, 샤워기 머리를 왼쪽으로 가게 놓는 사람, 샤워기 머리를 오른쪽으로 가게 놓는 사람. 같이 차를 타고 길을 가다 앞에 보이는 방향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 내려가는 쪽이라고 설명하는 사람. 앞으로의 일을 미리 걱정하고 사는 사람, 지금만을 사는 사람. 이거 살까 저거 살까 고민이 많았던 사람, 보고 맘에 들면 바로 사는 사람. 달라도 너무 달랐다. 모르는 게 아니었다.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다. 아무도 날 대접해주지 않았다. 그런 날 이 사람만이 특별대우를 해주었다. 그게 지나쳐 나는 이 사람을 무시하며 살았다.
이해되지 않고 이해받을 수 없는 사람. 통한 게 없어 대화도 감정도 소통되지 못하는 답답함으로 살아왔다. 나에게 잘해서 착해서란 이유로 계속 살아왔다.
그게 의미 없다는 걸 알았다. 누구든 날 좋아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이해할 수 있고 따뜻한 눈빛으로 웃는 얼굴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다.
이번일로 배운 건 날 좋아한다고 해서 만나고 사귀고 사귀었다고 해서 결혼하는 건 아니라는 거. 내가 좋아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과 해야 한다는 거다. 이제 더 이상 결혼이란 걸 선택하지 않을 테지만. 나를 좋아하는 상대의 감정에 맞추는 게 아니라 내 감정에 충실해 사람을 만나야 후회가 없다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