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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님 Sep 14. 2016

[나 홀로 미국 서부 여행 2탄] 5일차

SEA - SFO, 호스텔과 호텔

2016/02/06

from Seattle to San Francisco, not Adelaide Hostel but Post Hotel.


오늘은 시애틀을 떠나는 날이다. 밤새 잔 것도 안 잔 것도 아닌 선잠을 자서 새벽에 그냥 일어나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점점 동이 트고 있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고속도로도 한산했다.

옥상에 이렇게 테이블이 놓여있는데 너무 추워서 앉질 못했다. 시애틀과 함께 셀카 찍고 나갈 준비하고 Lyft를 불러서 탔다.

씨택 공항 가는 길! 사실 며칠 동안 영어를 별로 안 하고 다녔어서 택시기사가 어느 항공사냐고 했는데 당황해서 정말 정직한 발음으로 데.. 델타!! 이랬다.

샌프란으로 가는 12:55 PM 비행기! TSA 줄 기다리는데 내 앞에 커플이 있었는데 갑자기 검색대 전에서 남자가 라인 밖으로 나가더니 여자를 그렁그렁하게 쳐다보는데 여자는 갑자기 눈이 빠아알개지면서 눈물을 흘렸다.. 뭔가 짠했다ㅠ^ㅠ 마지막으로 공항 구경 시작.

이번 여행에는 마그넷을 하나씩 모아볼까 생각해서 샀는데 내가 봤던 장면이 그려져 있는 것 같아서 맘에 들었다! 역시 비행에는 콜라. 뚱뚱이 한 병 사서 비행기 탑승.

어제 봤던 눈 덮인 이름 모를 산을 보는데 다시 한번 예뻐서 감동! 자, 이제 이륙하는 것도 다 봤고 구름 위로 올라왔으니 노래를 들으며 좀 자 볼까 하는데 오버헤드빈에 넣어놓은 가방에서 이어폰을 안 꺼냈을 때..

SEA-SFO는 2시간 10분쯤 걸린다. 새벽에 못 자서 피곤했는데 뒷자리 두 명이 전혀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2시간 내내 떠들어서 한 숨도 못 잤다. 마지막엔 "즐거운 비행이었어" 이러고 나감.. 이어폰이 없어서 더욱 괴로웠던 비행이었따.

창가 자리였는데 비행기 기종을 안 보고 좌석을 골랐더니 창문과 창문 사이 좌석이라 바깥이 잘 안 보여서 시무룩했었는데, 샌프란에 거의 다 왔을 때쯤 비행기를 돌리느라 뒤쪽 시야가 터서 금문교랑, 샌프란을 미니어처로 볼 수 있었다. 핸드폰 카메라라 이렇게밖에 못 담았지만.. 다음엔 대포를 들고 타 볼까

그렇게 도심을 뒤로하고 공항 쪽으로 갔다. 흐릿했던 시애틀에 비해 샌프란은 하늘색이 너무나 파래서 좋다!

비행기에서만 볼 땐 모른다. 비행기와 게이트에 연결된 탑승구를 따라 내릴 때 까지도 모른다. 바깥공기를 마주쳐야 샌프란시스코의 날씨에 감동하게 된다 ㅠㅠ 이게 진정 2월의 날씨라니.. 짐 들어갈 공간이 부족해서 후드집업을 걸치고 있는데 조금 덥기까지 했는데 서울에서 내내 꽁꽁 얼어있다가 더우니까 넘 신났다!

사실 1,2월에만 와보고 여름엔 안 와봐서 모르겠지만 여름에도 넘나 쾌적할 것 같고요..

모노레일을 탔는데, 2년 전에도 이걸 탔었던 기억이 나면서 그냥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이렇게나 큰 SAN FRANCISCO INTERNATIONAL!!! 글씨를 따라 한 바퀴 삥 둘러 BART를 타는 정류장으로 갔다.

숙소 근처인 Powell St. 까지 요금은 $8.95다. 30분 정도 걸린다.

