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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님 Feb 15. 2018

[나 홀로 미국 서부 여행 2탄] #13

베가스 -> LA, 동네 한 바퀴

2017/02/14

Vegas to Los Angeles

스트립의 화려한 호텔들을 뒤로하고 북쪽 구석 허름한 호스텔에서 잔 이유는 버스 때문이다.

경비 절약을 위해 베가스에서 LA까지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가기로 했다. 정류장이 북쪽에 있기 때문.

무거운 캐리어를 드륵드륵 끌고 가는 와중에도 머스탱은 꼭 찍어준다. 주황색.. 너무 예쁘군.


아침 8시에 버스를 탔다. 예전에 메가버스를 탔을 때 생각보다 괜찮았어서 그레이 하운드 예매를 했는데

타자마자 화장실 냄새가 진동.. 향수를 캐리어에 넣고 캐리어를 트렁크에 실어버렸더니.. 머리까지 찌릿찌릿했다. 저가 버스답게 승객들도 무섭게 생겼고 분위기도 까칠하다. 둘리에 나오는 해골 버스 느낌.


베가스야 안녕~ 미국 여행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아쉽고 또 아쉬웠다.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른다. 이 $3.99짜리 초코 프레첼 과자 진짜 맛있었다. 한국 과자도 비싸서 잘 안 사 먹는데 얘 너무 비싸다.. 근데 맛있다.

잘 자다가도 휴게소에 도착하면 마이크로 방송을 해대서 깨는데 거의 한 시간에 한 번은 쉬는 듯했다.

이번 휴게소는 30분 짜리였는데 안 나가려다 버스 에어컨이 너무 추워서 광합성하려고 내렸다.

아마도 샌 앤토니오 산. 한국은 한겨울이었는데 에어컨이 너무 쎄서 한국에 있는 기분이었다. 발목이 너무 시렸다.

버스 뒤쪽엔 다 큰 애기가 2시간째 칭얼거리고 있었다. 말귀 못 알아듣는 나이도 아니던데. 나만 시끄러워 죽겠는 듯했다. 내 옆옆엔 3시간 내내 전화하고 있는 아줌마가 있었다. 엄청 큰 짐을 가지고 타서 홈리스처럼 보였다. 아줌마가 갑자기 오렌지를 마구 까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깐 오렌지 하나랑 안 깐 오렌지 하나를 손에 들고 버스 맨 뒤로 가서 애기한테 주는 것이 아닌가...!!!!! 문화컬쳐.. 훈훈한 분위기였다...


그렇게 5시간 30분 동안 버스를 타고 드디어 LA에 내렸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서 리프트를 불렀다.

아니 리프트 잡히자마자 깜짝 놀랐다. 무슨 택시가 크라이슬러 300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프트 프로모션으로 쿠폰이 있었는데 덕분에 크라이슬러 공짜로 탔다 개꿀 ㅎㅎ

LA의 숙소는 '캐롤 하우스'라는 한인텔이다. 고급진 동네인 Mid City에 위치한 집이다. 리프트 기사도 굉장히 부유한 동네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이 까칠하다. 체크인하는데 어떤 미친놈이 오더니 집주인한테 자기 앞에서 우버 차 돌리지 말라고, 그것 때문에 자기 차가 못 나간다고, 니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남한테 피해 주지 말라고 성질성질을 내고 나감. 그거 잠깐을 못 기다려서 이 성질을 내다니.. 총 맞을까 봐 무서웠다.

집도 넓고 깔끔했다. 무엇보다 침대가 벙크 베드가 아니라 진짜 매트리스였다..!!! 푹신하게 누우니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쉬고 싶은데 아까워서 힘든 몸을 이끌고 나섰다.

깔끔한 동네 입구. 윌셔대로 따라 코리아 타운 가는 길. 한국인이 너무 많아서 어색했다.

백종원 홍콩반점 0410도 있고 LA 사람들은 한국 안 가도 되겠어~~~

하루 종일 초코 프레첼 하나 먹었더니 배가 고파서, 한식이 땡겨서 '함지박'을 가기로!

근데 김치찌개 $14.99 실화?

밑반찬을 보고 너무 반가웠다. 어어어어엌 짜고 빨갛고 바로 이맛이지. 그리고 물은 옥수수차였다!!!!!

콜라만 먹다가 차 먹으니 너무 시원하고 맛있었다.

김치찌개 뚝배기는 돈값하는 건지 겁나 크긴 컸다. 응~ 고기가 꼴랑 두 점~

그래도 너무 반가워서 혼자 실실 쪼개면서 싹 다 먹겠다고 다짐하고 먹었다. 좀 달긴 했는데 맛있었다.

꺼어어어억 잘 먹었다. 근데 서빙이 너무 불친절했다. 뭐 내가 한창 북적이는 저녁 시간에 온 것도 아니고 애매한 4시 반에 온 데다 혼자 왔는데 고기라도 먹을 줄 알았나? 원래 고깃집이긴 하지만 너무 불친절했다. 그래서 눈꼽팁줌. 주지 말걸. Yelp 후기답군.

LA 원데이 패스 산 게 아까워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로 했다. 

LA의 오묘한 색깔의 노을과 야자수 조합은 최고다. 발렌타인데이에 혼자 로꼬 노래 들으면서 노을 감상하며 로맨틱한 성공적 발렌타인데이를 보냈다.

그냥 길거리에 있는 하우스 넘버 표지판도 이렇게 이쁘기 있기?

버스 타고 다운타운 쪽으로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또 반대로 가고 있었다. 그냥 숙소 들어가서 쉬기로 했다. 저 멀리 노을이 정말 타는 듯이 지고 있었는데 카메라에 다 안 담겼다. 

동네 풍경이 이러했다. 푸른 하늘 너무 좋다.

캐롤 하우스.

난 원래 파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같이 묵던 한국인들이 발렌타인데이 기념으로 와인이나 한 잔 마시자고 해서 참석했다.

원래 성격이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벌어지는 파티 이런 거 너무 싫어했는데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예상외로 좋았다. 미국에서 인턴 중인 언니 오빠, 방학이라 여행 온 대학생, 대학원 시험을 치러 온 동생, 나처럼 그냥 여행 온 언니 등 각자 사연이 달라서 신기하고 좋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늦게까지 수다 떨었다. '내가 싫어한다고 믿고 있던 것도 실제로 해보기 전까진 모르는 거구나'라고 깨달았다. 다음날 늦게 일어나서 여행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만 빼면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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