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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롱 Nov 03. 2022

마드리드에서 주악 만들기

한국 디저트 연재 2편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으슬으슬한 날인데 차가 없다니 이렇게 괴로울 수가 없다. 뚜벅이 시절에는 몇 킬로든 유모차가 있으면 내가 걸어가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운전이 사람을 나약하게 만드는 걸까. 차 하나 없을 뿐인데 기동성이 확 떨어진 느낌이라 괴롭다. 비 오는 날, 아이들이 걷기에 너무 먼 학교. 우버를 불렀다. 카시트가 있는 것으로 부르니 대기 시간만 15분. 이 차라도 오지 않으며 어떻게 보내나 싶어서 눈 빠지도록 검은색 자동차를 기다린다.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택시를 탄다고 신이 났다. 예상과 어긋나는 돌발 상황이 나는 이렇게나 답답한데, 천진난만한 만 3세들은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런 상황은 대환영이다.


무사히 아침의 루틴을 마쳤으니 이제 다시 한과 만들기에 돌입한다. 지난번에 만든 약과는 꽤나 반응이 좋았다. 프렌치 베이킹의 방법으로 보슬보슬하게 밀가루를 만들고, 약과 몰드로 똑같은 약과 모양을 찍어내서 오븐에 한판 구웠는데, 기름 냄새 전혀 나지 않는 담백한 약과가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집 청한 후 바로 당일에 먹는 약과는 달달한 시럽 덕에 끈적끈적했고 속까지 베어 들어가지 않아 아쉬운 점도 조금은 있었는데, 8일이 지난 지금. 약과의 표면이 많이 말라서 만지기에 덜 부담스러워졌고, 속까지 쫀득해져서 약과 특유의 식감이 더욱 살아나게 되었다. 이쯤 되면 약과도 마들렌 같은 여행 케이크가 아닌가 싶다. 상온에 보관할 수 있고 달달한 맛에 없던 기운도 생길 것 같으니 말이다! 고려시대에도 원나라까지 가져갔으면 유통기한은 상당히 기긴 음식이어서 가능했겠다! 스페인 사람들에게 선보일 때는 그래도 하루 시럽에 담그고 빼내서 5일 정도 말려 선보일 예정.


다섯까지 메뉴 중 하나만 테스팅을 마쳤기에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두 번째는 개성 주악. 반짝반짝 빛나는 조약돌을 닮은 모양이라고 해서 궁중에서는 조악. 민가에서는 주악이라고 불렸다는 이것. 개성 지역에서 많이 만들어 먹어서 개성 주악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게 되었단다. 찹쌀떡을 튀기는 것이기에 한국식 찹쌀 도넛이라는 이름이 딱인데 이것 역시 약과처럼 시럽에 담그므로 한입 베어 물었을 때 툭 터지는 맛이 있다. 설명은 오늘도 서울의 유명 한국 디저트 가게인 강정이 넘치는 집의 설명으로 배워봤다. 이 건 비주얼상 빼놓을 수 없는 한과다. 마치 귀여운 사과 혹은 배 모양 같기도 하고 동글동글 반짝반짝한 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찹쌀가루와 밀가루, 설탕을 섞고 막걸리로 반죽을 한다. 수분이 한참 부족하다. 뜨거운 물로 익반죽도 해준다. 동글동글 굴리고 젓가락으로 중간에 콕 찍어주면 반죽 완성!


그리고 이 메뉴의 가장 어려운 파트가 왔다. 튀기는 것. 금방 튀겨내면 될 것 같은데 함정은 아주 저온으로 천천히 튀겨야 한다는 것. 너무 답답해서 빠르게 고온으로 튀겨봤더니 왜 그렇게 튀기면 안 되는지 알아버렸다. 마치 화성처럼? 여드름처럼 표면이 울긋불긋 고르지 않게 변해버리더라. 어떤 설명을 보면 기름이 팍 튀어버린다고도 했다. 그러니 불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는 것! 저온 기름에 튀길 때는 도우가 기름 밑에 가라앉아있다. 보통 치킨 튀길 때 180도까지 올리지 않나? 반도 안 되는 80도에서 쭈욱 기다리는 것. 그리고 좀 익으면 떠오른다. 그때가 되어야 불을 올리고 색을 낼 수 있다는 사실!!! 그러니 주악은 인내심을 시험하는 메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수분율을 다르게 해서 몇 번이고 튀겨냈다. 어떤 때는 30분까지도 기다렸다. 그건 좀 지나친 것 같고. 15분쯤 완성하면 좋지 않을까. 기름 냄새를 계속 맡으니 완성도 전에 지쳐버릴 것 같다. 그래도 부지런히 건져내서 시럽 게 넣어둔다. 시럽을 흡수하면 점점점점 부드러워지겠지!!! 한입도 먹기 싫은 마음을 뒤로하고 공부해야 하니까 한입을 앙 베어 물었다. 정말 그렇다! 툭 터지는 즙청!!! 하아.. 맛있구나. 그래 맛있는 음식을 하려면 인내심은 필수! 이 메뉴를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한국 디저트는 난생처음인 스페인 분들이 드시는 거니까. 이건 사명감을 가지고 테스팅을 해야 한다.





아.... 이럴 수가. 첫날에 맛있었던 주악은 다음날이 되니 돌처럼 딱딱해졌다. 수분양이 충분하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다시 테스트에 돌입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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