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봄을 보내며, 3편

유난히 잔인했던 2025년 4월을 기억하며

by 여름
?src=http%3A%2F%2Fblogfiles.naver.net%2FMjAxNzA4MTlfMTc0%2FMDAxNTAzMTM0MDUzNjA5.gSixlw4HvAAzhpuRCQyj4WLPS6QUcitjMwU-T84ac2cg.HmRVVVefh8unpq7ajsaM1JTdUxIV_UZUgdvtYxo6rIgg.GIF.scr200501%2FBandPhoto_2017_08_19_18_07_14.gif&type=sc960_832_gif 쿵, 쾅, 쿵, 쾅.




눈을 떠보니 깜깜했던 중환자실엔 해가 떠있었다. 그새 잠들었나? 그리고 내 주위엔 수많은 간호사분들이 몰려계셨다.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럴 틈도 없었다. 갑자기 심장이 미친듯이,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부정맥이었다. 평소라면 몸 안에서 조용히 쿵쾅대기만 하던, 귀에 들리지도 않을 심장소리가 온 몸을 쾅쾅대며 뒤흔들어놓으니 정말 죽을 것만 같아 말을 하려고 했는데,


말이 안 나온다.


목에 무언가가 들어가서 꽉 막힌 것처럼, 성대를 잃어버린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간호사분들께 떨리는 손으로 '말이 안 나와요' 라고 적었다. 삽관을 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 거라고 했다. 자고 일어난 사이에 그새 기도삽관까지 했던 것이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요'라며 병상 난간을 손으로 세게 치며 고통스러워했다. 그 와중에도 전날 느꼈던 오한과 고열은 계속되서, 이불을 반만 덮고, 대신 난로를 틀어주셨는데도 덜덜 떨었다.


'제발 저 좀 재워주세요' 라며 난간을 계속 치니, 약을 넣어주셨다. 그리고 어떤 기계를 가져오셔서 이것저것 준비를 하시는 것을 마지막으로 본 후 다시 잠들었다.



30분 밖에 허락되지 않는 면회 시간, 부모님이 오셨다. 정신이 오락가락한 와중에도 부모님 목소리가 들려 힘겹게 눈을 떴다. 부모님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00야, 우리 알아보겠어?"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 이것저것 말씀하셨었지만 몸이 너무 힘들어 반응을 잘 못 했다. 이윽고 면회시간이 끝나자, "00야, 우리 갈게, 잘 있을 수 있지?" 끄덕끄덕. 다시 기억이 없다.


부모님 말씀으로는 내가 그 직후 바로 거품을 물었다고 했다. 깜짝 놀라셔서 '괜찮은 거 맞아요?' 라고 하시니, 이게 정상이라며 괜찮다는 대답을 들으시곤 무거운 발걸음을 떼셨다고 했다.




나의 병명은 '심근염' 이었다. 심장 근육에 염증이 나는 병.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병에 의외로 짜게 식었다. '심근염이 뭐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내가 기억이 없을 때의 내 상태를 한 번도 듣지 못했었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었다.


내가 중환자실에 간 후 아빠가 집에 가시던 늦은 새벽,

황급히 달려온 고모가 내 상태를 듣고 눈물을 쏟던 그 시간에, 나는 한 번 죽었었다.


나는 기억이 없는 그 새벽,

심정지가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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