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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롱 Nov 11. 2022

전자레인지로 떡을 만들어 봤습니다!

마드리드에서 한국 디저트 만들기 연재 3편

스페인 사람들에게 한식 디저트를 소개하는 행사는 12월이다. 11월 내로 맛있는 한국 디저트 5종 테스팅을 마쳐야 한다. 뭐든 만들 수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현지에서 구하는 재료로 얼마나 맛있는 재료를 만들 수 있는가! 현지 인의 입맛을 고려하면서도 정통의 범주 안에 있어서 새로 맛보는 분들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아! 이게 그때 먹어본 그 메뉴구나"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의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한식 디저트 중 빠질 수 없는 것! 새해에나 명절에나 백일상에나 돌잔치까지도 빠질 수 없는 메뉴. 그것은 바로 떡!!!


일종의 튀긴 떡인 주악을 만들면서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다음날 매우 딱딱하게 고무 씹는 것과 같은 텍스처. 이런 건 아무도 먹어서는 안 된다. 집청 이틀째 더 말랑말랑해진다고 했던 사람 누구인가!! 나와보시게!!!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당일에 먹기 바로 전에 만들면 된다는 것. 주악 한 판을 튀기는데 20분가량 소요되니 20개씩 세 번 튀기면 되는 거다. 한과의 유명 책 저자 셰프님께도 여쭤봤다. 물 양을 늘려 만드는 것 하지 말고 레시피대로 하고 당일에 만드는 것을 추천하신단다. 정석을 따르는 게 마음이 편하니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래서 떡집이 새벽부터 문을 여는구나. 갓 나온 따끈따끈한 떡을 만들어 손님들께 대접하기 위함이다. 누군가의 미라클 모닝과 새벽부터 흘리는 땀으로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떡, 기나긴 역사만큼 쉽게 볼 것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나의 다음 타자는 인절미였다. 그러나 싱싱한 콩가루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 아시아 마켓에서 산 한국산 콩가루가 괜찮긴 했지만 과연 먹었을 때 맛있다!라는 감탄이 나올까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찰떡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그것도 노란 속살을 뽐내는 호박 찰떡으로 말이다. 그동안 테스트했던 메뉴는 약과와 주악. 둘 다 시나몬 향이 솔솔 나고 집청을 하기에 진한 달달한 맛이다. 가을 겨울에 어울리지만 다른 재료, 다른 요리법으로 만드는 한식 디저트가 얼마나 다양한데! 그래서 조금 더 담백한 메뉴를 만들고 싶었다. 찰떡은 찹쌀가루로 쉽게 만들 수 있다. 여러 방법을 고민하다 찹쌀가루를 익반죽하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쫀득하게 익히는 방식을 선택했다. 마침 스페인의 아주 유명한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에서 오랫동안 일하신 한국인 요리사분의 팁을 얻을 수 있었다.


제철을 맞이한 호박은 향이 좋았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단호박도 늙은 호박도 아닌 버터넛 스쿼시지만 호박 향이 솔솔 나는 것 보니 한국적인 디저트에 딱인 재료랄까. 잘 익혀서 치대는 것 대신 핸드 블랜더로 반죽을 정리해준다. 얼룩덜룩 했던 노란색이 한 톤 비단결 같이 정리되었다. 너무 말랑 거리는 것이 부담이 될까 봐 씹는 맛에 변주를 줄 견과류도 잔뜩 넣어본다. 피칸과 호박씨. 노란색에 갈색과 녹색. 색의 조합이 딱이다. 한입 냠! 이건 제대로 떡이잖아! 나도 1년 넘게 한국에 방문하지 못해 고향의 그리운 맛이 뭔가 가슴에 훅 하고 와닿는 느낌이었다. 한편... 한입씩 먹어보는 행사에서 호박 찰떡 한 덩이는 조금 투박해 보였다. 경단 크기로 자르고 카스텔라에 굴리기로 한다. 그럼 경단이 되는 거지!


동글동글한 경단을 만들어두고 보니 맛이 더욱 좋아졌다. 입에 넣었을 때 익숙하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카스텔라와 쫀득하고 말랑말랑한 떡, 오독오독 씹히는 견과류까지 밸런스가 훨씬 좋아졌다. 뭔가 노력하다 맛있는 게 나오면 절로 기뻐진다. 내가 맛있는 걸 먹는 기쁨도 크지만 소개하고 나눌 것을 생각하면 두배로 더 커지는 그 마음. 1번 시식단은 언제나 우리 집 쌍둥이다. 노란색의 한식 디저트는 꼬마들에게도 인기 만점이었다. 마음에 드는 모양인지 다음 날 아침부터 찾는다. 아이는 여전히 경단이 만족스럽다. 어어어??? 어랏!!! 아직도 아주 촉촉하고 말랑말랑해!! 오히려 카스텔라가 적당히 수분 기를 머금고 잘 정돈된 표면이 되었달까. 그래 이건 전날 밤에 만들어두면 되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한식 디저트 도전은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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