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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님 Jan 08. 2017

[Airpods] 에어팟

언박싱 / 2주 사용기

2016/12/20

219,000


한국에 에어팟 배송이 시작된 날이다. 거짓말이 아니라 회사에서 1분에 한 번 씩 DHL 사이트를 새로고침 하며 화물 추적했던 것 같다. 오후 세 시쯤 DHL 아저씨에게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서관에 계신가요?"

"저는 동관에 있는데요.."

"아, 그럼 저녁때 재방문하겠습니다. "

"아니요!!! 제가 서관으로 달려가겠습니다!!!!!!" 해서 받아낸 박스!

사내에 들어가면 카메라 보안 스티커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로비에서 손을 부들부들 떨며 히죽히죽 웃으며 사진을 찍어댔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합리화하며 지르기 딱 좋았던 시기였다.

패키지 봐라.. 상자가 이렇게 예쁘게 생겨도 되는 건가요? 헠헠 뒷면마저 소홀하지 않아 애플..

여기까지 찍고 다시 일하러 스티커 붙이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올라가서 사람들한테 실컷 자랑하고 페어링 시켜보고 잠깐 들어보고 하루 종일 싱글벙글대며 일했다.


출근할 때 씰링 하는 귀차니즘을 마다하지 않으며 에어팟 언박싱 찍으려고 RX100을 회사에 갖고 왔었다.

조명 좋은 카페를 찾다가 포기하고 그냥 근처 생각나는 곳에 들어갔다.


나 또 강하게 덕심 자극당한 게 있는데.. 에어팟이 그려져 있는 박스 전면부에 에어팟이 양각으로 볼록 튀어나와 있다. 그래 여기까진 강조할 수도 있으니 이해하는데 세상에나 귀에 꽂는 저 까만 부분은 한 번 음각으로 살짝 파여있다. 디테일에 소름 돋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까만 부분 만지면서 '하악.. 역시 애플이야 하악..' 하고 있는데 가히 애사심 0점 받을만한 태도였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안엔 간단히 페어링 하는 법 설명서가 적혀있다. 물론 충전에 필요한 라이트닝 케이블도 동봉되어있다.

다시 마주하는 영롱한 자태. 리뷰 쓰면서 노래 들으려고 옆에 있던 에어팟 케이스를 보니 찍힌 자국도 있고 잔기스도 많이 나서 저 때만큼 광택이 영롱하진 못하다. 거의 바람에도 기스난다는 예전 아이팟 터치 뒷면 수준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럴 줄 알았으면 작은 파우치라도 씌워서 쓰는 건데.. 흑흑 누나가 미안해

케이스 뚜껑을 열면 주변의 아이폰을 찾아서 연결을 한다. 애플 기기 아닌 다른 블루투스 기기들하고는 케이스 뒷면에 있는 동그란 버튼을 통해서 페어링을 시킬 수 있다. 에어팟이 연결되면 아이폰으로 배터리 상태를 볼 수 있다.

뚜껑을 열면 얌전히 에어팟이 들어있다. 자성으로 인해 꺼낼 때 살짝이라도 놓치면 다시 케이스로 착! 하고 끌려 들어간다. 자석이 있어서 떨어트릴 위험이 덜어서 좋다. 대신 꺼낼 때 조금 더 세게 꺼내야 되는데 그러다가 날아간 적이 두 번 정도 있다. 요즘엔 매우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다. 가격이 가격이니 만큼 상전으로 모시고 있다. 한 번 떨어트렸던 날은 하루 종일 일에 집중이 안됐닼ㅋㅋㅋㅋㅋㅋㅋ


기존의 이어팟과는 사이즈 차이가 거의 없다. 기둥 부분이 살짝 더 굵고, 바닥 부분이 마감이 되어있다.

누군가 에어팟 통을 보고 치실 통이라며, 유머로 에어팟 분실을 방지한 치실통 스티커까지 나왔었는데 그 말이 딱 맞긴 하다. 집에 있는 치실이 생각나.. 립밤의 반만 한데 정말 귀에 전동칫솔을 꽂는 걸까 걱정했었는데 처음 열었을 때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착샷은 이러하다. 긴 머리로 귀를 덮으면 사무실에서 몰래 노래도 들을 수 있다. 근데 긴 머리의 단점이 있다. 머리를 귀에 꽂거나 귀로 넘겼던 머리를 뺄 때 머리카락들에 에어팟이 걸쳐서 떨어져 버린다.

