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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 Feb 27. 2022

태국의 장례식

태국인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

태국에서 장례식에 가 본 적이 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학교 선생님 몇 분과 장례식에 참석하러 갔다. 한국에서도 장례식장에 참석해 본 건 평생 3번뿐이었고, 또 태국의 장례식은 처음이었기에 선생님들에게 장례식에 갈 때 무슨 옷을 입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옷장을 뒤져서 내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유일한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200바트의 조의금을 준비했다. 야외에서 장례식은 진행되고 있었고, 한쪽에는 손님들이 고인에게 인사를 하고 영정 사진과 그 주변으로 꽃과 향을 피워놓고 재단이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같이 간 선생님들과 같이 재단 앞에 서서 영정 사진을 향해 짧게 묵념을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고, 돌아가신 분의 가족들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태국의 장례식에 처음 참석한 후에 놀란 , 생각보다 밝았던 장례식장의 분위기다.  누구도 사람이 죽었다고 슬퍼하는 사람도 없었고, 오히려 장례식장에서는 띵띵똥똥거리는 밝고 경쾌한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족들도 담담하고 차분했으며 장례식장에 모인 50명이 넘는 조문객들은 다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한 표정으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태국은 국교가 불교인만큼 태국 사람들의 일상생활 곳곳에는 불교적인 요소를 많이 발견할  있는데, 장례식 또한 불교 스타일로 진행되었다. 스님 10  정도가 나이가 높은 순서대로  지어 들어와서 앉았고, 목탁을 두드리면서 염불을 외며 고인의 죽음을 기리는 의식을 거행했다. 나이가 높은 순서대로 앉다 보니, 제일 마지막에는 10 정도밖에   보이는 동자승도 있었다. 의식이 모두 끝난 후에 조문객들은 10명씩 앞으로 나와서 10분의 스님께 유가족 측에서 준비한 선물(각종 생활용품) 드렸다. 그리고 장례식은 모두 끝이 났다.




그렇게 오래 인생을 살아보지 못했기에 내 삶을 통틀어서 장례식을 경험해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장례식은 2 , 한국에서 외할아버지 장례식이다. 그때 당시에 나는 너무 많이 슬퍼했고, 너무 많이 울었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은 장례식 3 동안 눈물샘이 마를 틈도 없이 소리 내어 울었었다. 한국에서 사람들은 장례식장에서 다들 너무 많이 슬퍼하고  몸으로 슬픔을 표현한다. '죽음' '영원한 이별'이며, 다시는 만날  없기에 남은 사람들은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을 슬퍼한다.


하지만 태국에서 내가 경험한 장례식은 슬퍼하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밝고 경쾌한 음악 속에서 진행되어서 놀랐다. 불교에서 '죽음'은 아무도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한다. 한 인간이 죽으면 그건 영원한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혼으로 환생해서 새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에 두려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이 아니고 어디선가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태국 사람들에게 죽음은 슬프고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경쾌한 음악과 함께 세상을 떠난 사람을 기리는 태국 사람들. 그날 이후로 나도 죽음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바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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