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는 가족 모두가 모여 떠나는 첫 해외여행지였다. 부모님 따로, 자매들만 따로, 여자들만 따로 여행을 해본 적은 있지만 가족 모든 구성원인 다섯 명이서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가족들의 휴가기간을 맞추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회사원, 자영업을 하는 가족들이 휴가 기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없는 가족들에게 시간을 맞추는 것으로 해결되는 듯했지만 그때는 모든 비용이 가장 비싼 성수기였다.
그러다 보니 선택할 수 있는 여행지도 제한적이었다.
우선 여행할 시간이 3박 4일밖에 되지 않아서 짧은 기간 안에 둘러볼 수 있고 도시 관광과 휴양을 적절하게 할 수 있는 곳을 골라야 했다. 그리고 성수기라도 비용이 부담되지 않는 여행지를 검색하니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섬 투어와 스노클링, 그리고 이름 모를 바닷가이다.
우선 섬 투어가 기억에 남은 것은 아찔한 배 멀미 때문이다. 아버지에 말에 따르면 '최악의 배'가 그 이유이다.
만따나니 섬으로 들어가는 배는 시간에 쫓겨서 그랬는지 아니면 관광객들을 즐겁게 하고자 그랬는지 엄청난 속도로 배를 튕겨가며 운전을 했다.
그러다 보니 마치 안전벨트가 없는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눈앞에 손잡이를 꼭 잡고, 의자에서 20cm는 튀어 오르는 엉덩이를 잘 간수해야만 했다. 선원들의 호응 소리에 맞춰 들썩이는 배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배 멀미를 넘어선 배 통증으로 가족 모두 뿔이 난 상황이었지만 섬에 도착을 해서 옷을 갈아입고 스노클링을 하면서 부정적인 마음이 바닷물에 씻겨 내려갔다. 신비한 산호가 가득한 바닷속 풍경을 만끽하고 있으면 나타나는 아름다운 물고기 떼는 눈을 떼지 못하게 하였고 나는 한 마리의 인어 인간이 된 듯이 만따나니 섬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 또한 호된 뱃놀이에 정신을 못 차리고 굳은 어깨와 팔 근육, 두통과 엉덩이 통증을 호소해야 했다. 아무래도 배를 잘못 고른 것 같다며 한국에 돌아가서 투어 후기에 절대 비추천이라고 남기고 평점을 최악으로 주겠다고 단단히 별렀다. 숙소에 돌아와 가족들과 그런 배는 앞으로 평생 탈 수 없을 것이라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며 욕을 하면서도 즐겁게 수다를 떤 기억이 오히려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