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월의 썸머 Oct 13. 2023

01. 이혼할 결심

며칠 전, 엄마로부터 엄마친구 아들의 이혼이야기를 들었다.

엄친아의 대표 캐릭터였는데, 와이프가 바람이 나서 이혼소송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끝에 엄마가 나에게 말하길,


"나는 우리 딸, 그냥 아이 예쁘게 키우면서 잘 살아가고 있단 것에 참 감사해. 평범한 것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속은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부모님, 가족, 친구에게는 걱정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 속사정을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태했던 나의 결혼 생활은 4년차 때쯤 불안하다, 이내 7년 차가 되는 해 끝을 내겠다며 결심했다.


나는 26살 남들이 이야기하는 꽃다운 나이에 남편과 결혼했다. 21살에 만나 이 사람에게 내 모든 걸 주었고, 후회 없을 만큼 사랑했다. 나에게 남편은 내가 의지할 수 있는 큰 존재였고, 서로에게 둘도 없는 베프이자 사이좋은 부부였다. 그리고 지금 나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5살 딸아이가 있다.


애석하게도 남편은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집안일을 손수 도와주었고, 육아에도 적극 동참해 주었다. 또 커리어 욕심이 있는 나를 이해해 주고 지지해 주었다. 술도 담배도 하지 않았고, 친구보단 가족이 우선인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나에게 신뢰를 깨는 반복적인 일들이 있었고 상대가 더 이상 같이 살기 위해 변하려는 의지가 없단 것을 느낀 순간  함께 할 수 없음을 직감했던 것 같다.


이 결심까지 많이 울며, 잘해보기 위한 온갖 방법을 동원했었다. 남편을 타일러도 보고, 화도 내보고, 시댁에 가서 도와달라고 이야기도 해봤다. 어리석은 행동이었지만 자극되라고 일부러 아이 앞에서 싸운 적도 있다. 그런데 잘 살아보겠단 이 의지가 나에게만 있고 상대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 혼자 애쓰고 있는 걸 알았을 때,, 간신히 붙들고 있는 내 마음을 내려놓으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오랜 시간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잠수하다 수면 위로 박차고 올라온 느낌이었다.

순간 이혼을 하지 말라고 나를 억눌렀던 모든 것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 차리고, 빨리 이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더 이상 이렇게 내 감정을 소모할 수 없고 이젠 나를 돌보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 아이가 행복해지기 위해 행동해야 했다. 나는 곧장 인쇄소로 달려가 합의 이혼 서류와, 이혼 절차 방식을 출력해 남편에게 통보했다.


내 마음은 정해졌고, 이젠 되돌릴 수 없어. 내가 원하는 합의이혼 내용은 이러하니 읽어보고 이번주까지 답해줘.


꿈적도 하지 않는 남편의 태도에 난 더더욱 확고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음속으로는, 이혼서류를 들이밀었는데 무릎 꿇고 빌어도 이미 끝이야. 그런데 진짜 그렇게 나오면 나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마음은 뭐였을까? 진짜 마지막 살아보기 위한 발악이었을까. 더 이상은 못하겠어라고 마음먹은 순간 분명 숨통이 트인 것 같았는데..


그리고 난 곧장 아이방으로 가서 각방살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주까지는 답을 달라고 기한을 줬으니 이 대답을 기다려야 했다. 마음먹은 순간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갈까 수십만 번 고민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사정을 모르시고, 친정에 가게 되는 경우 거리 때문에 당장 아이가 다니는 기관도 보낼 수 없고 그럼 내가 일을 못하는 상황이라 뭔가 정리되고 움직여야겠단 생각이었다.


결정한 순간 마음은 정말 후련했지만, 막상 통보하고 나니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눈을 감아도, 떠도 눈물이 줄줄줄 흘렀다. 그렇게 울다 잠이 들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