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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님 Oct 05. 2015

[미국 동부 여행]  7일차

타임스퀘어 새해 카운트다운

2013/12/31

자연사박물관 & 타임스퀘어 새해 카운트다운


2013년의 마지막 날이자 뉴욕에서의 마지막 날. 캐나다에 있다가 미국으로 여행 온 친구를 만나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보러 가기로 했다. 언젠가 타임스퀘어에서 새해를 맞이할 날이 있지 않을까 상상만 했었는데!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루게 된 날이라 설렜다.


자연사 박물관은 섹스 앤 더 시티의 미란다가 산다는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있다. 박물관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해서 센트럴 파크를 가로질러 걸어가려고 지하철을 타고 77th St. 역에서 내렸다. 공원 입구에서 뉴욕시간 10:00 A.M, 한국시간 1월 1일 자정을 기념하여 내가 서있던 자리에서 찍은 사진. 센트럴파크는 가로로 800m, 세로로 4km라고 한다. 공원 입구에서 숲(?)으로 들어가니 견딜 수 없이 추워서 다시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영화에서만 보던 대형견 4마리를 한 번에 산책시키는 사람들을 보았다. 뉴욕에 대해 특별히 환상은 없었지만 머리칼 휘날리는 아프간하운드 같은 강아지 산책하는 장면은 상상해봤어서!


자연사 박물관. 티라노 사우르스가 움직이진 않을까 쳐다보며.. 박물관이 살아있다 생각밖에 안 났다.

각종 동물 종이 접기로 장식한 크리스마스트리. 예전에 엄마가 백조 접기 하던 게 생각나는 코브라 접기.

1300살 된 나무와 달 체중계. 혼자 박물관 돌아다닐 땐 신기한 건 설명도 읽어보고 천천히 돌아다니는데 박물관을 싫어하는 친구와 다니다 보니 한 시간도 안돼서 나가자고 해서 ㅋㅋㅋㅋㅋ 밥을 먹으러 나옴!

친구들은 이날이 뉴욕 첫날이어서 쉑쉑을 제일 고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또 갔다. 어퍼 웨스트사이드 점. 사람이 많았던 때에 적절한 진동벨 문구.

쉑쉑 버거와 치즈 프라이를 시켰다. 개인적으로 치즈 프라이는 좀 느끼하다. 쉑쉑은 밀크 쉐이크 인기가 높다. 케첩보단 밀쉨에 프라이를 찍어먹는 게 개인적인 별미(?)

늘 혼자 다녀서 쓸쓸했는데 오랜만에 친구와 친구의 친구들과 왁자지껄 행복하게 점심을 먹었다.

밥을 먹고 LOVE Sculpture를 보러 갔다. 6th Ave. - 55th St. 사거리 코너에 있다.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의 줄도 길지만 워낙 다양한 포즈로 찍어대서 사진 찍는데 오래 걸렸다. 빨간색과 하늘색의 대비가 예뻤다.

다음은 홀린 듯이 이끌려 들어간 m&m world store. 캐릭터 그려진 머천다이즈가 정말 없는 게 없다.

볼드랍을 아주 앞에서 보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줄을 서기로 했다. 경찰이 한 블록마다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통행을 제한하고 있어서 더 이상 앞으로는 갈 수 없었다. 인파들 한가운데에 서있다 보니 나가기도 쉽지 않았고 바리케이드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오기도 쉽지 않았다.

P.M 3:57


이미 브로드웨이에 꽉 찬 사람들. M&M World 바로 앞 7th Ave. - 49 St. 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자마자 후회했다. 기온이 영상 3도라고는 했는데 너무 추웠다. 커피는 이미 식은 지 오래고 추운 날씨 탓에 핸드폰 배터리도 쭉쭉 닳고 있었다. 친구들과는 더 이상 할 얘기도 없었고 추워서 입도 잘 안 떨어졌다.

