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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비 May 01. 2018

국립한글박물관 2편, 한글이 걸어온 길

국립한글박물관 100배 즐기기

국립한글박물관 포스팅은 총 3회 연속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포스팅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국립한글박물관 부대시설 소개 및 이용방법

2.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관

3. 국립한글박물관 기획 전시관                


 


  이번 포스팅은 국립한글박물관 두 번째 포스팅으로, '상설전시관 : 한글이 걸어온 길'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지난 포스팅을 안 읽으신 분을 위해서 잠깐 안내드릴게요. 국립한글박물관은 4개의 전시실이 있는데, 2층과 3층에 각각 2개씩 있습니다. 2층에는 상설전시관과 유아를 위한 '한글놀이터'가 있고, 3층엔 기획 전시관과 외국인을 위한 '한글배움터'가 있습니다. 그리고 1층에 한글도서관이 있습니다.  1. 국립한글박물관 부대시설 소개 및 이용방법은 아래 포스팅을 참조해주세요!


https://brunch.co.kr/@summerrain16/14

                                                                                                             

한글박물관에 대한 포스팅은 이번 3회로 끝내는 것은 아니고, 전시관이 바뀔 때(기획 전시관이 바뀔 때) 또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한글박물관 상설관의 제목은 '한글이 걸어온 길'입니다. 제목만 봐도 느껴지듯이 한글 창제부터 시작하여 현대까지의 한글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상설전시관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부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제2부 쉽게 익혀서 편히 쓰니
제3부 세상에 널리 퍼져 나아가니

                                                                                                             

'제1부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유, 그리고 한글의 우수성, 한글을 만든 원리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2부 쉽게 익혀서 편히 쓰니'는 교육, 종교, 예술, 일상 등에서 한글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제3부 세상에 널리 퍼져 나아가니'는 일제강점기 이후 한글의 수난과 해방 이후 한글 사용에 대해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상설전시관 입구 바로 왼쪽에 약 8분 정도의 영상을 상영하는 곳이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한글 제작 당시의 모습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습니다. 8분이 순삭되는 경험.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짧은 영상에 많은 사실들을 담고 있어서 참 잘 만들었구나 싶었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면 이제 본격적인 상설전시관 스따투!



                                                                                                            

  한글이 없던 시대에는 어떤 문자를 사용했을까요?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한자를 사용했지요. 하지만 중국어를 그대로 쓰기보단 우리 방식에 맞게 바꾸어 사용을 했습니다. 그게 바로 [이두]입니다. 중국어는 영어와 어순이 같지만 한국어와는 다르죠. 한자를 우리말의 어순대로 표기한 게  바로 이두인데요, 이 이두는 행정용 문서에서 많이 사용되었고, 조선시대까지도 사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역사 전공자, 특히 전근대 전공자들은 한문 원서를 해석할 때 자전이라는 한자 사전뿐만 아니라 이두 사전도 옆에 두고 같이 이용한답니다. 물론 저도 집에 한 권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의 사전이 워낙에 잘 되어있어서 찾는 사람이 적다 보니 출판사에서 사전을 거의 제작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혹시 이두사전이 필요하신 분은 역사 전문 중고서점에서 찾아보셔야 할 거예요.


  한자와 이두로 우리말을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또 어려웠습니다. 한자는 뜻글자이기 때문에 많은 한자를 외워야 하는데, 일반 백성들은 농사일에 바빠서 한자를 공부할 시간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한자를 쓸 수 있는 계층은 양반층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문제를 느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었습니다. 



이쯤에서 훈민정음 해례본 사진이 나와야 하겠지만...


                                                                                                               

 훈민정음은 28개의 자모음으로 이루어진 글자로, 언어의 음절을 초성, 중성, 종성으로 구분한 최초의 문자입니다. 우리가 물건을 처음 사면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설명서를 먼저 읽듯이, 이 한글도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세상에 없던 글자이기 때문에 설명서가 필요했을 거예요. 한글 사용법을 알려주는 설명서가 바로 '훈민정음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입니다. 훈민정음해례본은 국보 70호이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원본은 한글박물관이 아닌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어서 박물관에서는 원본을 볼 수 없습니다. 

  대신 한글박물관에는 한글이 쓰인 많은 기록물, 서책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시대에 따라 한글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저는 전시를 둘러보면서 재밌었던 책들이 꽤 많았는데,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인어대방 - 대화 형식의 일본어 학습 교재

                                                                                                                    

 먼저 이 책 [인어대방(隣語大方)]은 일본어 학습 교재인데, 대화 형식으로 되어있는 교재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회화집 정도 되겠어요. 이 책은 조선시대 사역원(외국어 통역과 번역을 맡아하던 곳)에서 사용하던 책이라고 합니다. 자세히 보면 왼쪽에 한국어를 적고 오른쪽에 일본어를 써져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빨간색으로 잘못 쓰인 곳에 표시도 해두고 있네요. 이 책을 봤던 사람은 무척이나 열심히 공부했던 듯합니다.



