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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쩌리짱 Jan 21. 2024

막공 예매 실패하고 우주를 떠도는 기분

최애가 연극배우일 때, 막공 예매를 실패했다는 것은


한 마디로 나의 우주가 쪼개어지는 기분? 최애가 출연하는 연극, 마지막 공연 티켓팅에 실패했다. 


워낙 첫공부터 4차까지 예매 성공을 책임졌던 특급 용병이기에 난 막공 성공도 (내 맘대로) 의심치 않았었다. 특급 용병도 실패해 버린 최애의 막공 예매 ㅠㅠ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쓰라리고 가슴이 메어온다, 엉엉. 그나마 위안은 나랑 다른 친구는 다른 날짜로 예매 성공해서 내게 5차 예매분 티켓이 있다는 거. 


사실 나 이 연극 티켓, 꽤 많이 가지고 있다. 지금껏도 꽤 봤고, 막공 직전까지 꽤 볼 예정이다. 단 한 번이라도 실제로 봤으면 좋겠다는 지방덬들도 많을 텐데, 그런 사람들이 보기엔 배가 불러도 한참 부른 소리라는 것도 아는데…. 사람이 많이 가질수록 더 탐욕스러워지는 거, 만족을 모르는 거 그거 진리인 것 같다. 


이번 연극 예매 전쟁 시작 전엔 딱 3번만 보게 해 주세요, 주님, 하고 기도했다. 근데 1차 예매에서 3장을 떡하니 성공하고 나니까 맘이 싹 바뀌더라. 2차에도, 3차 예매 때도 3장씩만 주세요, 주님 ㅋㅋㅋ 하고 빌었다. 그러다 고맙게도 덕메한테 남는 표도 받고, 운 좋게 예매대기도 터지고, 취소표를 잡는 취켓팅을 해서 표가 더 생겼다. 


© jorgegordo, 출처 Unsplash



이렇게 티켓 부자가 되었는데도, 단 하나 막공 티켓이 없다고 몸속이 텅 빈 것만 같다. 거대한 허기가 진다. 이렇게 요동치는 마음이라니, 세상 나라 잃은 사람처럼 축져져 있다. 오늘 더 울적한 건 막공 예매대기 거는 것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나 정말 이번 연극도 막공은 못 보는구나, 실감이 나면서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하하하. 

어느덧 티켓팅 똥손에서 벗어났는 줄 알았는데, 아직 난 멀었나 보다. 껄껄껄. 


모든 공연의 꽃은 막공이라 했다. 막공 마지막에는 배우들이 몇 마디씩 소감도 밝힌다. 한 공연을 여러 번 봐도 결국 나중에 기억되는 건 막공이 아닐까? 그건 한 연극을 수십 번 공연하는 배우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네, 이건 다 첫공만 보고 막공은 본 적이 없는 사람이 하는 소립니다. 최애의 지난 연극도 내 머릿속에 또렷한 건 첫공을 봤을 때의 놀라움(뽀얀 찹쌀모찌 얼굴의 인형이 말을 하네?)과 연기력, 미치게 쩌렁쩌렁한 발성 같은 것들이다.    


실업급여자면서 덕질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똥줄 타는데, 깔끔하게 막공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지도 못하겠다. 예매대기도 다들 걸었으니 이제 뜨지도 않을 막공 취소표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며(만약 연석 중 한 좌석만 취소할 경우에는 예매대기를 건 사람한테 문자가 안 가고 그냥 취소표로 뜬다고 한다) 새고(창을 새로고침 하는 것)를 하는 내 마음 참, 나도 어쩔 수 없는. 


나도 모르겠다, 나란 사람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최애가 하필 지금 한창 연극 중인 게 복인지, 아닌지 원. 막공표 딱 성공하고 응? 이제 취켓팅 따위 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되겠구나, 의기양양했던 며칠 전의 나여, 안녕히 ㅠㅠ 현실은 냉정하고, 시간은 야속하고, 막공표는 없고 ㅋㅋㅋ


그래도 기쁜 건,  내 티켓팅 실력이 예전에 비해 발전하긴 했다는 거다. 그동안 난 완벽히 머글의 관점에서 티켓팅을 해왔다. 최애의 공연이든, 관심 있는 정도의 연극, 뮤지컬이든 간에 적당히 앞쪽이나 중앙 사이드라도 만족했다. 내 느린 손으로 인기 공연을 1~3열에 앉아서 본다는 건 아예 가능하지도 않은 얘기라고 여겼으니까. 무슨 일이든지 무리하는 걸 싫어하고, 유난스러워 보일까 봐 걱정하며 적당히 평범한 스탠스를 취하고 싶어 하는 내 성격과도 그게 맞는다고 봤다. 


하지만 요즘 나는 확실히 달라졌다. 조금은 유난스럽더라도 욕심내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 가지게 되는 게 세상의 이치라는 걸 깨달았달까. 며칠 전엔 보고 싶었던 대형 뮤지컬 취켓팅에 성공했는데 실질 3열(op 1,2열 다음 자리)인 1열 중앙을 잡았다. 물론 틈틈이 예매 창을 들락날락했음은 물론이다. 


지금껏 내가 본 대형 공연 중에 제일 좋은 자리다. 오페라글라스를 대여할 필요도 없겠지. ‘나도 이게 가능하구나’를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다신 예전으로 돌아가기가 싫어진다. 이젠 뒷자리에서 공연을 보는 것으로는 만족을 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렇게 점점 티켓팅 헌터가 되어가나 보다. ㅋㅋㅋ 여전히 들쑥날쑥한 실력으로 똥손과 동손(브론즈 손 ㅋ)을 오가지만, 앞으로도 티켓팅은 계속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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