Bart 정류장 근처에 Muni Passport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어딘지 몰라 한참 헤매었다. 캐리어 끌고 계단 오르락내리락하느라 탈진할 것 같았는데 하늘을 보고는 그냥 '날씨 미쳤다..'라는 말 밖에 안 나왔다.

3일짜리 뮤니패스포트를 샀는데 2년 전에 비해 많이 비싸졌다. $21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31가 됐다.. 샌프란은 버스랑 케이블카가 잘 되어있는 데다 오르막길이 많아서 $31도 아깝지 않은 선택이다.



캐리어를 열심히 끌고 Union Square 근처의 Adelaide Hostel을 찾기 시작했다. 여행 경비를 줄이기 위한 것도 있지만 샌프란은 물가가 워낙 비쌌고, 웬만한 숙소는 예약이 다 차있어서 후진 곳임을 알고도 예약했지만 워낙 골목진 곳에 있어서 같은 블럭을 두세 바퀴는 뱅뱅 돈 것 같았다.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는데 체크카드가 안됐다. 분명 잔액도 많고 PIN번호도 맞는데 자꾸 결제가 안됐다고 한다. 잠깐 멘붕 하고 30분 동안 앉아서 씨티은행 전화번호를 찾는데 이것들이 '해외에서 걸 때'라고 해놓고 +82 번호를 적어놨다.... 미국 번호 하나 없는 거니.. 내 선불 플랜은 국제전화가 아예 안 되는 거라 완전 멘붕하고 있었는데 알바가 ATM기에서 돈 뽑으면 된다길래 수수료를 엄청나게 내고 $120을 뽑아서 냈다.

그러더니 3층이라면서 키를 줬다. 엘베도 없고, 캐리어를 들고 가는데 내 생에 그렇게 좁고 가파른 계단은 처음 봤다. 뚱뚱한 미국 사람이라면 못 지나갈 계단인데 무슨 높이가 내 무릎보다 높았던 듯.. 이때부터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근데 숙소에 들어가 봤더니 좁아터졌는데 베드가 8개.. 결정적으로 내 베드는 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2층에서 자야 하는데, 저 사다리를 타려면 손가락 발가락이 어딘가를 쥐어야 힘이 들어갈 텐데 사다리가 벽에 딱! 붙어있는 채로 손가락을 짚을 여유가 1inch도 되지 않아서 손톱이 부러지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빡쳐서 그 자리에 서서 다른 호텔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일단 잘 데는 찾아놓고 나가야 되니까ㅋㅋ

돈이고 뭐고 당장 여기서 가깝고 깨끗한 곳이 필요했다. 근처에 Post Hotel이 괜찮아 보여서 바로 booking.com으로 예약했다.


올라간 지 10분도 안되어서 다시 캐리어를 끌고 1층으로 내려왔다. 캐리어에 힘도 안 주고 그냥 계단이 부서질 듯이 쿵쾅쾅쾅 하며 내려와서 마음이 바뀌어서 지금 체크아웃하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황당한 표정으로 알았다면서 당일 노쇼비용은 내야 된다고. 그래서 1일 치 숙소비 빼고 나머지를 환불받았다.

만나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호스텔아. 여러분 여기 가지 마세요 그냥 돈을 더 쓰세요.

한블럭 정도 떨어져 있는 Taylor St. 에 Post Hotel이 있다.

가는 길에 보니 슈퍼볼 광고를 하고 있었다. 올림픽보다 월드컵보다 유명한 그 슈퍼볼 결승전!


Post Hotel에 와서도 체크인을 하려는데 체크카드가 안 긁혔다. 이때까지도 뭐가 문젠지 몰랐다.

