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기록법』을 읽고
“지원자는 기자보다는 에디터가 어울릴 것 같은데”
기자가 되기 전, 1차 면접에서 들었던 그 한마디는 꽤 오랫동안 마음의 생채기로 남았있다. 처음엔 그저 다룰 줄 아는 툴이 많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해 보여서 하신 말씀이라 짐작했다. 살면서 처음 들어본 말이었기에 꽤나 당황했지만, 아마 내기억으론 결국 좋은 재료를 캐는 농부의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는 이런저런 즉흥적인 답변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말을 듣자마자 ‘탈락의 징조’라 여겼지만, 다행히 운 좋게 합격했고 어느덧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글을 쓴 지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최근,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에디터의 기록법』을 읽으며 비로소 부장님의 그 안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는 기자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결국 에디터라는 종착지로 향할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책 길이는 짧은 편이다. 230페이지 정도된다.
평소 책 읽는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200페이지 넘는 책을 3시간안에 읽을 정도면 빠른 편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확실히 글을 업무에서든, 본인만의 작은 기록에서든 항상 일상처럼 쓰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술술 읽히고 관심사라 그런지 더 술술 읽혔다.
켜켜이 쌓인 폴더 모양의 디자인과 10명의 에디터를 표시한 책갈피는 이 책이 '기록의 아카이브'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에디터들만의 특징을 '단축키'로 표현한 방식이었다.
해외 소식을 전하던 기자에서 뉴스 에디터가 된 분은 [한/영] 키로, 패션 에디터이자 파트장인 분은 [Ctrl+X](잘라내기)로 표현했다. 평소 단축키를 자주 쓰지 않는 나 같은 독자라면 그 함축적인 의미가 조금 낯설 수도 있겠지만(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기도), 그 짧은 명명법만으로도 에디터들의 정체성이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책내용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내용은 기록이 '콘텐츠'로 승화되는 과정이었다. 오프라인에서 우연히 엿들은 대화 한 토막이 뉴스레터의 주제가 되고, 소품샵 구석에서 발견한 엽서 작가를 기억해 두었다가 훗날 잡지 표지 모델로 연결하는 과정들. 날것의 일상이 에디터의 시선을 통과해 하나의 완성된 세계로 재탄생하는 그 사이의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이런 제작 비하인드로만 가득 찬 후속편이 나오길 바랄 만큼...ㅎㅎ
나만의 습관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사람이 한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그들 사이의 공통점을 찾고, 그 교집합 속에서 다시 개개인의 독특한 관점을 포착해낸다. 『에디터의 기록법』에 등장한 10명의 에디터도 그랬다. '기록'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그들의 삶을 관통하는 몇 가지 선명한 공통점이 보였다.
1. 각자의 메모 어플이 있다.
기록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답게 기록의 장소와 방식, 타이밍에 대한 습관이 철저했다. 세부적인 방법들은 모두 달랐지만, 근본적으로는 '휘발되지 않게 잡아둘 나만의 저장소'가 확실히 존재했다.
일반 휴대폰에 내장된 앱, 그리고 내가 모르는 메모 기록 앱을 알게됐다. (특히 구글킵..바로 보자마자 깔아서 3일째 잘쓰는중 +_+) 중요한 건 도구의 화려함이 아니라, 어떤 순간에도 즉시 기록을 수행할 수 있는 자신만의 '루틴'이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2. 일과 일상을 딱히 구분 안 한다.
사실 이 대목에서 나는 내가 에디터가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나 역시 대학생 때부터 일과 일상을 굳이 구분 짓지 않았으니까.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나 사건을 단순히 흘려보내지 않고, 어떻게든 '콘텐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건 일종의 버릇 같은 거다.
에디터는 세상의 모든 현상에 촉각을 세우고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진실을 부지런히 전해야 하는 기자만큼이나 바쁜 직업이지만, 가볍게 스쳐 가는 것들조차 끄집어 모아 하나의 맥락으로 엮어내야 하기에 일과 일상은 필연적으로 뒤섞일 수밖에 없는 아주 피곤한 직업이다. 하지만 그 피곤함이 결국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비결인 것 같다.