P.M 5:01


점점해가 지기 시작했다. 해가 지니까 안 그래도 추운데 더 추워졌다. 계속 시계를 보며 '7시간 남았다. ', '6시간 59분만 버티면 돼'라고 생각했다.

추위에 정신이 혼미해져 갈  때쯤 어디서 익숙한 언어, 사투리, 억양이 들려왔다. 연초에 Ahnlab에서 같이 인턴 생활을 했던 동기 오빠의 목소리였다. 에이- 그 오빠가 왜 미국에, 그것도 지금 이 시각 타임스퀘어에 있겠어? 하고 옆을 봤는데 맞았다!!! 충격적이었다. 너무 반가워서 "꺅!!!" 소리를 질렀다. 교환학생 간다고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왔었는데 너무 반가웠다.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

그 오빤 종강하고 친구들끼리 여행을 왔다 했다. 사진 한 장을 찍고 헤어졌다. 동기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는데 다들 엄청 신기해했다.

P.M 11:57


말이 8시간이지 진짜 힘들었다.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기억 중 하나다. 대부분 지나간 일들은 고생스러웠어도 추억 보정이 되어 웃으며 회자하기 마련인데 이건 진지하게 정말 힘들었다. 밖에서 오래 서있을 거라 그래도 나름 갖은 옷을 껴입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바람 불면 바람이 옷을 거쳐 살을 에었다. 신발도 가을쯤에 산 매쉬 운동화라—여행 떠나는 길에 어그부츠는 짐밖에 안돼서 기숙사 쓰레기통에 버렸다—발이 깨질 것 같았다. 진짜 너무 추워서 동사할 것 같았다. 스킨십 진짜 싫어하는데 친구랑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다. 나중이 되니 다들 박스 같은걸 깔고 앉아있었는데 어떤 술 취한(?) 남자가 서서 그 자리에서 오줌을 쌌다. 주변에 오줌이 튀겨댔는데 나도 사정권 안이었다. 깜짝 놀라 일어나고 주변 사람들이 끌어냈다. 추워서 정신이 나갔을 거라 생각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졸업 프로젝트도 해야 하고 본격적인 취업준비도 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 때 했던 걱정은 걱정 축에도 안 들고 마냥 행복했던 때 같다. 머릿속에 온통 '추워' 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 지금 이 역경을 이겨내면 못 이겨낼 힘든 일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것보다 힘든 일은 남극 탐험이나 에베레스트 등반 빼고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타임스퀘어 한 번 더 갈래? 아니면 취업준비 반년 더 할래?" 하면 핫팩으로 온몸을 무장하고 타임스퀘어를 가겠다고 말할 것 같다. (지금 취준생이라서 그런 것 같다.)

2014 Times Square New Year's Eve Ball Drop

P.M 11:59


1분이 한 시간 같다는 말은 뻥이다. 1분은 그냥 1분 같았다. 하지만 8시간은 80시간 같았다.

볼이 떨어지는 건 잘 안보였지만 어쨌든 Happy new year!

A.M 00:01


"해피 뉴 이어"를 외치면서 모르는 사람끼리도 껴안고 키스한다던데.. 별로 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앞 건물에서 종이 폭죽이 터졌다. 사진엔 다 안 담겼는데 정말 예뻤다.

타국에서 새해를 맞았다.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동사하지 않았어'라는 안도감과 '집엔 어떻게 가지..'였다.

A.M 00:06


5분도 안돼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 근처 지하철 역은 초만원이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한참을 걸은 뒤 한국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집에 가는 길에 왠지 무서웠다. 온몸이 깨질  같았는데 지하철에 앉아서 '졸면 끝이다'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숙소가  외진 곳에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30분을 가고도 내려서 3블록을 걸어야 했다. 설마 새해인데 나쁜  일어나겠어하며 집으로 갔다. 콸콸 쏟아지는 뜨거운 샤워가 간절했지만 그런  없다. 괜히 싱숭생숭하여 잠도  오고 해서 새벽에 건물 계단에 앉아 친구한테 전화를 했다.

그렇게 새벽 네시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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