음식방문 - 떡볶이를 만드는 방법


                                                                                                                    

 이 책은 [음식방문(飮食方文)]이라는 요리책입니다. 설명에 따르면 이 책은 1882년에 만들어진 책으로 국화만두, 붕어찜, 떡볶이, 정과 등의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의 내용은 떡볶이 조리법인데, 지금과는 다르게 고기와 양념으로 볶아 만드는 게 꼭 불고기에 떡이 들어있는 음식 같네요. 조리법이 궁금하시면 한글박물관에 가서 확인!!



성경직해 - 성경을 우리말로 푼 책

                                                                                                               

  이 책 [성경직해]는 1903년에 간행되었는데, 그 내용은 19세기 말 뮈텔 주교에 의해 활판본으로 간행된 책입니다. 17세기에 북경에서 한문본으로 간행된 것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으로, 성경은 18세기에 이미 우리말로 번역이 되어 필사본으로 전해져오다가 19세기 활판본으로 인쇄되었다고 합니다. 글이 순 한글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건, 제가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 그런 걸까요?




해부학 - 우리나라 최초의 해부학 교과서

                                                                                                                

  한글책들을 보면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책 [해부학]. 이건 20세기 초 제중원에서 간행한 해부학 교과서라고 합니다. 일본인이 쓴 해부학책을 번역해서 발간한 책인데, 그림이 일단 너무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라 놀랍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당시에 의학 수준이 어떠했을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의 척추가 대문자 S자인 게, 요즘 골반이 비틀어진 대다 거북목인 저는 무척이나 부럽네요. 그런데 한글이 대부분인데, 읽어내려가는 건 어렵네요ㅎㅎ


                                                                                                                  

  상설전시관 2부에서는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때 일상적으로 쓰던 한글 책과 놀이들이 있었는데, 제가 박장대소를 하며 본 유물들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이 코너에 숨겨진 재미들이 많으니까 천천히 둘러보면서 재미들을 찾으시면 좋겠네요. 저는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게 뭘까요? 이건 1949년도에 실시한 총인구조사를 기념해서 만든 재떨이입니다. 이때도 이런 기념품을 만들었네요. 거기다 위에 한글로 총인구조사라고 글자를 써서 재를 털 수 있게 만든 게, 디자이너가 센스가 넘치네요.  


                                                                                                                 

이건 정말 용도를 백자에 새겨 만든, 식혜단지입니다. 식혜 말고 다른 거 넣으면 혼날 듯한 느낌적 느낌.



                                                                                                            

이건 떡살인데요, 절편 같은 떡에 꽝하고 도장을 찍는 데에 사용합니다. 왼쪽 떡살엔 한글로 '축'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오른쪽 떡살엔 손잡이에 '득손'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네요.


                                                                                                                  

  이 삐뚤삐뚤한 글씨는 누구의 글씨일까요? 정조입니다. 정조가 4살 무렵에 큰 외숙모께 보낸 편지인데, 지금은 쓰지 않는 단어들이 들어있어서 읽기가 힘듭니다. 그 내용을 보면, 정조에게는 수대라는 외사촌 동생이 있었던 듯합니다. 정조 자신이 신던 죡건(버선)이 작아져서 동생인 슈대에게 신겨주라고 합니다. 어린 정조의 생각이 참 기특하네요.

  정조가 어릴 땐 이렇게 글씨가 엉망이었지만, 성인이 되어서 쓴 한글은 어떨까요?


                                                                                                                  

 흘림체에 가깝지만 단정하고 힘 있는 느낌이 드는 게 정조의 성격이 어땠을지 짐작이 갑니다. 성격도 좀 급한, 남성성이 물씬 풍기는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편지는 정조가 42세일 때 큰 외숙모님께 새해 안부 인사를 여쭙고자 보낸 편지입니다. 그리고 새해 선물로 돈과 쌀 생필품, 해산물, 고기 등의 선물도 같이 보냈는데, 그 목록이 상단에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는 황실의 창고인 내탕고에서 물품을 보낸다는 허락을 담은 도장(내탕지인)도 꽝 찍혀있습니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서인지 청와대에서 만든 기념품들이 '이니 굿즈'라고 해서 엄청 인기가 많은데, 이때도 임금님이 하사하신 술, 임금님이 내리신 옷감을 '왕실 굿즈'라고 하며 자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듭니다.



  국가가 만든 책도 많이 있었는데, 백성들에게 읽히려고 한 책은 대게 윤리와 도덕성을 강조한 책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삼강오륜과 행실도 등인데요.


                                                                                                                 

 백성을 교화하기 위해서 만든 책인 행실도인데, 읽다 보니 잔혹한 게 좀 많았어요. 그중 하나를 소개하면, [김씨 참두]라는 글이었습니다.