3. 원래 일하던 직업이었던, 꿈에 그리던 직업을 갖게 되었음에도, 꾸준히 '기록'을
책 속의 에디터들이 처음부터 이 길을 걸었던 건 아니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 에디터가 된 이들이 꽤 많았는데, 심지어 은행원 출신도 있었다.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그들이 결국 에디터라는 종착지에 닿을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기록'이었다. 꿈에 그리던 직업을 가졌든, 혹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었든 그들은 멈추지 않고 기록해 왔다. 그 꾸준함이 점들이 되어 선으로 연결되었고, 결국 에디터라는 업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되어준 셈이다.
4. 기록을 한다는 행위 자체를 중시한다? (기록한 것을 다시 꺼내본다는 언급이 많지 않았음)
흥미로운 점은, 기록한 것을 나중에 다시 꺼내 본다는 언급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기록의 목적이 '보관'보다 '기록하는 행위 자체'에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 모두 기록이 중요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일기를 매일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도조차 못 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에디터들은 기록을 거창한 보존의 수단으로 보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감각을 손끝으로 붙잡아두는 능동적인 행위로 즐기고 있었다. 일단 기록해야 한다.
1. 에디터는 남들보다 먼저 트렌드를 예측하는일? (얼마나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가...)
에디터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 트렌드를 읽어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러기 위해 얼마나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지, 그 압박감이 막연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수고로움이 현재의 트렌드를 결국 문화로 만들어낼 수도 있으며, 단순히 트렌드가 트렌드에서만 그치지 않게끔 하는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굉장히 자부심이 가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 기록만큼 '인풋'이 중요하다.
결국 기록만큼이나 중요한 건 압도적인 '인풋(Input)'이다. 기록을 많이 남기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보낸 시간이 무의미한 건 아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세상을 필터 없이 받아들이는 시간, 그 몰입의 과정 자체가 에디터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대목에서 큰 위안을 얻었다. 나는 평소 끊임없이 유튜브를 보고, SNS를 탐닉하며, 가끔씩은 책장을 넘긴다. 때로는 내가 보는 양에 비해 남기는 기록이 턱없이 부족한 것 같아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보는 것의 가치'를 잊지 않게 해주었다. 내가 흡수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 내 안의 토양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신감을 얻었다.
기록이 요리라면, 인풋은 재료를 구하러 다니는 여정이다. 신선한 재료를 고르는 눈을 기르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에디팅의 시작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기록하지 못한 날에 자괴감을 느끼기보다, 오늘 내가 무엇을 깊게 감각했는지에 더 집중해 보려 한다.
3. 기자와 에디터, 꽤나 닮았다.
연예부 기자로 일하며 배우는 것들이 에디터의 업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결국 두 직업 모두 '글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숙명을 지녔고,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가려내는 '선별의 감각'이 생명이다.
모든 기사가 가치를 갖는 건 아니다. 연예부 기자로 지내며 뼈저리게 느낀 점 중 하나는, 팩트의 나열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포착할 때 비로소 기사가 생명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 선별의 과정은 에디터가 수많은 기록 중 하나를 골라 콘텐츠로 빚어내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지금 내가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가치 선별'의 훈련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1. 김지원 - 경향신문 뉴콘텐츠팀 기자, 인문교양 뉴스레터 '인스피아' 발행인
20p- 책은 그자체로 재밌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지 두리번거리며 읽을 때 몇 배로 재밌다.
2. 김혜원- 대학내일→ 캐릿 편집장, 11년차 에디터/ 작가
33p - 나는 에디터라는 직업을 무척 좋아한다. 일상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재미있는 것을 찾아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일. 허무주의에 빠지거나 냉소하는 대신 기어코 의미를 만들어내는 일. 내가 하는 일이 그런 것이어서 좋다.