위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조심 안 하고 평소처럼 귀를 건드리다간 빠진다 ㅠㅠ


사실 나 이 에어팟 스트랩 악세사리 보고 다른 사람들처럼 비웃을 수 없었다. 이걸 살 거면 그냥 선 달린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라니? 그건 에어팟이 아니잖아!!! 빼액!!!!!!!!!! 이거 진지하게 살까 고민했다.

안경 잃어버릴 까 봐 안경다리에 줄 감는 나이 드신 분들 이미지 같아서 차마 사진 않았는데... 선물 받았다. 선물 받아서 고마운데 한 번도 써보진 않았다. 그래도 저 구멍에 에어팟 끼워는 봤다. 핏 하게 잘 맞더라. 운동할 때는 좋을 거 같다.

운동을 해야 말이지..



장점 :

편하다. 진짜 편하다. 이어폰 줄 때문에 빡칠 일이 없다.

외투 두꺼운 겨울에 주머니에 핸드폰 넣어놓으면 막 이어폰 선 단선되고 꺼내기도 귀찮잖아. 님들 신나게 노래 듣다가 집에 와서 백팩이랑 외투 벗으면 귀에서 정전기 터져요^^? 난 안 그러는데.

(앱등이 눈에만) 간지 난다. 가격 생각이 안남. 너무 좋음. 나 노래 듣고 있다! 너네 안보이지!? 모르겠지!?!!?? 하핳 게다가 음질도 좋아 저음이 두둥두둥!!!!!

생각보다 귀에서 안 떨어진다. 제 귀엔 잘 맞아요. 아침에 통근 셔틀 탄다고 내리막길 전력질주하는데도 안 빠집니다.

출근길엔 지하철을 안 타서 모르겠지만 퇴근길 지하철에선 잘 터진다. 우리 집 기준 방 안에 폰 놓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해도 블투 스피커(Sony SRS-X33) 보다 잘 터짐.

동영상이랑 싱크 차이 없음.

아이콘X요? 그 못생긴 건 뭐죠?


단점 :

정신병. 잃어버릴 거 같아. 기스났어 어떡해.. 떨어뜨리면 어쩌지!!! 지하철에서 누가 쳐서 떨구면 어떡하지!!! 떨어뜨렸는데 줍기 전에 누가 밟으면 어떡하지!!!!!

사람들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워. 노래 작게 듣고 있었는데 "저거 그거잖아 애플 이십 몇만 원짜리.." "와 저걸 이십만 원이나 주고 누 가사? 미쳤다" 이러는 거 다 들렸어

핸드폰 꺼내서 노래 바꾸고 볼륨 조정하기 귀찮아서 간단한 물리 버튼이 그리울 때가 있다.

쪽팔려서 에어팟으로 전화 못 받음. 허공에 대고 얘기하는 정신이상자 됨. 내 목소리가 노이즈 캔슬링 되는 건지 작게 말하면 상대방이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에어팟으로 통화할 땐 크게 말해야 되는데 크게 말할수록 더 큰 정신병자가 되는 기분.

사람 많은데 가면 살짝 끊긴다. 인천공항 기준 핸드폰 손에 쥐면 잘 들림. 주머니에 넣으면 대박 끊김.

비싸긴 하다.. 앱등이 친구가 "10만 원이면 질렀을 텐데.. "래서 "10만 원이었으면 난 두 개 샀어 임마. " 함.  다른 완전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무려 아이콘X에 비해 천 원이나 저렴하긴 하지만 비싼 건 사실 ㅠㅠ


그냥 후기 :

센서가 있어서 귀에서 한 짝을 빼면 노래가 일시정지된다. 다시 귀에 끼면 다시 재생된다.

그러면 한쪽만은 못 듣느냐? 들을 수 있다. 강제로 재생시키면 된다.

그럼 한쪽에선 노래가 나오고 있느냐? 안 나온다.

블루투스 장비 목록에 가서 ⓘ 버튼을 누르면 에어팟 이름을 변경할 수 있다.

더블 탭 해서 Siri가 나오게 할지, 음악 재생/일시정지를 할지 고를 수 있다.

방수 안된다길래 운동할 때, 비 올 때 안 껴봤다.

배터리 방전될 때까지 써본 적 없음. 그저 퇴근길 1시간~1시간 반 동안 20~30% 정도 닳음.

5시간 정도 이용한다는 게 딱 맞는 듯. 크게 들으면 더 빨리 닳으니까 줄어들 수 있음.

유광 플라스틱이 이렇게 바람에도 기스 나는지 몰랐음. 예민한 앱등이들은 파우치 쓰길 바람. 지금 울고 있음 엉엉..


암튼 짱짱 잃어버리면 $69 내고 보상 받을 의향, 두짝 다 잃어버리면 재구매 할 의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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