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흉보려는 건 아니지만
가끔 딸의 의젓한 뒷모습을 볼 때 울컥할 때가 있다..
어느 순간부턴가 그렇게도 싫어하던 수영 레슨을 받으러 탈의실에서 나가면서 하이파이만 하고 풀사이드까지 씩씩하게 혼자서 들어갈 때.
그렇게 혼자 낯선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려 할 때.
어쨌든 나와 떨어져 혼자 배우고자 할 때.
하기 싫은데도 해야 한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을 때.
중간에 포기하면 안 된다고 하기 싫은 것도 울면서 끝까지 해내겠다고 먼저 말할 때.
자기보다 먼저 자려고 하는 엄마랑 더 같이 놀고 싶어서 못 자게 할 법도 한데 그냥 옆에 가만히 누워서 보듬어 줄 때, 그러다 새벽에 문득 잠이 깨서 보면 어쩌다 알아서 잠들어있는 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볼 때면 어느덧 나의 아가는 없고 이미 나와 분리된 숙녀가 있다.
뒷모습에만 울컥할까.
앞으로는 울어버렸다.
임신 후기에 접어들면서 또 호르몬이 널뛰기하는 건지, 남편도 알아주지 않는 힘듦을 에바가 늘 만져준다. 내 몸 하나 힘듦에서 나오는 짜증을 이해해 주고, 억지를 부려도 '알았어' 한마디 하고 잘 따라주고 타협해 주는 우리 딸. 미안한데, 너무나 미안한데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그런 딸에게 의지하고 있다. (나는 절대로 널 케이장녀로 키우지 않을테다!)
얼마 전엔 혼자 방에 쳐박혀 눈물을 참으며 훌쩍대던 덩치 큰 삼십 대 후반 여자가, 네 살 딸의 손길에 엉엉 목놓아 울었더란다.
'괜찮은' 남편은 묻기만 한다.
어디 아프냐, 아프면 어디가 아프냐,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말을 해라, 뭐 갖다 줄까, 이거 먹을래? (안 먹는다고 하면 두 번 이상 묻기 없음)... 우리 딸은, 내게 많은 걸 묻지 않는다.
엄마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의자 밟고 올라가 정수기에서 무조건 차가운 물을 떠다 주고,
안아주고, 안 먹겠다고 한 과일 한쪽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열심히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내 뱃속으로 낳은 자식과 남의 자식의 차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