48p- '나 저 사람 생전 처음 봤어'가 아니라 '트렌드 소개하는 매체에서 한 번 봤어'가 될 수 있다면 우리가 소개하는 트렌드를 통해 무언가를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경계심이 허물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트렌드에서 뒤쳐졌다는 조롱을 받지 않고, 새로운 문화를 안전하게 탐색할 기회를 주고자 만들어진 서비스가 캐릿이다.
49p -트렌드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잊히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기록으로 남겨두면 세상이 변화하는 방향을 가늠하는 데 큰 힌트가 될 것이다....단순히 유행을 낭려하는 일회성 자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시기만의 고유한 감성, 사고방식, 그리고 사회적 맥락을 담은 기록을 남기는 일. 그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믿으면서 매 순간을 기록한다.
3. 도헌정- 폴인 팀장 (은행원→출판사 마케터→폴인 에디터)
61p - 에디터는 작가가 인다. 글을 직접 쓰는 일도 있지만, 콘텐츠 기획자에 가깝다. 사람과 사람, 콘텐츠와 사람을 연결하는 매게체 역할을 한다.에디터로서 남들이 다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널리 회자되는 기획을 하려면? 우선 내가 보는 정보의 양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기록보다 중요한 건 무언가를 꾸준히 보는 습관이다.
63p- 기록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인풋의 습관화다. 시도 때도 없이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제때 필요한 기획으로 연결된다.
66p- 대중보다 한발 앞서 가며 양질의 콘텐츠를 발굴해 대중이 앞으로 필요로 할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안하는 직업이다.
70p - 재밌는 글의 필요조건은 '솔직함'이다.
71p- 새로운 인풋을 꾸준히 접하고 그것이 흘러넘칠때 나만의 아웃풋이 생산된다.
폴인은 개인적으로 뉴스레터 플랫폼 중 카카오톡 채널 광고도 생각보다 꼼꼼히 읽고,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하면서 가장 관심이 가는 뉴스레터 중 하나이다. 그래서 더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는데 인사이트도 가장 많았다. 역시 사람에 대해 콘텐츠를 만들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통찰이 내게 인사이트로 다가온 것 같다.
4. 허완- 뉴닉 에디터, 미디어 오늘기자→허핑턴포스트코리아 기자→뉴닉 에디터
83p -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잘 안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새로운 걸 보지 못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하지만 그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84p- 기자는 기록하는 사람이다. 눈앞에서 벌어진 사건을 성실하게 기록하는 게 그들의 일이다. 에디터는 흔히 '편집하는 사람'으로 이해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에디터는 관찰하고 발견하는 사람이다.
87p- 어디까지나 뉴스를 전하는 사람의 생각이겠지만 '사실 오늘의 가장 중요한 뉴스는 이거'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5. 조성도- 마이오렌지대표 '채널텐' 편집장→슬로위크 대표→마이오렌지대표
111p-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채널텐'이라는 청소년 웹진을 창간했다는 소식이었다...그렇게 필진으로 활동하다가 1997년 외환 위기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사정이 어려워졌고 웹진 운영을 중단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대로 없어지는 게 정말 아쉬워서 같이 필진 활동을 하던 또래 동료들과 논의해서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이런 제안을 했다. 서버만 유지해줄 수 있다면 운영은 우리끼리 알아서 해보겠다고.
6. 김희라 - '어피티' 운영 이사 겸 편집장, 온라인 연재 플랫폼 '판다플립' 론칭, 초단편 프로젝트 문학 무크지 '언유주얼' 창간
124p-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소설은 장편이냐 단편이냐 하는 '길이' 자체가 아주 중요한 장르가 된다. 그리고 그 길이를 결정짓는 것은 '사건의 크기'다. 우리가 좋은 작품이라 부르는 것들은 대개 이야기의 길이에 알맞은 사건의 크기를 가졌다.