ATM기가 옆에 있긴 했지만 한 번에 $120밖에 못 뽑는데 뽑을 때마다 수수료를 몇 불씩 내는 게 아까워서, 그리고 카드 내역이 남는 게 좋아서 굳이 앉아서 전화번호를 뒤지기 시작했다. 도저히 미주 번호는 없다는 걸 깨닫고, Skype에 크레딧을 충전하고 국제전화를 걸었다. 번호가 한 대여섯 개는 있었는데 한국은 주말이라 그런지 하나도 안 받다가 마지막 번호에서 통화가 겨우 됐다. 거기서도 카드가 안된다고 말하니까 자기는 잘 모르겠다는 말뿐 아무 도움도 안됐다. 그러면서 전화를 뺑뺑이 돌리기 시작해서 너무 화가 났다. 결국 또 세네 번 뺑뺑이 돌아서 들은 대답은 시티 국제 체크카드는 호텔, 주유소, 항공에선 결제가 안 된다는 말이었다. 해외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저 세 가지를 막아놓으면 카드를 쓰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그러면서 카드 발급할 때 이런 주의사항은 알려주지도 않았던 게 더 화가 났다. 결국 현금으로 숙박비 몇십만 원을 결제했다.

방키를 받고 올라가는데 엘리베이터를 보니까 빅뱅이론 마냥 또 이따위라 화가 났다. 방에 들어갔는데 화를 못 이기고 눈물이 펑펑 났다. 괜히 여행 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시애틀에서 생각했던 것만큼 재미없던 것도 있고 카드 안돼서 호스텔, 호텔 둘 다 쩔쩔맨 것도 짜증 나고 숙소가 구린 것도 짜증 나고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대로 영어로 표현할 수가 없어서 더 답답했다.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 일인데 멘붕 해서 우울해서 나가기 싫다고 오후 관광 포기하고 누워있는데 해가 지고 있어서 그런지 춥고 아프고 졸렸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파서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두통약 같은 거 챙길 필요 없을 줄 알았는데 애드빌이 간절했다.

한참 울고 멍하니 누워있다가 두통약을 사야 될 거 같아서 나왔다. 내 기분과는 정 반대로 예쁜 도시였다.

내가 Hostelling International 예약에 성공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 2년 전에 여행할 땐 Hi 호스텔을 자주 갔었는데 이런 일 없었단 말이다.

익숙한 Macy's랑 Tad's Steaks House를 지나 Walgreens에 왔다. 패스트푸드 먹고 싶지 않았는데 나름 상큼한 것들을 찾을 수 있었다.

숙소에 어매너티가 없어서 예전에 써보고 향에 반한 석류향 바디워시―해외직구 하고 싶을 정도랑 샴푸를 사고 내가 제일 제일 좋아하는 나쵸랑 핫 살사! 그리고 요거트도 샀다.

친구랑 전화하면서 나갔다 오니 마음이 한결 진정이 됐다. 그래서 숙소도 둘러봤는데 음.. 라디에이터 소리가 좀 시끄럽긴 하고 스퀘어 근처라 밖이 좀 소란스러웠지만 다 참을만했는데 퀴퀴한 냄새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향초라도 사다가 켜놓고 싶었다. 그리고 한약을 먹었어야 하는데 그 흔한 핫팟도 없었다. 이 딴 게 이렇게 비싸다니.. 어휴 샌프란 물가..

그리고 그래놀라가 들어있는 요거트를 먹는데 읔..힐링된다. 한참 울고 손에 물집 잡힐 정도로 캐리어를 끌고 다녀서 체력도 소진됐고 멘탈도 붕괴돼서 침대에 누워서 요거트 먹다가 누가 스위치 누른 것처럼 기절했는데 다시 일어나 보니 그래놀라가 내 요거트 다 흡수해서 호두만해졌다..내 요거트 다 어디 갔어..

자다 일어나서 티비를 켜니 슈퍼볼 광고를 하고 있었다. 저게 그 초당 2억씩 한다는 그 광고인가! 신기하다.

나는 이 나쵸를 처음 봤을 때 컬처쇼크였다. 맨날 평평한 나쵸 위에 열심히 스푼으로 살사 소스 얹어서 먹었었는데 이렇게 스쿱 모양으로 나온 나쵸는 살사 소스를 그냥 퍼먹으면 됐다..!

2년 전에도 많이 먹었는데.. 기숙사에 냉장고가 없어서 소스 보관할 데가 없어서.. 그날 아작을 내던지 아니면 상한 것도 모르고 먹다가 얼굴 뒤집어지고 이랬던 기억이 난다.


지친 하루는 여기까지. 내일부턴 억울한 만큼 관광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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