김씨는 담양부 사람이며 유학(幼學) 이순성의 아내이다. 정유왜란에 도적이 김씨의 몸을 더럽히려고 하자 김씨가 도적을 꾸짖었다. 김씨가 꾸짖기를 그치지 않자 도적이 김씨의 왼팔을 베었다. 김씨가 오히려 "죽을지언정 너를 따르지 않겠다."라고 말하자, 도적이 김씨의 머리를 베었다. 열 살 먹은 김씨의 아이가 어머니를 안고 함께 죽었다.

                                                                                                                  

 음.. 되게 사실적이긴 한데, 정말 내용을 거르지 않은 이런 글이 과연 윤리 교육에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드네요. 정절을 지키려다 팔과 머리를 잘리고, 자식도 죽는 이야기. 이 글을 쓴 사람은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아마 지금 이 책이 윤리 교과서에 실린다면 아마 모든 학부모와 교육단체들이 교육청 앞에 가서 시위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정부가 하는 일이란..


승경도 놀이판


                                                                                                         

  이건 조선시대 놀이판이라고 하는데 보드게임 중 블루마블이랑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저 놀이판을 자세히 보면 벼슬 이름이 적혀 있는데요, 이건 아이들이 벼슬 이름을 익히기 위해서 사용한 놀이판이라고 합니다. 아마 오른쪽의 윷가락을 주사위처럼 던져서 나온 수만큼 이동하는 놀이겠죠? 그리고 중간에 저 집 그림은 아마도 임금님이 사시는 궁궐?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 궁궐에 먼저 도착하면 이기는 거겠죠?  정말로 아이들이 이 게임판을 가지고 놀았을지, 놀았다면 어떻게 놀았을지 무척 궁금하네요.

  이 외에도 조선시대 생활을 엿보게 하는 전시가 많았어요. 한글 역점이라던지, 한글 번역 소설이라던지. 나머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조선시대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근대시대 전시물을 한 번 볼까요?


                                                                                                              

근대에 나온 출판물들은 훨씬 더 읽기가 수월했어요. 여기엔 역사 교과서에서 만났던 근대소설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 눈길을 끌었던 책은 바로 이 책 [깔깔우슴주머니]입니다. 



                                                                                                                                                   

 내용이 대개 허무개그인 게 많았는데, 신기했던 건 제가 알고 있던 내용들도 꽤 있었다는 겁니다. 이 책이 20세 초, 그러니까 일제강점기에 출판되었는데, 21세기에 살고 있는 저도 알고 있는 글들이라니 기분이 오묘했어요.

  일제강점기가 그다지 먼 시기가 아닌,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이 나와는 동떨어진 먼 시대 사람이 아니라 무척 지척에 살았던 사람들이구나 싶은, 그리고 나와 비슷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느낌이었어요. 이번엔 [깔깔우슴주머니]를 다 못 읽고 왔는데, 다음번엔 이 책 읽으러 박물관에 가려구요. 한글박물관에 가시게 되면 여러분도 이 책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아마 빵빵 터질 거예요~





  깔깔 웃음주머니를 터뜨리고 지나오면 한글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과 한글맞춤법 규정의 변천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글로 된 광고도 있었어요.





                                                                                                         

  익숙한 광고도, 낯선 광고도 있었는데요. 옛날 광고 CM송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저는 저기 광고 5개를 다 청취했는데요, 다행히도(!) 아는 노래는 없었어요ㅎㅎ 





들으면서 재밌었던 광고는 ABC 화장품 광고랑 샘표간장 광고였습니다. 

 가사 자체도 재미난데, 간드러진 목소리와 같이 듣고 있으면 더 웃깁니다. 다음에 한글박물관에 가시면 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상설전시관의 마지막은 '한글정보화'에 관한 전시입니다. 

  디지털화 한 한글을 표현한 전시인데, 저는 좀 어렵더군요^^;; 


  한글박물관 상설관소개는 이정도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크지 않은 전시관인데 볼거리는 참 많았던 곳 같습니다. 아마 다음에 갔을 때 또 새로운 걸 발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글박물관을 즐기는 팁을 하나 드리자면, 일단 박물관의 전부를 다 보겠다는 욕심을 버리시고 전시된 것 중에 하나의 주제 혹은 하나의 유물에 집중하시는 걸 권합니다. 저기 있는 거 솔직히 아마 박물관 직원들도 다 기억 못할 거에요.(물론 전시 기획하신 학예사님들과 해설사 분들 빼구요). 그런데 겨우 하루 둘러보고 저기 있는 내용을 다 기억한다고 하면, 정말 최최최최고 천재!! 그런 분은 얼른 학계로 가시구요. 일반인들은 저거 한 번만에 다 기억 못해요. 그러니 욕심을 버리고 소수의 작품에만 집중하시는 겁니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 작품은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보고 갈 거야!'라는 마음으로 보시면 그 누구보다 박물관을 잘 보고 가시는 겁니다. 그러면 다음에 비슷한 시가의 다른 유물을 볼 때도 이번에 본 유물이 생각이 나고, 더 풍부하고 재밌게 역사를 볼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한글 박물관의 기획전시에 대해서 포스팅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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