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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Apr 13. 2024

부조리와 글쓰기


내 인식 그리고 태도의 많은 부분은 삶의 부조리에 대한 인정, 그에 따른 삶에의 긍정에 기대고 있다. 일상은 본질적으로 권태로우며 역사적 더 나아가 우주적인 관점에서 나의 존재는 원자적임을 인지하고, 그러므로 외려 보다 자유로운 마음으로 삶을 유영하며 내게 의미 있는 것들을 더 사랑하며 지내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범속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개별성을 기억하는, 그리하여 일상을 긍정하게 하는, 내게 가장 의미있는 방법 중 하나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이다. 나의 영혼 외의 무엇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몰두하는 시간을 가지는 건 영혼을 돌보는 일에 만큼은 큰 도움이 된다.


굳이 전에 쓴 글과 지금 쓰는 글의 연속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한 편의 글은 어떤 완결성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고, 뮤즈를 찾아 떠나기보다는 뮤즈가 찾아올 수 있도록 같은 시간 꾸준히 글을 쓰라는 조언을 따르지 않고, 그렇게 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에서 끝날지 나조차 모르는, 그 사실에 개의치 않으면서. 글과 글을 쓰는 시간에 별다른 외부적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이 행위는 사치의 정점처럼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글쓰기는 어떤 순간의 나에 대해 서술적 정의를 내리는 행위에 가깝다고 여긴다. 끝내 지나치지 못한 마음들을 그러모아 알맞은 이름으로 호명해주는 장을 마련하는 행위를 통해 단절된 것처럼 느껴지는 장면들에 연속성을 부여한다. 그러면, 혹은 그래야만, 타인의 눈을 진심으로 들여다보고 나의 마음과도 발걸음을 맞출 수 있었다. 삶은 본질적으로 부조리하다는 전제를 나는 믿으므로 다시 삶을 긍정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이런 의식을 행하는 것이 내겐 꽤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글을 썼으면,  내가 그걸 읽을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랬던 적이 있는 것도 같다. 지금의 나는 글을 쓰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규명해나가는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며, 오히려 그들이 글을 썼다면, 내가 그 글을 읽었다면 마음이 힘들어지곤 했으리라 생각한다. 타인의 어떤 마음은 한 번 마주한 이상 오래도록 내게 남아, 그 사람이 그 자리를 떠나간 후에도 그를 마주할 때마다 그 마음의 모양대로 그를 읽어내게 될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가 감당하지 못할 마음을 떠안게 될까 늘 무섭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안녕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 곁에 오래 남아주면 좋겠다. 그들은 내가 삶을 긍정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므로.


*

쓰며 알베르 카뮈, 외젠 이오네스코, 페르난두 페소아, 다자이 오사무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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