128p- 누구에게도 전달되지 않는 기록도 많지만, 나는 수많은 기록을 남기는 과정에서 스스로 답을 얻고, 글 속에 좀 더 완만한 길을 내며 독자에게 쉽게 읽히는 글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136p - 기록은 반드시 내가 의식하고 쓴것, 그. 이상을 내놓는다. 그것을 읽을 때마다 더 선명한 세상을 만난다...삶은 일어난 일에 대한 반응으로 채워지지만, 기록으로서 일어난 일에 관한 관점은 선택할 수 있다. 매일같이 모니터와 눈싸움을 하며 내시력은 아주 많이 나빠졌지만 이렇게 된 거, 성실하게 기록하고 그 기록을 전하며 살아간다면 나의 도 다른 눈은 밝아질지도 모른다. 운이 좋아서 누군가의 세상을 조금이나마 선명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해진 미래인 노안도 두렵지 않다.
7. 오별님- 무신사 패션 에디터
148p - 패션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독자와 고객에게 더 나은 스타일을 제안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면 일상에서도 계속 탐구하고 기록해야 한다...당장은 파편처럼 보여도 바로바로 쌓아두는 기록이면 충분하다.
157p - 기록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내게 유용한 도구에 담겼을 때 쓸모가 배가 되는 것 같다.
8. 윤성원 - 종편 방송사→뉴미디어→커뮤니티 스타트업→ '프로젝트 썸원'
163p - 다시 말해 '콘텐츠를 본다'는 건 콘텐츠를 만든 사람과 연결되는 과정이고 '콘텐츠를 만든다'는 건 내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과정이다.
9. 김송희 - 빅이슈 편집장, 전 씨네21 기자
188p- 에디터는 세상에 나오지 않은 필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191p- '난 재미 없는 사람이야. 이야깃거리가 없어. 내가 뭐라고...'라고 여기는 사람에게 조차 꺼내지 못한 무궁한 콘텐츠가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내가 그런 사람이니까. 사실 우리는 모두 아직 탄생ㅇ하지 못한 글이고 이야기다. 똑같은 일을 겪어도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 말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 우리는 이야기가 아니지만, 누구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202p- 콘텐츠 제작자는 결국 최선의 독자로 자신을 떠올리게 된다. 다양한 관심사를 주머니에 넣어두고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유행템, 트렌드와 취향을 킁킁거리며 취합해야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독자이자 소비자'인 나 자신에게서 출발한다.
10. 손현- 전 토스 콘텐츠 매니저, 에세이 작가
225p- 오랜 기간 시장을 떠나지 않고 그 불확실성을 견뎌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단단함이 글에서 엿보인다.
누군가는 에디터가 되고 싶다면서 왜 기자의 길을 걷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가장 젊고 뜨거운 지금, 현장에서 직접 재료를 캐오는 이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기자가 '날것의 진실'을 발굴하는 사람이라면, 에디터는 그 재료를 가장 맛있게 요리하는 사람이다. 직접 재료를 캐본 사람만이 그 재료가 가진 본질적인 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법이니까.
치열한 훈련들이 결국 10년 뒤, 20년 뒤 내가 만들 콘텐츠의 단단한 콘크리트가 될 것이다. 기자의 눈으로 날카롭게 세상을 관찰하고, 에디터의 마음으로 그 이면의 가치를 기록하는 삶. 이 두 가지 정체성은 내 안에서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며 성장하고 있다.
『에디터의 기록법』을 덮으며 얻은 가장 큰 소득은 '확신'이다. 기록하지 못한 날에 자책하기보다, 오늘 내가 무엇을 인풋했는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 기자로서 팩트를 고르고 기사 흐름을 만드는 모든 행위는 결코 휘발되지 않는다.
10년 뒤, 에디터가 된 나는 나를 어떤 단축키로 정의하게 될지 궁금하다. 아마도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치열한 데이터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눌러 담은 [Ctrl+S](저장) 같은 에디터가 되어 있지 않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