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도 다 때가 있는 법
최애의 연극이 시작됐다. 연극배우라서 정말 다행이야, 2시간을 꼬박 최애를 감상할 수 있는 기쁨을 주다니 기특한 내 새끼.
잘 생긴 것만도 고마운데, 연기는 또 어찌 그리 빼어나게 잘하는지. 발성은 또 어쩜 그리 쩌렁쩌렁 좋은지. 얼굴은 새하얗고, 키도 크고, 어깨도 넓고.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싶은 거구의 키링보이 ㅋㅋㅋ
사실 급한 건 취직이다. 퇴사하고 벌써 석 달째다. 그동안 엄청 큰 일들이 있어서 한 두 달간은 아무것도 못했다. 다행히 이젠 얼추 정리도 됐고, 아직까진 실업급여가 있어서 그런가. 나 진짜 취직과 공부에 신경을 쓰기가 싫다. 솔직한 심정.
괴로워서 미쳐버리겠네, 진짜 ㅠㅠ 나이 먹고 실직자인 것도 서러운데, 덕질은 또 왜 이렇게 첩첩산중 어려운 거야.
지금은 덕메들이 있지만 훗일 모르는 거니까, 어쩌면 다시 혼자 하는 덕질을 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해놔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거다. 최애의 팬미팅을 혼자 보는 건 오케이, 좋은데 보고 나와서 그 주체 못 할 흥분된 마음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건 좀 슬플 거 같은데….
이게 뭐라고 나 꽤나 진지하고 고민 중이다. 덕질은 진짜 최애가 좋은 거 + 덕메들과 함께 놀고 주접떠는 재미다. 이 재미가 엄청나기에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
빌어먹을 인생, 아 빌어먹을 덕질. 최애가 뭐라고. 근데 막상 눈앞에서 최애가 연기하는 걸 보고 있으면 그렇게 행복해서 그 순간을 위해 티켓팅을 하게 된다.
내 삶이, 또 최애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굴러갈지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최애의 연극을 시도 때도 없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지금, 볼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보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 이 순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것을 선택하자. 인생은 짧으니까.’ 이게 내 삶의 모토가 되었다.
날 덕질의 세계로 인도한 거나 다름없는 친구 C는 “덕질은 원래 혼자 하는 거”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는데, 자긴 많은 덕메들과 늘 재미지게 어울리면서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다, 흥. 서울에서 일산, 부산, 울산, 제주도까지 각종 페스티벌을 섭렵하는 아이돌 덕후이자 직장맘의 열정 앞에서 난 그저 ‘핫바리’ 덕후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